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위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면

논란 불어나고 있는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실제 실행계획이었나

등록 2018.07.21 11:25수정 2018.07.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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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이 정치 이슈화된 가운데 구체적 세부 실행계획까지 발견되었다 하니 찜통 폭염 속에 간담이 서늘하다.

필자는 1979년과 1980년에 3번의 계엄령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제대 말년 특전사(9공수 여단)병장으로서 달력의 날짜를 하루하루 지워가던 때였다.10.26일 저녁 식사 후 식기를 닦던 중 비상 사이렌이 불어 완전 군장에 서울로 출동하였다. 정확한 출동의 이유도 모르던 차에 이튼 날 새벽 4시가 되어 코드 NO1(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것을 알았고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이미 출동한 우리 부대는 육군 본부에 텐트를 치고 중앙기동 타격대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얼마 후 부대로 철수 했고 잘 알려진 12.12의 반란군이 공수 부대와 전방 사단을 출동시켜 서울을 장악할 때 역시 공수 부대인 우리 부대는 반란군을 진압하러 출동했다. 그러나 밤사이 몇 번의 출동과 철수로 상황은 종료되고 새벽이 되니 반란군이 세상을 점령하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군 제대 후 복학하여 1980년 5월 서울의 봄을 맞을 때였다. 서울에서 민주화 시위와 광주의 민주화 항쟁, 그리고 전국의 민주화 운동이 절정일 때 5.17 전국 비상계엄 확대를 경험하였다.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이 정치인 등 민주인사와 수많은 학생들이 투옥 되고 광주의 민주화항쟁에서 군부의 잔인한 유혈 진압으로 엄청난 시민들의 희생을 치러야 했다. 지금도 우리 국민 가슴에는 그때의 트라우마가 있다.

다시 돌아와 2016년 10월에서 2017년 3월로 가 보자.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때 서울 광화문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타오르는 평화로운 촛불 위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70년~80년대의 계엄령과 군부독재를 이기고 이룩한 민주주의가 박근혜와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무너지고 있을 때 국민은 분연히 일어서 촛불을 들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중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자발적으로 평화롭게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기존의 기성세대들은 그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젊은 세대들은 정유라의 부정입학 특혜 및 불공정 등에 자극되어 광장에 나왔다.

필자를 비롯한 계엄령과 군부독재를 경험한 세대들이 만에 하나 계엄령 등의 위험성을 경험적으로 인지했고, 그 상황이 닥쳤다면 촛불을 들고 싸웠을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들도 신체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박탈되는 상황을 더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준비된 포고령이 선포되고 총을 든 군인과 탱크가 시내에 배치되고 SNS 및 포털이 통제되면 그들에겐 블랙아웃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도 더욱 거세게 항거했을 것이다. 즉 기성세대는 계엄령의 잠재적 위협을 인지하고도 싸웠고 젊은 세대들은 계엄령이란 잠재적 위협을 인지함이 없이 소위 겁 없이 더 치열하게 싸웠을 것이다.


결국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면 현대사의 비극인 5.18 민주화 항쟁보다 훨씬 큰 유혈사태를 빚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됐더라도 군부 쿠데타 세력은 결코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19 혁명과 70년대 유신반대 민주화 투쟁, 5.18 민주화 투쟁 및 87항쟁으로 축적된 민주의 힘이 군부의 불법적 무력 의해 결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많은 희생이 있었겠지만 계엄령이 선포되었더라도 촛불혁명은 위대한 민주주의를 완성했을 것이다.

평화로운 촛불 혁명의 성공에 뒤이어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폴 북미 회담으로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한반도, 국민 소득 3만 불의 OECD 국가인 대한민국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계엄령'이란 악몽이 되살아났다. 특수 수사단이 꾸려져 계엄령 문건 관련 수사에 들어갔다.

한 점 의혹도 없이 샅샅이 밝혀내 우려하듯이 계엄령을 실제 실행할 계획이었다면 관련자들을 지위고하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와 정부는 다시는 군부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과 쿠데타 등의 여지를 없애기 위하여 관련 법령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기무사 #계엄령 #촛불 혁명 #5.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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