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텅 비었는데 "앉지 마라"... 자리없는 응원단 '부글부글'

코리아오픈국제탁구대회 대회 운영 놓고 논란... 주최측 "개방 검토하겠다"

등록 2018.07.17 14:47수정 2018.07.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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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기자석(사진 왼쪽). 17일 부터 22일까지 대전 한밭체육관과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2018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응원석의 자리가 부족하자, 텅빈 기자석을 개방해야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텅빈 기자석(사진 윗쪽 왼편)과 자리가 없어서 번잡한 일반시민 응원석(사진 아래쪽). 17일 부터 22일까지 대전 한밭체육관과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2018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응원석의 자리가 부족하자, 텅빈 기자석을 개방해야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가 대전에서 열린 가운데,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고, 남한 선수들과 단일팀을 이뤄 경기에 출전하면서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몰려드는 응원단에 비해 대회 주최 측의 대회운영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 자리가 부족해 시민들이 서서 응원을 하는데도 텅 비어 있는 기자석을 개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예선전이 시작된 한밭체육관에는 남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전지역 공동응원단 100여 명과 부산지역에서 올라온 응원단, 탁구동호회 회원 등 일반 시민, 세계 각국 응원단 등 1000여 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남북공동응원단은 관중들이 앉을 수 있는 오른쪽 응원석에 자리를 잡고 응원을 펼쳤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응원단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문제는 응원단에 비해 자리가 부족한 데서 시작됐다. 전체 1000여 석에 불과한 응원석은 이미 포화 상태여서 서서 응원을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그런데 건너편 기자석과 VIP석, 선수대기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선수대기석과 VIP석은 그렇다 쳐도 180여석이 넘는 기자석을 텅텅 비워두고도 시민들에게 개방을 하지 않는 것에 시민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부산에서 응원을 하기 위해 왔다는 시민 오민호씨는 "왜 건너편은 텅텅 비워두고 개방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실제 취재기자들은 경기장 주변에 있거나 관중들과 함께 있는데 뭐 하러 좌석을 확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동응원단을 저기로 보내면 일반 시민들이 좀더 편하게 탁구경기를 관람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이게 뭐하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불만은 공동응원단을 이끌고 있는 단체들에서도 터져 나왔다. 박희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집행위원장은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탁구협회에 텅 비어 있는 기자석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안 된다고 말했다"며 "선수들을 응원하겠다고 먼 곳에서 찾아온 시민들에게 어떻게 이런 대접을 할 수 있느냐, 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느냐"고 말했다.

탁구협회 "국정원이 막아서..."... 통일단체 "과도한 대응"

이러한 볼멘소리에 탁구협회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의 항의에 탁구협회 관계자는 "기자석은 선수대기실과 문을 같이 사용한다. 따라서 그곳을 개방할 경우 선수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국정원이 막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북한 선수들과 시민들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시민 불편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실제 국정원 직원은 공동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통일단체 관계자에게 전화해 "북측 선수들과 과도한 접촉을 하지 마라"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또 대전시는 통일단체에게 정부요청 사항이라며 공문을 전달했는데 여기에는 '응원 관람간에 북측 선수들과의 접촉을 하지 마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통일단체 관계자는 "국정원이나 통일부가 과도하게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남북정상이 만나고, 판문점 선언 이후 민간교류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그런데 국정원이나 통일부가 과거 관습에 얽매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정원 직원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경기장 주변에 머물면서 응원단이나 시민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말을 걸려고 하며 "말 걸지 마세요"하고 제지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누구시냐'고 물었으나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에 시민들은 "국정원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대전에 온 북측 선수들에게 따뜻한 인사도 못하게 차단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편,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일반시민들과 선수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 관람석을 구분했다. 그런데 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논의를 통해 기자석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대한탁구협회 #국정원 #한밭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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