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시위', '성차별 사고' 운운한 나경원, 과거는 잊으셨나요?

[게릴라칼럼] 유흥주점 건물주이자 일베 폐쇄 반대했던 나경원의 엇나간 '혜화역 시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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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woodyh)등록 2018.07.13 15:22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글. ⓒ 페이스북 갈무리


"혜화역 시위에 참석한 일부 여성들이 외친 극단적 혐오구호와 퍼포먼스에 동조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동안 남성 중심적, 성차별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는데 대해서는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서로에 대해 차별적인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으로의 조정이 필요한 때다. 그것이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최근 불법촬영(몰래카메라)에 대한 성차별적인 편파수사를 규탄하며 혜화역 등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위를 보며"라며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이 글의 말미처럼, 문제의식은 분명 새롭진 않더라도 수긍할만하고 모범생과 같은 의견이라 할 만하다.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도 그럴싸했다. 사회적인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페미니즘' 문제나 단일 주제나 단일 성별로는 최고의 인원이 운집했다는 혜화역 시위에 대해 한 마디 얹고자 하는 의도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안타까운 것은 주장의 힘을 싣기 위한 예시였다. 인간이 무릇 경험의 동물인 바, 자신의 판사시절 치적을 앞세운 것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헌데, 하필 그 사건이 유흥업 관련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나 의원은 "90년대 초, 부산지방법원 판사 시절의 일"이라고 소개한 뒤 "남성 유흥종사자를 고용하는 유흥업소, 소위 '호스트 바'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시 검찰이 명시적 사유가 없음에도 이 '남성' 유흥업 종사자들에 대한 영장을 수없이 청구했고, 판사였던 나 의원은 검찰이 여성 유흥종사자의 접객 행위는 '풍미문란' 행위로 단속하지 않았다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여성 유흥종사자가 남성 손님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괜찮고, 성별이 바뀌면 구속 사유가 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호스트바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은 20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유흥종사자를 '부녀자'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강간죄의 피해대상이 '부녀자'에서 '사람'으로 확대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13년이다. 20세기 중반의 차별적 성 고정관념이 아직도 많은 법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1990년대 검찰 훈계했던 판사 나경원, 2000년대 '유흥주점' 건물주 나경원

그렇다면 20세기 중반의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에 대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성' 국회의원인  나 의원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 일면이 바로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 의원이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보도됐던 신당동 상가 건물 내용들이다.

당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하며 신고한 재산 중 나 의원은 판사로 재직 중인 남편과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신당동 상가 건물을 공동소유했다. 2011년 10월 <동아일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검증 리포트"에 따르면, 나 의원은 이 건물을 13억에 산 뒤 30억에 되팔았다.

헌데 이 건물 지하 1층에는 여성 접대부를 고용할 수 있는 1종 유흥주점이 '도우미 항시 대기'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계속해 문제가 됐다. 당시 나 후보 측은 "P주점 사장에게 업종 전환을 요구했으나 듣지 않았고 지역구 내에 상가 건물이 있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2010년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해당 유흥업소는 당시까지 미성년자 고용이나 성매매 적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끊임없이 그 업소에 대해서 건전한 업소로의 전환을 유도했었다. 빌딩주가 할 수 있는 그것에 대해서 권장하는 일이다. 서울시에서 간판 가이드 라인을 가지고 간판 소형화, 간판 수량의 제한 등이 전 구에 걸쳐서 철저히 실행되도록 할 것이다." (이종현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공보특보, 2011년 10월 14일자 오마이뉴스, <나경원, 도우미 술접대 유흥주점에서 월세 챙겼다> 기사 중)

불법 광고물 문제까지 불거진 유흥주점 건에 대해 당시 나경원 후보 캠프측이 밝힌 대응이다. <오마이뉴스>는 건물을 소유했던 '건물주' 나 의원이 유흥주점으로부터 매달 200만 원의 월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오한숙희 여성학자는 '여성'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나 의원에게 아래와 같은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오마이뉴스> 칼럼은 "여성운동가가 '나경원을 지지하지 못 하는 10가지 이유"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다.

"나경원 후보께서는 2010년까지 자신이 소유한 신당동 건물 지하에 유흥주점이 영업하도록 임대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여성도우미까지 있는 유흥주점에서 여성인권 침해가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본인이 국회의원이고, 남편이 판사인 공직자의 신분이라면, 인권침해 가능성 만으로도 임대에 신중해야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요?"(2011년 10월 22일 오마이뉴스, <나경원 후보님, '여성도우미' 정말 몰랐나요?> 중)


'여성' 4선 의원 나경원

"법적으로 보장된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어서 대신 적법한 영업활동을 해줄 것을 여러 번 부탁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 대변인이었던 나 의원. "주어가 없다"는 유행어를 남긴 나 의원은 당시 이명박 후보가 소유했던 서초동 빌딩 지하 유흥업소의 성매매 의혹 논란에 대해 이와 같이 해명한 바 있다. 아마도 같은 기간 자신이 '건물주'였던 빌딩 내 유흥주점에 대해서도  엇비슷한 생각을 갖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만약 나 의원이 진정 '혜화역 시위'에 공감하고, "남성 중심적, 성차별적 사고"에 길들여진데 대해 '공감'했다면, 더 먼 과거인 1990년대 검찰의 '호스트바' 영장 청구가 아닌 불과 8년 전까지 자신이 건물주였던 그 건물에서 영업했던 1종 유흥주점과 관련된 소회를 먼저 털어놔야 하지 않았을까.

"1등 신부감은 예쁜 여자선생님, 2등 신부감은 못생긴 여자선생님, 3등 신부감은 이혼한 여자선생님, 4등 신부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지난 2008년 11월 '경남여성지도자협회 정기총회'에서 나 의원이 한 발언이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상대당이었던 민주당은 "여성시장 되면 여성정책 당연히 된다"는 나 의원의 여성관을 문제시 삼고 나선 바 있다. 서울시장 후보 나 의원은 당시 "출산 가산점" 제도와 같은 공약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4선이자 자유한국당 내 대표적인 여성의원이 나경원 의원이 그간 여성인권을, 여성정책을 위해 어떤 법안을 내놓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명예여성'이란 표현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이 혜화역으로 뛰쳐나오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최소한의 '공범의식'을 갖는 게 도리 아닐까.

일베 폐쇄 반대했던 나경원

"일베 폐쇄 추진은 표현의 자유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행위이자,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 공간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포털사이트 중 여권에 대한 로열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네이버를 압박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눈엣 가시같은 반여권 사이트를 폐쇄 운운하며 압박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나경원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표현의 자유 후퇴시키는 일베 폐쇄 추진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글이다. 당시 '일베' 사이트를 폐쇄해달라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고, 청와대가 "방통위는 웹사이트 전체 게시물 중 음란물이나 차별·비하 내용을 담은 정보가 70%에 달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일베가 이 기준에 맞는지 보겠다"고 답한 것에 대한 의견을 낸 것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혜화역 시위의 주요 내용은 여성범죄와 여성혐오 반대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내세우는 '미러링'이 바로 '일베'로 대표되는 여성혐오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표출됐다. 그 여성혐오를 극대화시킨 일베 사이트 폐쇄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나경원 의원.

한때 "여성을 서울시장으로"란 구호를 외쳤던, '여성' 국회의원인 나 의원이 이런 맥락을 고려하며 '혜화역 시위'와 '공감'을 언급했는지, "남녀를 불문하고 서로에 대해 차별적인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으로의 조정"을 말한 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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