사람 살리려다 낸 교통사고, 구급대원이 다 책임지라니

[주장] 기어나가면서까지 환자 살핀 이들... 광주 구급차 사고, 국가가 먼저 책임져야

등록 2018.07.12 11:20수정 2018.07.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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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를 태우고 달리던 119구급차가 교차로에서 추돌사고를 당해 옆으로 넘어졌다. 2일 오전 11시 2분께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교차로에서 119구급차를 스타렉스 차량이 옆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119구급차가 옆으로 넘어져 5명이 다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 연합뉴스 = 독자제공



지난 2일 광주 북부 운암동 한 교차로에서 출동 중인 구급차가 교통사고가 났다. 당시 구급차 안엔 91세 노인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교차로에 다다른 구급차는 긴급상황으로 인식, 빨간불의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건너다 우측편 정상적인 신호를 받고 진행 중이던 승합차와 충돌했다. 구급차는 전복되었고 구급차 안의 노인은 사고 후 병원에 도착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긴급자동차는 긴급출동 중 신호와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운행할 수 있으며 도로가 아닌 곳을 운행할 수도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때문에 이번 교통사고처럼 구급차가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운행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면책조항이 있음에도 일단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긴급자동차라고 해도 문제가 달라진다.

긴급자동차가 긴급 운행 중이었다 하더라도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일반차량과 똑같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처벌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구급차가 긴급운행을 했더라도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을 한 것이니 교통사고 10개 항목에 걸려 가중처벌을 받아야 한다.

만약 인사 사고가 없는 경우였다면 구급차가 긴급 차량임을 알리는 경광등, 사이렌 취명 등의 안전조치를 다 했을 경우 통상적으로 정상참작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인사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이라면 구급차를 운행한 구급대원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조사 중이며 구급차 운전원은 불구속 입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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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에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한 119구급차 사고당시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뒤늦게 공개됐다. 사진은 영상을 갈무리한 장면으로 사고의 여파로 튕겨나간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기어가는 모습이다. ⓒ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사람 살릴 의무' 부여한 국가, 사고 발생하면 나몰라라?

구급대원은 사고 후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봤다. 피해자 측에선 구급대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상황에 구급대원의 처벌을 면하게 해 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긴급출동 중 구급차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면책특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10일이 지난 지금까지 4만6천여 명(12일 오전 10시 기준)이 참여했다.

하지만 경찰은 법규정상 사망 원인이 사고였다면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편에선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없거나 구급대원의 부주의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국가는 소방공무원에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부여했다. 그 의무는 국가의 의무이기도 한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소방공무원들은 재난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소방은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1초 단위로 출동 시간을 관리하고 있으며 출동 시간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구급차를 비롯하여 소방차 출동시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그 위험을 안고 국가가 긴급차량에게 운행시 면책의 권한을 부여한 것 역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의 발현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처럼 그렇게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소방공무원 개인이 진다는 것이다.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소방공무원과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국민 사이에서 국가는 국민의 피해만을 구제하는 구조다. 일면 이는 틀린 선택이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이 경우, 사실상 국가는 구급대원에게 국가의 의무를 부여해 구급대원 개인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 밀어 넣고,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구급대원 개인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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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 12일 기준 4만6천여 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구상권 청구 등의 대안도... 목숨 건 대원들, 국가가 보호해야

재난 현장에서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잃는 소방공무원들이 생겨난다. 모두 그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를 냉정히 바라보면 국가는 도로교통법 적용의 면책조항을 부여하면서까지 구급대원을 위험에 노출시켜 국가의 의무를 다하게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발뺌하며 국민의 한 사람이기도 한 구급대원 개인에게 국가의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소방대원의 출동 중 교통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년 소방공무원 현장대원으로 활동하며 똑같은 일을 겪은 경험이 있고 매일 출동 때마다 중앙선 침범, 역주행, 신호위반을 정상운행처럼 한다. 소방공무원에겐 어떠한 상황도 여유를 부릴 만큼 이미 절망적인 재난은 없고 이미 끝난 생명도 없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이 출동 중 교통사고를 냈다면, 일단 이에 대해 국가가 먼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확한 사고 조사 후 업무상 개인의 잘못이 명백하면,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있는 선택지도 있다. 그리고 긴급출동에 따른 교통사고의 책임에 대해 면책특권을 소방공무원에게 부여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안전의 의무를 해태할 만한 소방공무원은 없다고 생각한다. 소방공무원은 현장에서 언제나 스스로의 목숨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피해를 개인에게 지게 하는 것 역시 없어져야 할 적폐 중 적폐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고진영씨는 현직 소방공무원입니다. 필자는 소방발전협의회 활동을 통해 과거부터 소방차 출동 중 교통사고에 대한 면책특권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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