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필요없는 중국... 달라진 서민의 삶

[중국사람 이야기 31] 국민 소득 끌어올리기 위한 중국의 여러 가지 노력

등록 2018.07.22 11:35수정 2018.07.22 11:36
20
원고료로 응원
a

중국 정부는 내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소비행위에 따라붙는 요금정책을 조정해 국민 가처분 소득을 끌어올리고 있다. ⓒ pexels


최근 중국 정부는 국내 내수를 늘리기 위해 소비를 촉진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중국 정부는 수출보다는 국내 소비를 늘려서,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중국 언론 매체, 특히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매일 국민들에게 '많이 놀러 가고 상품을 많이 구매하라'는 홍보 방송을 내보낸다.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분기엔 77.8%를 기록했다.

내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비 확대를 위한 정부의 홍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국민 가처분 소득이란 '국민 경제 전체가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의 규모'를 말한다.

이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정책 수혜 대상이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어야 한다. 이미 소비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고소득자는 소득이 아무리 늘어도 더 이상 소비를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급여 생활자면 봉급을 올려주고, 자영업자면 영업 이익을 늘려주면 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단기간에 실행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국민 모두가 구매행위에 따르는 요금 정책을 조정해 국민 가처분 소득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민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실행하고 있는 몇 가지 정책을 살펴보자.

데이터 통신 요금을 손보다

중국통신회사에서 국내 데이터와 성내 데이터를 구분하여 판매하는 가격표 (2018년7월 이전) ⓒ 바이두


중국은 국토 면적이 넓다. 중국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48배, 대한민국의 100배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과 중국에서 로밍(Roaming)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외국에 갔을 때, 자신의 국내 핸드폰을 사용해 통신망에 접속하는 일을 '국제 로밍'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외국이나 국내 다른 성(省)(한국 '도' 단위의 행정구역)을 방문해 자신의 핸드폰으로 통신망에 접속하는 일을 '로밍'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 통신회사에서 판매하는 요금제에는 '국내(國內) 데이터'와 '성내(省內) 데이터'가 구분돼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동통신 회사에서 58위안 요금제를 이용하면 한 달 동안 음성통화 150분과 국내 데이터 300MB, 성내 데이터 700MB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장삿속에 밝은 중국 통신회사답게, 소비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성내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더라도, 국내 데이터 300MB부터 먼저 소진시킨다. 그래서 다른 성에 가서 데이터를 사용하자면, 어쩔 수 없이 추가로 국내 데이터 상품을 사야 한다.

2018년 7월 1일 중국 정부는 국내 데이터와 성내 데이터를 구분하는 제도를 폐지했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다른 성에 가더라도 별도로 국내 데이터 상품을 살 필요가 없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 도입, 목적은?

최근 중국에서 지급 수단으로 상용화된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가짜 지폐가 많아서' 또는 '신용카드 사용 환경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 등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활성화된 이유로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수수료 없이 송금하고 상품 대금을 결제하는지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송금 방법으로 은행 계좌를 사용하고, 상품 대금 결제 방법으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체크카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위의 두 경우 모두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다.

중국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도구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다. 2017년 모바일 결제 사용 앱 비율은 알리페이가 55%이고 위챗페이가 37%였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에 있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 '카카오머니'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서는 자신의 계정에 잔액이 없어도 송금하고 결제할 수 있다.

중국에서 은행 계좌를 자신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연결하는 것을 귀속(绑定)이라고 한다. 자신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자신의 은행 계좌를 연결(귀속)하는 일은 간단하다. 자신의 통장번호와 통장 비밀번호만 있으면 중국에 있는 전국 규모 은행의 어떤 통장도 순식간에 연결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자신의 은행 계좌를 연결(귀속)하기만 하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계정에 잔액이 없어도, 은행 통장 잔액을 사용해 바로 송금(모바일 결제 시스템 계정간)과 상품 대금 결제가 가능하다. 이렇게 해도 은행 계좌 사용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상대방에게 송금하는 경우 송금 수수료가 발생하는 은행 계좌보다는 수수료가 없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계정을 이용하는 게 이득이다.

소상공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불필요'

소상공인이 QR 코드를 이용하여 상품 판매 대금을 수납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 바이두


상품 판매자(사업자)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 대금 수납 수단이 편리한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수납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마치 한국에서 사업자가 카드 결제보다는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과 같다.

중국에서 상품이나 용역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앱을 이용해 판매 대금을 수납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POS 시스템 설치)한 사업자라 할지라도 손님이 수수료가 없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하길 선호한다. 그래서 소상공인 사업자(길거리 고구마 장사에서부터 일반 사업자까지)가 모두 위와 같은 방법으로 판매 대금을 수납하기에, 별도의 수수료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2016년 중국 인터넷 통계 보고서(中國互聯網發展情況統計報告)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상품과 용역 구매 대금을 결제하는 비율은 50%였다. 2017년의 통계 수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의 중국 생활 경험으로 추측해 보면 아마도 90%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중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 회사의 수익 사업과 사용 수수료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문재인도 놀란 중국 모바일 결제, 들여다봤더니' 기사를 참조하길 바란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과 함께 수수료가 전혀 없는 모바일 간편결제(제로페이)를 구축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풀'과 '따블'

중국에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이라는 자동차 호출 앱이 있다. 이용자는 이 앱을 통해 상업용 택시를 이용할지, 아니면 일반인의 공유 승용차를 이용할지 선택해 자동차를 호출할 수 있다.

중국에는 '헤이처(黑車)'라는 게 있다. 이는 자신의 차를 이용해 허가 없이 교통 운송 일을 하는 불법 영업을 말한다. 한국의 '자가용 불법 영업'과 같다. 중국 정부가 이런 '헤이처' 영업자를 '공유 자동차'라는 이름으로 합법화한 사업 형태가 바로 '디디추싱'이라는 자동차 호출 앱이다.

휴대전화로 자동차 호출 앱에 접속해 영업용 택시나 공유 승용차를 이용하면, 자동차 운전기사와 손님의 실명 정보가 데이터로 기록되기 때문에 상당히 안전하다. 그리고 GPS와 연결된 '디디추싱' 자동차 호출 앱이 승용차 요금을 산정하기에 바가지 요금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 메뉴에는 택시를 호출할 때 '합승'을 선택하는 기능이 있어서 바쁘지 않은 손님은 다른 손님과 합승해 택시요금을 절약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카카오택시에서 택시와 손님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즉시 배차와 우선 호출 상품 출시를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저녁, 이용자가 많아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에 택시 기사에게 웃돈을 제시하겠다는 기능을 넣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밤 늦은 시각에 도로에 내려가 택시를 향해 "따블"(더블, 2배)을 외치기보다는,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손님과 택시 기사가 적정한 추가 요금을 상의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호출차량 운전기사가 10% 추가 요금을 제시한 핸드폰 '디디추싱'앱 화면 ⓒ 디디추싱


'디디추싱' 자동차 호출 앱에는 '따블' 기능이 구현돼 있다. 일정 지역에서 자동차를 호출하는 손님은 많은데, 대기 차량이 부족할 경우 자동차 기사는 앱을 이용해 평소 요금의 10% 혹은 20%를 더 내고 자신의 차를 이용하라고 손님과 흥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추가 요금을 내고 자동차를 이용하든지 아니면 더 기다렸다가 평소 가격을 내고 자동차를 이용하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 기사가 터무니없는 추가 요금을 제시하면, 합리적인 추가 요금을 제시하는 다른 자동차를 이용하면 된다. 손님은 자신의 휴대전화 '디디추싱'앱을 통해, 주변에서 대기하는 여러 자동차 기사가 제시한 추가 요금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국민 소득을 늘리자는 데에 이견은 없을 듯하다. 다만, 방법론이 다를 뿐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서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번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About STORY] 2018년 1월 책 <중국사람 이야기>를 출판했다. 나는 <중국사람 이야기>에서 '중국 사람은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라는 사실에 덧붙여, 중국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안다는 것은, 중국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위양식을 이해한다는 의미를 넘어 미래에 일어날 다양한 상황에서 중국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고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상공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위챗페이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