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옹호한 나경원, 참여정부 때는 이런 말도 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인사 실패 반복"... 비대위원장 거론되자 "문 대통령 생각 꿰뚫을 것"

등록 2018.07.18 15:50수정 2018.07.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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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인 2006년, 한 인사가 입길에 올랐다. 그가 교육부총리로 지명되자마자, 온갖 '악담'에 가까운 혹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제를 망치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주도한 인사다. 이제 교육까지 거덜 낼 작정인 것 같다. 장담컨대 정권에 큰 고비를 맞게 하는 불행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국정운영 능력 14점짜리 인사를 고집하고 있다."(2006년 7월 3일)

당시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의 논평이다. 대상은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다.

아이러니하게도 12년 후, 그는 자신에게 악평을 쏟아낸 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17일 김병준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는 자유한국당의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됐다. 12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의 '흑역사'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은 2006년 당시 교육부총리로 임명됐지만, 1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했다. '논문 표절 의혹'이 문제가 됐다. 김 부총리가 국민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논문을 심사했던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베껴 썼다는 의혹이었다.

"이번 표절의혹은 국민들의 양심을 훔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인사가 급기야 교육부총리를 하고 있다니, 한국 교육의 미래가 암울하기까지 하다."


2006년 7월 24일,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진 첫 날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렇게 논평했다. '의혹'만으로 '양심을 훔쳤다'고 했다. 며칠 후인 7월 27일, 김 부총리는 논문 중복 제출 시비에도 휘말렸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성과 부풀리기는 학자로서의 양심도 스승으로서의 도리도 장관으로서의 자격도 없는 부도덕성의 극치다. 김 부총리는 국무위원 뿐 만아니라 대학 교수직에서도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된다." (2006년 7월 29일,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

나경원 의원이 2006년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논란 속에 김 부총리는 두 가지 잘못을 스스로 인정했다. 표절 의혹이나 논문 재탕에는 반박했지만, 두뇌한국(BK) 21 논문실적 중복 보고와 논문실적 거짓 보고한 것은 잘못을 시인했다. 김 부총리는 "의도되지 않은 실무자의 행정적 실수"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스스로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 김 부총리가 사퇴하지 않고 버티자, 날이 갈수록 발언 수위는 세졌다.

"이승엽 선수의 400호 홈런을 기다리는 것은 재미라도 있지만 김 부총리의 사퇴는 기다리는 짜증에 더위를 더 느끼게 한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태를 보면서 왜 이렇게 노무현 정부의 인사실패가 반복되는가를 생각해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치를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인사 법치', '국민의 눈치', '주변의 코치'를 무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2006년 8월 1일,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

하루 뒤인 8월 2일 김 부총리는 취임 13일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국정을 운영하는 데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며 "그동안 고통 당한 가족들과 당분간 쉬고 싶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김 부총리를 향해 나 대변인은 "김 부총리가 물러난 것은 민심에 따른 결정으로, 환영할 일"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후임 부총리 인선 때 측근 중심의 '코드인사'가 아니라 국민의 뜻에 맞는 제대로 된 인사를 해 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해 말, 한나라당은 '2006년 국민과 함께한 7대 뉴스'를 선정했다. 거기엔 "김병준 교육부총리 등 노무현 정권의 반헌법적 인사전횡을 저지한 것"도 꼽혔다.

"정권에 불행의 씨앗"이 한국당에 트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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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접대' 의혹...해명하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골프 접대' 의혹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그 후, 12년이 흘렀다. 지난 12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 위원장으로 물망에 올랐음이 공개됐다. 그러자 나 의원은 본인이 적극 나서 13일 만에 낙마시킨 김 명예교수를 "김병준 전 부총리"라고 불렀다.

"김 전 부총리는 현재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 때 같이 일을 했다. 그러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어떻게 보면 꿰뚫고 있을 수 있다. 또 진보정부에서 일을 했던 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가지 좌우의 시각을 가지고 저희 당을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병준 전 부총리는 본인의 생각이 진보좌파라고 생각은 안 하셔서 나라가 가야 될 미래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는 것 같고 그래서 그런 면에서 저희 당이 가야 될 부분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할 수 있다."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종합해보자.

"경제를 망친 인사"에 "정권에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며, "양심을 훔쳤"고 "국무위원 뿐 아니라 대학교수직에서도 물러나야"하는 인물이던 김 명예교수는 12년이 흐르자 "좌우의 시각을 갖고 당을 혁신하는 도움이 될" 구원투수가 됐다.

12년 동안 바뀐 것이라고는 김 명예교수가 드러내놓고 '우클릭'하기 시작했다는 것뿐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총리로 지명됐으나, 탄핵으로 흐지부지 된 바 있다.

과거에는 교수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혁신위원장은 가능하다는 것이 한국당 의원들의 현재 논리다. 과거의 혹평이 말빚으로 남은 셈이다. 그러나 빚진 자는 '칭찬'만 늘어놓을 뿐이다. '이중잣대'에 대한 반성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김병준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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