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추천 '1순위' 교장 후보들, 교육지원청에서 탈락시켜

[발굴] '평교사 출신 교장' 막으려는 교육 관료들의 반란?... 서울시교육청, 실태조사 착수

등록 2018.07.16 20:27수정 2018.07.1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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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육지원청 교장공모심사위원장이 서울시교육감에게 보내는 '교장공모 교육청 심사 결과 보고서' 서식. ⓒ 윤근혁


학교 내부 구성원인 교원, 학부모 등이 1등으로 뽑은 평교사 출신 교장 후보들이 지역 교육지원청 심사에서 줄줄이 '꼴찌'로 탈락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올해부터 확대된 내부형 교장공모제에서 학교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전면 무시한 것이어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강력 항의할 태세다.

학교에선 압도적 1등, 교육지원청에선 압도적 꼴등?

16일,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내부형 공모제 시행 학교들에 따르면 서울 북부교육지원청과 남부교육지원청의 교장공모심사위가 각각 '교장공모제 학교심사위' 결과 1등을 차지한 D초등학교와 O중학교 '평교사 출신 교장 후보'를 '최하' 점수를 줘 탈락시켰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는 물론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 출신 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제도다. 올해 2학기부터는 이 제도가 전체 자율학교(대부분 혁신학교) 교장공모제 신청교의 50%로 늘어난다. 기존 15%에서 확대한 것이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2018. 9. 1자 교장공모제 시행계획' 문서를 보면 교장공모제의 경우 1차로 학교 심사위에서 3명을 뽑아 등수를 매긴 뒤 교육지원청으로 보내면, 교육(지원)청 심사위는 이들 가운데 2명을 뽑아 교육감에게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장공모제의 경우 해당 학교 교원과 학부모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학교에서 서류심사, 학교경영설명회 심사, 면접 등으로 나눠 심층 검증하도록 했다. 학교 심사위에는 10~20명의 교원, 학부모 위원이 참여한다. 교원의 경우 무기명 투표로 심사위원을 뽑도록 할 정도로 위원 선정부터 엄격하다.

혁신학교인 두 학교는 이런 엄격한 과정을 거쳐 '평교사 출신 교장 후보'를 1등으로 각각 뽑았다. 두 학교 모두 혁신학교를 만들어온 후보를 선택했고, 차점자와 점수 차이 또한 매우 컸다. 교감과 교장 출신 교장 후보들이 뒤로 밀린 것이다.


그런데 북부, 남부교육지원청 심사위는 학교가 1순위로 올린 두 후보에게 모두 3등 점수를 준 뒤 탈락시켰다. 두 교육지원청의 심사위원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전·현직 교장 또는 교육청 직원이었다. 학부모 대표와 평교사는 심사위원 위촉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

두 학교 학부모들은 일제히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D초 교장공모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학부모 A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학교 심사위원들이 압도적으로 뽑은 교장 후보를 교육지원청이 꼴등으로 만든 것은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면서 "교육지원청이 내부형 교장공모제 2차 심사에서 학교 내부 구성원의 뜻을 이렇게 무시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O중 교장공모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학부모 B씨도 "교육감도 아닌 교육지원청 직원들이 학교의 심사 결과를 이렇게 정반대로 뒤집은 것을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장공모제 심사 지침에서 "학교의 1차 심사 결과 1순위자 이외의 자를 (교육지원청의) 2차 심사 결과 1순위자로 추천 시 그 이유를 교육청 심사결과 추천 공문에 명시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학교 심사 결과 1순위를 교육청이 후순위로 바꾸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두 교육지원청 심사위는 학교 1순위에게 최하 점수를 줘 아예 2순위 추천 후보에서도 탈락시켰다.

D초의 한 부장교사는 "인사권자인 교육감에게 '학교 1등 후보'를 추천하지도 못하도록 한 북부교육지원청의 이번 행동은 보수 기득권 교육 관료들의 반란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감, 교장 후보자 최종 선정 연기하기로

이에 대해 남부교육지원청의 한 과장은 "교육지원청 심사위는 교장 후보들을 심사할 때 학교운영계획서 심사와 심층면접 과정에서 모두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특정 후보를 일부러 탈락시켰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두 학교 학부모 대표 10여 명은 16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을 비공개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교육청도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부와 남부 교육지원청의 교장공모 심사 과정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오는 17일로 예정된 서울시교육감의 공모교장 임용제청 추천자 최종 선정도 미루기로 했다.
#교장공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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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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