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보도, 2차 피해 심각" 피해자 변호인의 호소

5차 공판 시작 전 의견 밝혀... "피고인 측 주장만 과장 왜곡 보도"

등록 2018.07.13 14:33수정 2018.07.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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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안 전 지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윤석


"저, 재판장님..."

13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303호 형사대법정.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다섯 번째 공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이었다. 그때 피해자 변호사 중 한 명인 정혜선 변호사가 발언을 요청했다. 1차 공판 때 방청석 첫 줄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던 피해자 김지은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은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안 전 지사 측이 신청한 증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특히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 언론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재판장의 허락을 얻어 자리에서 일어난 정 변호사는 "재판 공개 결정 이후 증인신문 과정에서의 심각한 2차 피해가 발행하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번 증인신문 내용이 맥락 없이 왜곡 보도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취지였다.

피해자 측 "핵심 모르는 언론들, 일부만 과장·왜곡 보도"

구체적으로 정 변호사는 "공판 절차 전부를 비공개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배제하고 피고인 측 증인 신문을 공개재판으로 진행했다"라면서 "그로 인해 공소사실의 중요 증거나 진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언론이 피고인 측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과장, 왜곡 보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 한 예로 "심지어 수행비서였던 피해자가 통상적으로 했던 업무인 숙박지 예약마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한 반증인 양 왜곡되게 집중보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재판부를 향해 "엄중히 소송지휘권을 행사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정 변호사는 "피고인 측 변호인의 증인 신문이 피해자 진술 탄핵이라는 명분으로 피해자의 평소 업무 태도나 능력, 성폭력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추측성 평가, 동료들과의 트러블 등 공소사실과 직접 관계없는 내용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피해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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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는 전날 성명을 내고 "업무를 다른 찌라시성 시나리오로 둔갑시키는 제목을 게재하는 언론사는 성폭력 사안을 보도할 자격도 자질도 없다"라면서 언론사와 기사 이름 등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에 올라온 성명서 내용. ⓒ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부도 "우려"... 피해자는 현재 입원 치료 중


재판장인 조병구 부장판사(형사합의 11부)도 피해자 변호인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 사건 쟁점과 어긋난 자극적 이야기가 언론에 나가면서 재판부 고민과 다른 부분이 여론의 집중을 받아 우려스럽다"라면서 "물론 피고인 방어권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피해자 성향을 공격하는 신문을 자제하는 등 양측 모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바란다. 재판부도 적절한 소송지휘권을 행사하겠다"라고 답했다.

피해자를 조력하고 있는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는 전날 성명을 내고 "업무를 다른 찌라시성 시나리오로 둔갑시키는 제목을 게재하는 언론사는 성폭력 사안을 보도할 자격도 자질도 없다"라면서 "성폭력 사안은 '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언론사와 기사 이름 등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피해자는 건강이 악화돼 입원 치료 중이다. 정 변호사는 "당초 피해자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적극 재판에 임하겠다는 계획이었다"라면서 "그러나 16시간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에서 강도 높은 반대신문과 기억나지 않는 순간에 대한 다그치는 듯한 반복 신문으로 결국 재판이 끝난 뒤 자책감과 불안, 불면증으로 건강이 심히 악화됐다"라고 전했다.  
#안희정 #2차가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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