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운 금융위 간부의 문자... 박용진이 정무위에서 쫓겨난 이유

[스팟인터뷰] "이재용-삼성바이오 등 재벌개혁 산적하지만... 당과 각 세우고 싶진 않다"

등록 2018.07.18 09:42수정 2018.07.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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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저격수'로 불리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에서 배제됐다. ⓒ 남소연


"아무래도 정무위에서 쫓겨날 것 같아요. 제가 정무위에 남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거겠죠."

지난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로 인터뷰를 하던 도중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이 답답하다며 남긴 전언이다. 전날인 16일 최종 발표된 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 명단에는 실제로 박 의원 이름이 없었다. "정무위가 당연히 1지망"이라던 그였다. 17일, 전화를 걸었다.

- 정말 정무위에서 빠졌더라. 그때 말했던 박용진이 정무위에 남지 않길 바란 '사람들'이 누구냐.

"관료들이다. 당장 금융 관료들은 정무위가 아닌 박용진이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자료들에 대해 제출을 거부할 거다. 5분, 7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을 대상으로 상임위 질의도 못한다. 자신들의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공포에서도 벗어난 거다."

박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건희 차명계좌를 밝혀내는 등 지난 2년간의 정무위 활동으로 평생 화두였던 재벌개혁을 겨우 시작했는데 떠나게 돼 아쉽다"고 털어놨다. 박 의원은 "사실 상임위가 배정된 어제 저녁 금융위 고위 간부에게서 '아쉽다. 우리가 작업한 게 절대 아니다'라는 문자도 왔다"면서 "금융 관료들도 스스로 제 발 저리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무위는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한국산업은행 등 핵심 경제 부처를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다. 각종 대기업 문제와 직결된 상임위인 셈이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 때 정무위 위원을 활동하며 이건희 차명계좌 의혹을 밝혀내고 과징금을 부과해 '국감 스타'로 주목 받았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던 그에겐 '삼성 저격수'란 별명도 붙었다.

박 의원은 "상임위 배정 문제를 두고 당이나 (홍영표)원내대표와 각을 세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거듭 말하며 극구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정무위 2년 동안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평가 받았는데 굳이 다른 상임위로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뚜렷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제나 이건희 차명계좌를 비롯한 재벌 기업들의 꼼수, 보험업 감독규정·중간금융지주회사(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일반지주회사가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세워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제도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지배할 수 없는데 이를 해소시켜주는 방안으로 일방적으로 삼성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문제 등 재벌개혁 현안이 산적하다"면서 "정무위 밖에서도 상임위가 2개라는 각오로 삼성을 비롯한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의원과 <오마이뉴스>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상임위 문제로 당과 각 세우고 싶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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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무위 소속이던 지난 2017년 9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문재인 정부의 증세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 지난 인터뷰때 정무위에서 떨어질 것을 예상하며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교육위로 갔다는 것이 서운하다기보단 정무위를 떠나게 돼서 아쉽다는 것이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대선 공약의 실천과 그를 위한 구체적인 법안 작업들, 그간 벌어졌던 관료들의 재벌 특혜 등을 더 깊게 파헤치지 못하게 된 데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 뭐가 가장 아쉽나.
"이건희 차명 계좌를 뒤지면서 금융 관료들이 어떻게 삼성 재벌 총수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일해왔는지, 부자들과 힘센 사람들의 차명재산에 대한 과세를 어떤 식으로 회피해왔는지 알게 됐다. 이제 겨우 시작한 거고, 더 파헤쳐야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재벌들이 보험업법을 무력화시키는 문제도 더 파고 들어야 했는데... 7월에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기준으로 보자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약 20조~25조 이상씩 더 보유함으로써 이재용 총수 일가가 고객의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말도 안 되는 특혜를 받았다. 법을 무시하는 재벌 특혜를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 아직 산더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그렇다. 법안을 발의해서 삼성은 물론 현대, 금호 할 것 없이 재벌 총수들이 전부 다 공익재단에 돈을 묻어 놓고 세금을 회피하는 꼼수를 막아내야 하는 일도 당장 직면해 있었다. 이렇게 느닷없이 위원회가 바뀌어서 재벌개혁 법안 조치들이 혹여 무산될까 걱정이 있다."

- 재벌개혁에 있어 '강성'으로 평가받는 '정무위 3인방' 이학영·제윤경·박용진 중 박용진만 배제됐다.
"세 사람 각자 역할 배분이 있었다. 나는 재벌 총수들의 편법·탈법·부당한 기업 지배에 집중해왔었다. 그런 면에서 영역 차이가 있다. 남게 된 두분은 두분 나름대로의 역할을 계속해서 잘 해가실 거다."

- 최종적으로는 당이 본인을 정무위에서 배제한 것 아닌가.
"이 문제를 두고 당이나 (홍영표)원내대표와 각을 세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얼마 전에도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기 법사위에서 떠나게 됐다고 마음에 안 든다면서 공개 입장 표명을 했던데... 보기 안 좋더라. 자기가 희망하는 상임위에 못 갔다고 투덜거릴 생각은 없다. 정무위에서 재벌개혁에 힘쓸 사람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바이오로·보험업 등 현안 산적...정무위 밖에서도 재벌개혁 계속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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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를 안내하는 이재용 부회장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도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정무위 대신 교육위와 예결위를 배정받았다. 두 상임위 모두 지역구에 직접 도움이 돼 의원들이 선호하는 상임위 아닌가.
"1지망이 정무위였고 2지망도 쓰라고 하길래 의원실 직원들에게 아무데나 상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교육위로 배정 받은 것 같은데... 일찌감치 대표적인 인기 상임위인 국토위나 산자위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얘기했다. 인기 상임위 여부가 아니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시대적 사명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을 원했던 거다. 정무위 2년 동안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도 평가 받았고 그래서 더 있고 싶었던 측면도 있는 거다. 그렇지만 굳이 다른 데로 가야되는 이유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처음에는 환노위 쪽에 가라고 해서, 환노위일 줄 알고 있었다. 환노위만 해도 재벌개혁과 관련해 할 곳이 많은 곳이라 준비하고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교육위라고 해서 조금 의외였다. 거듭 말하지만 교육위가 하찮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전혀 아니다."

- 이건희의 차명계좌를 밝혀내는 등 성과가 많았다. 2년간의 정무위 활동에서 후회되는 점은 없나.
"사실 이건희 차명 계좌 건은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큰 성과였다. 단순히 고발성으로 터뜨린 게 아니라 늦었지만 세금을 거두기도 했고 제도 개선까지 만들어냈다. 행복했다. 다만 아까도 말했지만 보험업 감독 규정 관련 삼성생명이 과도하게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드디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 두고두고 아쉽다. 어렵게 낸 개정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타이밍이라 더 그렇다.

이재용 부회장과 연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도 '더 빨리, 더 집중해서 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껏 이 문제를 두고 금융위가 이상한 태도를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 정무위에서도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견제했어야 할 측면이 있었다.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에 대해선 다른 위원들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특히 드리고 싶다.

또 하나는, 정무위에 있으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게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삼성의 시도다. 지금 분위기로 봐선 마치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이 문제에 사활을 거는 것 같다. 그만큼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이 문제를 풀어야만 자신의 경영권 승계가 완결된다는 거다. 이건 삼성만을 위한 특혜이기 때문에 관련 논의나 이런 것들이 국회를 통과되면 안 될 텐데... 생각할수록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다."

- 상임위 배정 확정 직후 페이스북에 "의원실 보좌진들에게도 지금까지의 역할과 현 위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고 썼더라.
"정무위에 남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국회 상임위에만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다. 후반기엔 상임위가 두 개라고 생각하겠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각오를 더 새롭게 하겠다.  모든 관계와 역량을 동원해서, 모든 걸 쏟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뛸 거다. 장외 상임위원이라고나 할까(웃음)."

- 최근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나는 2012년에 이미 최저임금 만원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문제는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다. 시장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당장 혼란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좀더 강한 의지로 밀고 가야 하는 문제다."

#박용진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삼성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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