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한국당 화나게 만든, DJ DOC '공개 디스' 애드리브 전말

[하성태의 사이드뷰] DOC의 <열린음악회> '삐걱삐걱' 공연과 '20년'이란 시간

18.07.19 14:40최종업데이트18.07.19 14:41
원고료로 응원
"매일 밤 9시가 되면 난 뉴스를 봐요 코미디도 아닌것이 정말 웃겨요
정치하는 아저씨들 맨날 싸워요 한명두명 싸우다가 결국 개판이 돼요."

"이젠 바뀌어야해 우리가 바뀌어야해요 누가 바꿔줘요 하며 기다리면 안돼요
힘없는 사람은 맨날 당하고만 살아요 그렇게 삐걱대며 세상은 돌아가요."

"있는놈은 항상 있지 없는 놈은 항상 없지
어떻게 바꿔볼수가 없지 도저히 우리 힘으론 안돼지
돈 없으면 살기힘든 세상이예요 빽 없어도 살기힘든 세상이예요
착하게만 살기도 힘든 세상이예요 착하게 살긴 아픔이 너무 많아요."


DJ DOC의 '삐걱삐걱'의 주요 가사다. 15대 대선을 앞뒀던 1997년 4월, 이들의 4집 < 4th Album >에 수록된 이 곡에서 DJ DOC는 당시 사회를 "삐걱삐걱 돌아가는 세상(어지러운 세상)"이라 비판했다. 당시는 '슈퍼맨의 비애'로 데뷔한 DJ DOC가 '댄스가수'를 넘어 한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저항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아티스트로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2017년 10월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DJ DOC가 '수취인불명' '삐걱삐걱' 등을 열창하고 있다. ⓒ 권우성


어쩌면 이때부터 DJ DOC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DJ DOC를 먹여 살린 메가 히트곡은 'DOC와 춤을'이 분명하지만, 함께 수록된 '뱃놀이', '모르겠어?', ' Everybody' 등은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DOC와 춤을 가사 일부)라던 DOC의 삐딱함 혹은 저항 의식이 곳곳에 숨어 있던 트랙들이었다.

심지어 'DOC와 춤을'은 그해 대선에서 김대중 대선 캠프의 로고송으로 쓰였고, 훗날 DOC는 청와대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그 1997년으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18년, DJ DOC가 국회에 입성(?), '삐걱삐걱'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는 "우리나라 민주국가 맞나요 만약 이런 말도 못한다면 아무말도 못한다면 그런 나라 민주국가 아녜요 난 콩사탕이 싫어요"라던 '삐걱삐걱'의 가사를 '현실 세계'에 적용시켰다. 그것도 제1야당 국회의원들까지 함께 한 자리에서. 이 곡은 2년 전 촛불집회에서 DOC가 즐겨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다. 뒤늦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8일 하루 동안 화제를 모았던 DJ DOC의 KBS <열린음악회> 애드리브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DOC의 돌출 발언에 '끄덕끄덕'

"그런데 저기는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에서 했으니까.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손석희가 물었다. 꽤나 재미있는 광경이라는 듯, 그럼에도 DOC는, 이하늘은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듯 말이다. 18일 JTBC <뉴스룸>도 비하인드 뉴스에서 지난 17일 제70주년 제헌절 기념으로 국회 중앙 잔디마당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 녹화 에피소드를 다뤘다.

"자한당(자유한국당) 계속 정신 못 차렸으면 좋겠다."

'삐걱삐걱' 등 히트곡을 부른 DJ DOC의 멤버 중 한 명(손석희 앵커도 누구라고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던)이 무대 중간 작심한 듯 뱉었다는 애드리브라고 한다. 이 멤버는 "어차피 이거 방송에 안 나갈 거 아는데, 욕 먹을 거 아는데 이 말 꼭 하고 싶었다"며 자유한국당을 디스했고, 이어 "자유한국당 의원들만 안 웃고 있다"며 무안을 줬다고 한다. "무식한 놈들이 하는 소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DOC 특유의 농과 함께.

무대 앞에 자리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당연지사일 터. 복수의 매체에 의하면, 눈앞에서 무안을 당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고, KBS 역시 이러한 DJ DOC의 돌출 발언을 본 방송에서는 편집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제헌절 기념 무대에서, 그것도 국회 앞마당에서 연 공연에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애드리브를 날린 이 DJ DOC의 촌철살인은 어쩌면 변화된 시대를 상징하는 어떤 명장면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여당도 아닌 야당이, 그것도 집회와 같은 '현장'이 아닌 공영방송 콘서트 무대에 오른 뮤지션에 의해 공개적인 망신을 산 장면은 분명 희귀하다. 그간 '악동' 이미지와 각종 사건사고로 유명한 DJ DOC이니 가능했을 '기행'이기도 하다. 한데 곱씹어 볼 의미가 그것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삐걱삐걱'의 풍자, 그리고 20년의 세월

2017년 10월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DJ DOC가 '수취인불명' '삐걱삐걱' 등을 열창하고 있다. ⓒ 권우성


역시나 메가히트곡 'Run To You'가 버티고 있지만, 4집 이후 3년 뒤 발표한 5집에서 DOC는 한 발 더 나아간다. '포조리'와 'Nuclear Lunch The Detect'는 경찰이란 공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부익부 빈익빈'은 천민자본주의 한국의 현재에 대한, 'L.I.E'는 공권력과 언론(과 방송사)에 대한 (욕설을 포함한)직설화법이 눈길을 끄는 '힙합'곡들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어찌 보면 '일반론'에 가까운 이 DOC의 노래 속 가사들이 2018년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다. "매일 밤 9시"가 8시와 9시로 나뉘어졌을 뿐 "정치하는 아저씨들 맨날 싸워"서 "개판"이 되는 현실은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다르지 않다. 또 "있는 놈은 항상 있"어서 "어떻게 바꿔 볼 수가 없"고, "돈 없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현실은 더 심화되었다. 과거부터 세상을 바꾸는 데 적극 나서지 않은 이들을 상대로 '20세기부터 힙합퍼'인 DOC 멤버가 가한 일침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러한 DOC의 일침은 국회 앞마당이란 '개판'을 만드는 자들의 본진에서 데뷔 30년을 향해 가는 '악동'들이 충분히 지를만한 납득 가능한 '디스' 아니겠는가. '삐걱삐걱'과 같은 '일반론'이 여전히 공감을 얻는 상황이라면, "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에서 "(다 함께) 노래하고 싶을 때는 노래"하자던 그 DOC라면 말이다.

덧붙여서, 그 20년이란 시차를 건너 최근 DOC의 모습에 사족을 달순 있겠다.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을 '디스'했던 '수취인분명'(미스박)이란 곡에 녹아든 여성차별적 표현으로 인해 촛불집회 행사에서 논란을 빚었던 DJ DOC의 그 젠더 감수성 말이다. 그러한 논란에 대해 DOC가 곡을 통해 어떤 변화의 지점을 보여준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 2018년은 변치 않아서 욕을 해 줘야할 정치인들이, 권력자들이 있는 반면 변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서 욕을 먹는 작품들이, 아티스트들이 종종 생겨나는, 그런 다변화를 겪는 시대이기도 하다. '삐걱삐걱'의 가사와 DOC의 돌출행동을 돌아보며, 그 20년이란 세월의 두께를 곱씹으며 든 사족 되겠다.

DJDOC 국회 자유한국당 제헌절 열린음악회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