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영화'라고 기대했는데..." 성폭력 생존자들의 토로

영화 '미투-숨겨진 진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성폭력 피해는 흥밋거리 아냐"

등록 2018.07.19 15:15수정 2018.07.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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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생존자연대 등 8개 단체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영화 <미투-숨겨진 진실> 상영 금지를 요구하는 모습. ⓒ 손지은


"'미투 영화'라길래 우리 이야기를 다뤄주는 줄 알고 기대했는데... "

몇 해 전 직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은 A씨의 토로다. 그는 올해 초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00, 나도 당했다)' 대열에 합류했다가 가해자가 민사소송을 걸어와 '피고' 신분이 됐다. 힘겹게 법정 투쟁을 이어가는 그에게 성인영화 <미투-숨겨진 진실> 개봉소식(6월 29일)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성폭력 피해가 성인물의 소재로 활용된다는 사실이 뜨악할 일일뿐더러 영화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해 법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에 기자회견 나선 생존자들

폭염주의보가 예고된 19일 오전, A씨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을 직접 찾았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전국미투생존자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등 8개 단체와 함께 이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서를 내기 위해서였다. 신상 노출이 부담스러운 그는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검은 마스크와 검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신청서를 내기 전 열린 기자회견은 조금 떨어져서 지켜봤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당신들은 또 다른 가해자다'라고 쓴 현수막을 펼치고 상영이 금지돼야 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은 "<미투 숨겨진 진실>의 예고편은 여성을 관음증적 시선으로 성적대상화하며 소위 '꽃뱀'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라면서 "또한 '충격결말', '괴물', '집착' 등의 단어를 내세워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자극적인 홍보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여성들의 성폭력 경험을 고발한 미투 운동은 관음증적 시선으로 소비되어야 할 흥밋거리가 아니다"라면서 "미투운동의 당사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영화 속 조연, 볼거리 등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서 숨쉬고 있는 인간이며 지금도 남성 중심적 사회에 대항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전 세계 어떤 국가의 국민도 미투 운동을 성인물 또는 포르노로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영을 금지함으로써 한국 대중문화의 수준을 저해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미투운동 고발자 5인과 온라인으로 접수받은 1070명의 탄원서와 함께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그러나 배급사인 에스와이미디어 측은 지난 달 28일 전국미투생존자연대 측에 "해당 영화가 특정 개인 또는 단체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본 영화의 내용은 픽션입니다. 동명의 실제 인명, 단체, 장소, 사건과는 무관합니다'라는 사전 안내 문구를 명시했다"라며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을 제작된 창작물(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생존자연대가 요구한 상영분·시나리오 모니터링 협조 요청을 거절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수용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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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논란 '미투, 숨겨진 진실'... 영화 내용 확인해봤더니

#미투 #상영금지가처분 #미투-숨겨진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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