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위해 한글 교실 연 제주 사람들

등록 2018.07.23 09:57수정 2018.07.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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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으로 쏟아지는 눈들 교실이자 숙인 이 곳을 따스한 기억 공간으로 담아가길 기원한다. ⓒ 송지영


사람이라면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그 한 번의 기회가 자신의 목숨에 관한 선택이라면 그보다 더 소중한 것 없다. 누구나 그렇지 않겠는가. 제주도 서광로에 산 지 오 년이 되간다. 몇 달 전부터 갑자기 피부색이 다른 젊은 남성들이 자주 보인다. 요새 이 섬의 뜨거운 감자, '예멘 난민'들이다.


2015년 시작된 내전을 피해 온 젊은 청년들이다. 무사증제도로 들어 온 난민이 현재 466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예멘 난민 들어오면 강도나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를 텐데 사법당국은 왜 안 막나?"라는 등등 이미 예멘 난민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6월 26일 제13회 제주포럼에 참석한 정우성씨가 난민 문제에 관해 "감정을 벗어나 본질을 논의해야"한다고 외모처럼 똑 부러지는 발언을 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 6월 30일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은 인간의 도리에 대한 범죄"라며 난민을 포용할 것을 호소하며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아래는 강 주교가 교황 주일(7월 1일)을 맞아 제주교구민들에게 보낸 사목 서한에서 난민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우리 민족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국을 떠나 타향에서 난민의 고난과 설움을 짊어지며 살아왔나. 지난 세기 초부터 일제 강점기에 땅과 집을 뺏긴 수많은 우리 선조들이 연고도 없는 만주로, 연해주로 떠나야 했다. 어떤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어떤 이들은 민족의 독립을 위해 떠났다.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이들도 많지만, 제주에서는 일자리를 찾아서, 또는 4·3의 재앙을 피해 일본으로 이주한 이들도 많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사설(辭說)이 너무 길었다. 얼마전 누군가 예멘 난민들을 위한 한글 교실이 근거리에서 열린다고 알려왔다.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낯선 땅에서 언어라도 조금 통한다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들이 머무르는 동안만이라도 '한글'을 써서 표현하면 전달이 쉬울 것이다. 급하게 한글 교재가 필요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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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교재 '신앙인으로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해야 한다는 생각'의 결실 ⓒ 송지영


며칠 후 그들은 한글로 자기 이름을 적은 책 한 권씩을 앞에 두고 수업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힘을 얻은 한글 교실 조직 팀은 조천과 한림 등 다른 지역에까지 한글 교실을 열고 있다. 그들에게 제주는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좀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한편 강 주교는 "이제는 지구촌 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세계시민의 품성과 자질을 갖추어야 할 때다.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과 외면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거부하는 범죄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더더욱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하셨다. 그러하니 성숙한 세계시민으로서 제주도민의 품성과 자질을 보여줄 때가 아닐까 한다.
#예멘난민 #제주도 #강우일 #박용만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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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좋아 제주도에 눌러 앉은 이주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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