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운동원이 바라본 정의당 지지율 고공행진

[주장] '지지도 3위' 정의당에 시급하게 필요한 것...지역에서도 역량 키워야

등록 2018.07.16 14:35수정 2018.07.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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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 리얼미터


6.13 지방선거 이후 정의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자유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다.

9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의당 지지율은 12.4%로, 한국당(16.8%)에 오차범위(±2.5%p)내로 다가섰다(이 조사는 지난 9~11일간 전국 19세 이상 1502명이 응답을 완료(응답률 3.7%)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의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10% 동률을 보였다(이 조사는 지난 10∼12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밑바닥 여론도 나쁘지 않다. 한 지인은 "당장 지금 총선거 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사실 두 자릿수 지지율은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의 오랜 숙원이었다. 2017년 5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진짜 목표는 두 자릿수 득표율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심 후보는 TV 토론 등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득표율은 6.2%에 그쳤다. 그러다 6.13지방선거 이후 꾸준히 지지율이 상승하더니, 자유한국당과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볼 때,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은 착시현상이라는 판단이다.

지역 역량도 3위에 걸맞은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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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이근하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남편 지유석씨. ⓒ 이근하


지역 단위에서 분석해 보자. 나는 6.13 지방선거 당시 '본의 아니게' 선거판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정의당 아산시 라선거구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아내를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은 불가피하게 얼굴을 '팔아야' 하는 데, 내 성격이 이런 일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번은 내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에 우스갯소리로 "정치인 남편의 길은 가기 싫어도 억지로 코 꿰여 가야하는 길"이라고 적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내가 선거운동 일선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모든 생업을 던지고 선거판에 올인했다.


나와 아내 그리고 네 명의 운동원만으로 선거를 치렀는데, 이 정도만으로는 역부족 같아 보였다. 선거는 자금과 조직이라는 오랜 정치판의 속설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님을 절감했다. 그러나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엔 그룹을 나눠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다 아내와 내가 '부부유세단'으로 유권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우리 부부는 늦은 밤까지 거리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렸다.

반응은 괜찮았다. 유권자들은 명함을 건네는 후보자들을 잡상인(?) 취급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다니니 유권자들이 화기애애한 반응을 보였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에 많은 위안을 얻었다.

그럼에도 당선은 확신할 수 없었다. 유권자들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지만, 이 반응이 곧장 표로 연결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다만, 자유한국당 후보에겐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매달렸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밝혀둔다. 자유한국당 후보 개인에게 억하심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청산돼야 할 정치세력이라고 여겼고, 그 자리를 정의당 후보인 아내가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심 당선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1, 2위는 더불어민주당이, 3위는 자유한국당이 차지했다. 단지 우리 부부는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다시 한 번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

아내가 출마한 충남 지역에서 정의당은 9명의 후보를 냈다. 이 가운데 도의원 한 명만 간신히 당선되고 나머지는 모두 낙선했다. 충남은 진보정당의 불모지였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이래 2006년 민주노동당 임광웅 아산시의원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진보정당 소속 기초·광역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선거 전, 정의당 충남도당은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이 같은 자신감을 무색케 만들었다.

정의당이 원내 6석에 불과한 군소정당임에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의제와 정책을 개발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르면 정말 세간의 평가대로 더불어민주당에 이은 제1야당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난 지금 구도 그대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강 구도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정의당은 기초 체력이 허약하다. 충남 지역만 봐도 그렇다. 충남 지역은 영·호남에 비해 지역구도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 그보다 여러 양상이 뒤범벅 된 양상이다.

아산이나 천안은 수도권 유입 인구가 많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여당, 보다 정확히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성향이 강하다. 동시에 보수 정당의 세도 만만치 않다. 이는 최근 세상을 떠난 김종필(JP)의 지역정치가 원인이 아닐까 진단한다. 간간이 보수 진영에 몸담고 있다가 민주당 쪽으로 넘어온 인사도 눈에 띤다. 시쳇말로 겉옷은 파란 옷인데 속은 빨간 부류들이다. 이런 구도에서 정의당의 존재는 참으로 미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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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1야당' 내건 정의당 이정미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년 제1야당'을 목표로 하는 정의당은 이날 회견장에 "특권은 내리고 민생은 올리겠습니다"라고 적은 문구를 내걸었다. ⓒ 남소연


한편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원팀' 전략을 구사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 후보들을 당선시켜 달라는 호소였고, 이 같은 전략은 힘을 발휘했다. 게다가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은 겹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지난 대선 당시 소셜미디어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표가 가면 문재인 후보 표를 잠식해 결국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었다. 이런 경향은 지방선거 때에도 존재했다. 유권자들과 만나보니 정의당에게 표를 주면 사표가 될 것이란 인식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아내와 나는 '우리 지역구가 3인 선거구라 정의당 찍어도 사표되지 않는다'고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앞서 지적했듯 정의당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분명한 색깔을 드러냈다. 정의당 지지율 상승세는 이 같은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도권에서의 이야기다. 수도권 아래로 내려가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충남처럼 정책선거와 지역구도가 혼재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영·호남처럼 지역구도가 확고히 뿌리박은 곳도 있다. 이런 와중에 정의당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지금 상황을 지금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월드컵에 비유해 보자.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비교적 약체라고 평가 받았던 팀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팀을 만나 선전한 데 불과하다. 첫 경기 결과가 16강 진출을 보장하지 않는다. 남은 경기 결과를 봐야하고, 경우에 따라선 '경우의 수'도 따져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2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안 야당 너머 2020년 대한민국 제1야당 자리를 반드시 거머쥘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월드컵 16강 토너먼트와 마찬가지로 제1야당이란 목표를 이루려면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시급한 건 기초체력이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두 241명의 후보를 냈으며, 이중 광역비례대표 10명, 광역지역구 1명, 기초비례대표 9명, 기초지역구 17명 등 총 37명을 당선시켰다. 과거보다 나아진 성적이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지지율에 걸맞는 성적표인지는 의문이다.

선거제도 개혁해도... 

이대로라면 선거제도를 개혁한다 하더라도 문제다. 정의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개혁을 주장해왔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간략하게 말하면, 지지율대로 의석을 가져가는 선거제도다. 이 제도를 한국에 도입한다고 해서 정의당 의석수가 늘어날까?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한다.

현장에서 보니 유권자들은 기왕이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런 현상이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에만 국한될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총선거에서도 여당은 청와대와 '원팀'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의 힘이 강할 때 선거가 치러질 경우 여당이 의석을 '싹쓸이'해갈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런 현실을 전제해 볼 때, 지역단위에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정의당은 거대 양당 구도에서 틈새만 찾다가 존재감을 잃어갈 것이다.

진보정당의 존재는 필요하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라 온건 보수에 가깝다. 자유한국당이 극우 성향을 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진보적으로 비칠 뿐이다. 정의당 지지율 상승세 역시 자유한국당의 '헛발질'에서 오는 반사이익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판단이다.

자유한국당의 기초체력은 만만치 않다. 이들은 언제든 활력을 회복할 것이다. 정의당이 겨우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데 우쭐하면, 언제든 주저앉기 십상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진보정치의 기반이 허약하다는 말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지역단위에서 역량을 키워라. 계속해서 정책을 개발하고, 의제를 선점하고, 사람들을 영입하고, 조직을 갖춰라. 자금 확보도 필수다. 이런 작업을 등한시 여긴다면 정의당은 원내 제1당은커녕 존재감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의 실패는 곧 한국 진보정치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지지율의 마법에 취해선 안될 이유다.
#정의당 #아산시 라선거구 #이정미 대표 #자유한국당 #6.13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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