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넷 유권자 운동' 2심도 유죄… "악법 적용 대법에 상고"

“참정권 보장과 표현의 자유 확대 위해 선거법 개정해야”

등록 2018.07.18 18:21수정 2018.07.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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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넷 기자회견 사진 ⓒ 총선넷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총선넷의 유권자 운동에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총선넷 시민단체 활동가 22명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유죄를 선고 받은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가는 '재갈 물리기'라며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제7형사부)는 18일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 김명희 협동사무처처장, 김창곤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전 본부장, 참여연대 안진걸 전 사무처장을 비롯한 활동가 22명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22명 전원에게 공직선거법 90조, 93조, 103조 위반혐의를 적용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광호 사무처장에게 70만원, 김창곤 전 본부장에게 30만원, 김명희 협동처장에게 선고유예, 안진걸 전 사무처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총선넷은 지난 20대 총선 때 국내 시민사회단체 1000여개가 구성한 유권자운동단체로 '기억, 심판, 약속'을 키워드로 한 유권자운동을 전개했다. 후보자들의 과거 언행과 이력 등에 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개혁정책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나아가 시민사회단체가 작성한 낙천명단을 통해 부적격 후보자 낙선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

총선넷은 현행​ ​선거법을​ 준용하기 위해 후보자의 이름이 없는 현수막과 구멍 뚫린 피켓 등을 이용해 낙선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했다. 또, 지역 순회 기자회견 때는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의 점검 속에 무리 없이 진행했다.

그런데 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의 고발과 검찰의 기소가 이어졌고, 검찰은 활동가의 사무소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기자회견 단순 참가자까지 기소해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문서ㆍ도화ㆍ시설물 등을 이용해 불법적 선거운동(구멍 뚫린 피켓)을 하고 ▲낙선 기자회견에서 확성기를 사용하고 ▲선거기간에 금지된 집회를 하고 ▲선거관리위에 신고하지 않고 여론조사(낙선 대상자 선정)를 한 행위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올고등법원은 총선넷이 진행한 기자회견을 집회로 해석했으며,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확성기와 피켓에 대해서도 모두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재판부의 판결에 따르면 실내 기자회견이 아닌 이상 실외에서 유권자들이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재판부의 결정으로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원천봉쇄됐다"고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재판부의 이런 판결은 정치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며 "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계획이다. 또 선거법이 정치참여를 제약하고 있는 만큼, 국회가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의 유권자 운동 처벌은 국회의 잘못이다"

재판부는 총선넷 활동가들이 낙선 대상 후보자 사무실 인근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집회로 해석했다. 이게 선거운동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집회를 금지한 선거법 103조 3항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사용한 현수막과 구멍 뚫린 피켓에 후보자 이름이 명시되진 않았어도 후보자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이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물품 사용을 금지한 선거법 90조 1항과 93조 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고, 또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사용해 발언을 한 것도 선거법 91조 1항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각 지역과 부문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유죄 판결이 나오자 법원과 검찰이 총선넷의 유권자 운동을 유죄로 해석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개개인이나 유권자들이 모인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규제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후보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명분으로 국민들이 후보자나 정당에 대해 비판하고 찬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이 악법 조항들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한 뒤, "(유죄 판결의) 근본적 배경은 잘못된 선거법에 있다. 이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한 국회의원들과 정당들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0여년 이상 이들 선거법 독소조항을 폐지하거나 대폭 개정할 것을 국회에 청원했고, 19대 국회에서도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20대 국회에도 이미 청원서를 제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진척은 없는 상태다.

시민연대는 "그사이 시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처벌받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잘못된 선거법으로 처벌받은 이들은 2016년 총선넷 활동가들에 그치지 않는다. 당시 최경환 후보 공천 반대 1인시위를 벌인 청년단체 활동가,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후보의 출마에 반대하는 거리 기자회견을 열었던 용산참사 유가족들도 똑같은 조항들로 처벌받았다. 또 2012년 대선,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동일한 조항으로 처벌받은 경우가 있었다.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유권자 운동을 가로막는 부당한 선거법 규제를 하루빨리 폐지하는데 동참하고, 시민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한 뒤 "2020년 총선 전에 반드시 악법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총선넷 #인천평화복지연대 #공직선거법 #국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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