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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아침부터 족발 먹은 이유... 그는 왜 화를 냈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노력 않는 자에게 준 복권? 시청자는 불편하다

18.07.13 19:44최종업데이트18.07.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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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뭐 드셨어요?" 
"족발이유."

지난 6월 1일, 백종원 대표(더본코리아)를 인터뷰하던 중 문득 그의 가장 최근 식사가 궁금했다. 세상의 온갖 맛있는 것들을 다 먹어보고, 다 만들 줄도 아는 백 대표이니만큼 남다른 무언가를 먹었을 거라 기대했지만 족발이라니. 전날 야식으로 먹은 배달 음식이 남기라도 한 건지 궁금했는데 직접 만들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골목식당>하는 가게 중에 하나가 족발집이에요. 장사 안 되는 족발집의 제일 문제가 뭔 줄 알아요? 남는 족발. 삶아놨는데 족발이 남으면 진짜 처치 곤란이거든. 자기 전에 계속 고민하다가 태국 음식 중에 족발 덮밥이 있는데 그걸 한 번 해볼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눈 뜨자마자 해본 거예요."

<골목식당> 출연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아침부터 족발을 삶았다니. 출연자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지만 "아직 방송이 안 나갔으니 쓰면 안 된다"는 백 대표의 말에 인터뷰 기사엔 담지 못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 편의 한 장면. ⓒ SBS


백 대표를 잠 못 들게 만든 족발집이 궁금했다. 인터뷰 일주일 뒤인 지난달 8일, 족발집이 포함된 뚝섬 편이 방송을 탔다. 방송 이후의 반응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수준 이하의 맛, 위생 상태는 물론, 태도도 좋지 못했다.

분노한 일부 시청자들은 "식약처 및 담당 기관의 대대적인 위생 점검과 불시점검을 시행해야 한다"며 청와대 청원까지 게재했고, <골목식당> 팀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열정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외식업자들을 돕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달리, 기본도 되지 않고 배울 의지도 없는 출연자들에게 왜 도움을 주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적은 앞서 방송된 충무로 필동 편의 국숫집, 이태원 해방촌 편의 원테이블 식당, <골목식당>의 전작인 <푸드트럭> 출연진들을 향해서도 쏟아진 적이 있다.

하지만 논란은 홍보의 다른 이름. 거센 비난을 받더라도 일단 방송을 타면 일시적으로나마 식당에는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다. 호기심 많은 일부 대중은 "얼마나 못 하길래" 하며 식당을 찾기도 하고, 방송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이 담기면 홍보 효과는 더 드라마틱해진다.

또, 논란의 출연자들은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화제성을 높이는 좋은 장치가 되기도 한다. 제작진이 일부러 논란의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푸드트럭> <골목식당>을 연출한 김준수 PD는 과거 <오마이뉴스>에 "<골목식당>과 백종원 대표의 취지는 그저 출연자 개개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외식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PD는 "하루 3천 개가 넘는 자영업체가 문을 열고 2천 개가 넘는 업체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실제로는 방송보다 더 말도 안 되게 창업해 황당하게 장사하는 분들이 많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많은 분들이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랐다"고 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화면 캡처. ⓒ SBS


백종원 대표는 지난 6월 15일 방송분에서 뚝섬 편 사장들을 모아놓고 "<골목식당>에 나가면 대박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 프로그램을 로또라 여길까 우려한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몇몇 출연자들을 향해 분노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는 이유는 큰 노력도, 배움에 대한 절실함이나 간절함도 없는 이들이, 백종원의 노하우와 방송의 힘으로 성공한 요식업자의 길에 무임승차하는 것에 대한 반감일 것이다.

하지만 백 대표는 늘 "방송으로 인한 반짝 효과는 딱 두 달"이라고 강조한다.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두 달 후에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종영한 <푸드트럭> 출연자들이나, 카메라가 떠난 <골목식당> 출연자들과도 꾸준히 연락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 개발팀을 시켜 주기적으로 매장들의 상태를 보고받고 있다. 방송 이후 손님이 몰리자 가격을 올린 몇몇 업주들에게는 직접 전화해 혼내기도 하고, 초심을 잃고 변질된 부분을 지적하기도 한다고.

이 반감을 줄이고, '반짝' 효과를 꾸준함으로 바꾸려면, 결국 필요한 것은 실력과 노력일 것이다. 방송 초반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무슨 골목 상권 살리기냐"며 백종원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비난하던 여론이 엎어진 것도 결국 백 대표의 실력과 꾸준함 덕분이었듯 말이다.

13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장어집 사장과 함께 현장 체험 학습을 떠나는 백종원 대표의 모습이 예고됐다. ⓒ SBS


인터뷰 당시 백 대표는 "시청자가 느끼는 분노와 답답함에 곱하기 2를 하면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면서 "진짜 문제는 방송으로 보기 전까지 그분들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자기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방송에 나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제가 정말 그랬어요?', '제 표정이 저랬어요?'하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면서. 백 대표는 "결국은 방송을 통해 깨닫고 배우게 된다. 전부 성공적일 순 없겠지만, 핫도그 사장님(푸드트럭 강남역 편) 같은 분들도 계시니, 그런 분들 보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14일) 방송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솔루션에 합격한 장어집 사장을 데리고 현장 학습을 떠나는 모습과, 뚝섬 편 사장들에게 다시 한 번 기본기를 강조하고 도움을 주는 모습이 담길 예정이다. 백종원 대표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뚝섬 편 사장들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골목식당>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여러 출연자들이 그러했듯이.

하지만 달라진 태도와 영업 방식으로, 그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온 백종원 대표까지는 이해시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정도로는 시청자들과 식당을 찾을 소비자들까지 이해시킬 수는 없다. 방송의 도움이 아닌 무언가, 그들 스스로가 해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바탕에는 무한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고 말이다. 백 대표의 선의와 개인기의 도움으로 '로또'를 맞을 출연자들의 모습에, 더 이상 시청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말이다. 

골목식당 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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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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