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설공단, 이번엔 '되든지 말든지' 소송

직원 상대로 통상임금지연이자 채무부존재 소송... 확정판결 이미 나왔는데 뒷북 소송

등록 2018.07.19 18:22수정 2018.07.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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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청주시설공단은 법원에 직원 170여명을 상대로 “통상임금 미지급분에 대한 지연이자 2억7000여만원에 대한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접수했다. ⓒ 충북인뉴스


'아몰랑'. 위키백과는 이 단어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요구받거나 주장의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받았을 때 막무가내로, 또는 다짜고짜 넘어가는 행동을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비아그라 판매, 고위간부 갑질, 고액만족도 평가 조작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청주시 시설관리공단(이하 청주시설공단)이 직원들을 상대로 '아몰랑' 소송을 제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청주시설공단은 직원들에게 통상임금 미지급분 원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도 뜬금 없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논리도 매우 빈약하다. 임금채권은 직원 개인의 권한이지만 청주시설공단은 당시 노조와 합의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채권 당사자는 제쳐두고 그가 속한 문중과 합의했다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인 셈이다.

청주시설공단은 노조와 합의를 했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는 '아몰랑' 소송에 불과하다. 이 소송에 들어간 비용도 결국 공단에서 지불한다. '아몰랑' 소송에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청주시설공단은 법원에 직원 170여명을 상대로 "통상임금 미지급분에 대한 지연이자 2억7000여만원에 대한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접수했다.

청주시설공단은 소장에서 "2015년 법원으로부터 직원에 대한 36개월치의 통상임금 미지급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 판결이후인 2015년 12월 청주시설공단 노조위원장과 판결난 36개월 중 13개월치만 지급받고 나머지 23개월치 체불임금은 포기하기로 합의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합의서조차 없는 노사합의?

청주시설공단은 당시 노조위원장과 합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합의서 등 직접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다만 당시 노조가 '조합활동에 따른 공가신청서'를 요청하기 위해 보낸 공문을 증거로 내세웠다. 노조가 보낸 공문에는 공가신청 이유로 '통상임금 동의서 작성 및 서명 등'을 적시했다.

또 노사협의회 회의록 '협의사항' 란에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 따른 지급합의. 2013년 12월~2014년 12월까지 13개월 지급"이라고 적힌 문건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청주시설공단이 제시한 문건에는 나머지 23개월에 대해 권리를 포기했다는 내용은 없다.

청주시설공단 관계자는 "합의를 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면서도 "당시 노조 위원장과 구두 합의를 했다. 다만 실무적 착오로 문구를 명확하게 작성하지 않았고 또 직원 개별 동의서를 받지 못한 과실일 뿐이다. 지급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라 공단에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고 밝혔다.

청주시설공단이 소송이유를 노동조합과 합의했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지만 노동법 전문가들은 임금 채권은 노동조합 합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광복 노무사는 "임금채권은 개별 채권 당사자의 권리다"며 "노조가 설령 동의를 해 주었더라도 당사자의 동의가 없다면 효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몰랑' 소송인 진짜 이유

청주시설공단도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청주시설공단 관계자는 "임금채권은 개별 당사자의 동의서가 없다면 효력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다만 공단에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고 그래서 법원의 판결을 다시 한 번 구해보는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아몰랑' 소송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추가적인 소송에 따른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당장 이번 소송에 인지대 1169만여원과 송달료 816만여원 등 2000만원 가까운 소송비용이 소요됐다.

여기에 변호사 선임료도 추가된다.

청주시설공단은 판결이 날 때까지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될 부분을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지연이자(연리20%)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이번 소송의 기원도 거슬러 올라가면 청주시설공단의 엉터리 행정에서 비롯됐다. 청주시설공단은 2015년 법원으로부터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당장 지급할 것과 이를 어길시 연리 20%의 가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확정판결을 받고도 2018년 5월까지 지급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2억7800여만원의 법정 지연이자가 발생한 것이다.

청주시설공단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조치만 했어도 발생하지 않을 비용이었다. 청주시설공단은 지난달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물어 경영본부장을 해임했지만 혈세 낭비는 되돌릴 수 없었다.

이 와중에 지난 13일 한권동 청주시설공단 이사장이 의원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 달 3월 말로 종료됐지만 새로운 이사장이 선임될 때 까지 한시적으로 임기를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지고 보면 한 전 이사장도 최종 결재권자로서 이 사태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하지만 부하직원 2명만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았지만 그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슬쩍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송에 결재 도장을 찍고 슬그머니 퇴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한권동 #아몰랑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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