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캉스' 결심한 당신을 위한 책 고르는 법 7가지

[리뷰] 박균호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등록 2018.07.25 10:20수정 2018.07.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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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정하거나 말거나, 나는 자칭 미식가다. 새로운 요리에 대한 거부감은커녕 설렘이 가득하고, 익숙한 요리는 요리사의 한 수와 나의 추억을 함께 버무려가며 즐긴다. 자극적인 음식도, 담백한 음식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 좋다. 음식 이야기만으로도 날밤을 새워가며 떠들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자격 조건이 없다면 나는 애서가이기도 한데,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좋아하는 것엔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 한다. 슬픈 책은 슬퍼서, 웃긴 책은 웃겨서 좋다. 우울할 땐 우울해서, 행복할 땐 행복해서 책을 펼치고, 어떤 책은 익숙해서, 어떤 책은 새로워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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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책표지 ⓒ 북바이북


책을 보는 것도 모자라 종종 '책을 이야기하는 책'을 펼치기도 한다. 나와 같은 점은 같아서, 다른 점은 달라서 또 좋다. 취미로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작가가 되어 있었다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의 저자인 박균호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제목은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솔직발랄한 제목만큼 머리말 또한 겸손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통찰력'과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을 정보'를 드리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책을 좋아하는,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나아가 책을 펴내고 싶은 이들과 함께 내가 경험했던 즐거운 에피소드와 유용하고도 무용한 정보를 나누고 싶다." (p9)

독서에 관한 에피소드, 글쓰기에 관한 조언, 작가가 된 자신의 이야기 등이 오롯이 담겼다. 저자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정보는 없다고 겸양의 미덕을 보였지만,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오징어땅콩'에 대한 예찬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오징어땅콩'도 절대적 강자 '추파춥스'를 따라갈 순 없다지만 말이다(자세한 내용은 본문에 양보합니다).


꾸준히 책을 사들이는 사람들은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 사이에서 늘 갈등하게 된다. 저자는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오프라인 서점 쪽을 더 선호한다고 밝힌다. 직접 책을 만지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연한 발견'의 행운을 가진 곳은 오프라인 서점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인 '채집'과 '사냥'의 즐거움은 오프라인이 아니고서는 맛보기 힘들다. 공부를 하거나 추천을 받아서 알게 되는 좋은 책도 물론 독서가에게는 기쁨이 되지만 우연히 발견하는 좋은 책은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p27)

이렇게 우리 손에 들어온 책은 어느 순간 보물과 천덕꾸러기의 지위를 왔다갔다 한다. 나를 풍요롭게 할 때는 한없이 고마운 책이지만, 이사할 때가 되면 깨닫게 된다. 이 짐들을 다 어찌하란 말인가. 몇 번의 경험 끝에 되도록 책을 쌓아두지 않으려는 나도 이럴진대, 헌책과 절판본 책을 수집한다는 저자는 어떨까.

저자는 서재 정리의 필요성을 조언한다. 어떤 책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그것은 서재가 아닌 창고라는 것이다. 자신만의 장서 수를 정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200권도, 1000권도 좋지만,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려면 기존의 멤버는 퇴출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활동 중(active)'인 책들 위주로 서재를 꾸며야 한다는 것이다.

애서가인 저자는 책을 고르는 팁도 건넨다. 스테디셀러와 고전을 가까이할 것, 출판사와 뛰어난 번역가를 알아둘 것, 충동구매를 경계하되 꼭 필요한 책이라는 판단이 들면 구매해 곁에 둘 것, 제목보다는 내용을 확인할 것, 종이 신문이나 서평 잡지를 구독할 것, 독서 모임에 참여할 것, 만화나 자기 계발서도 살펴볼 것. 자신만의 안목을 기르는데 쏠쏠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독서를 한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잠시 물러나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자신만의 조그마한 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을 보유한 것과 같다." (p85)

저자의 독서 예찬에 적극 동의한다. 독서도 엄연히 취미 생활이며, 여가 활동 자체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설명에도 반대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독서할 시간을 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보듬을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없어도, 독서는 우리를 평화롭게 한다.

저자는 책을 읽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팁도 제시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야구와 관련된 책을 읽는 등 취미와 관련된 독서하기, 자투리 시간 활용하기, 독서 기록장 작성하기 등이다. 이미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도서관에 갈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독서가는 스스로 많은 책을 읽었다며 자만에 빠지기 쉽다. 종종 허세에 빠져 아집을 부리기도 쉽다. 그러나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독서가는 수많은 책 앞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보잘것 없는 자신의 지식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더욱 독서에 정진하게 된다." (p102)

저자는 편식은 해도 편독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집, 화집, 역사서, 과학서도 가리지 않는다고. 그 중 무엇보다 각별한 것은 소설이라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타인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법이라는 설명이 내겐 가장 와닿았다. 그렇다고 다른 종류의 책을 홀대하지 않으니, 매월 세 종류의 잡지를 읽을 것을 권하기도 한다.

책의 후반부엔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까칠한 안내문'이 실렸다. 저자의 생생한 체험담이 함께 하니, 예비 작가들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글쓰기 팁도 제시하고 있으니 이 역시 눈여겨 볼 만 하다.


책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겼다. 버리기도, 보관하기도 애물단지인 띠지에 관한 고민, 책과 영화 중 뭘 먼저 보는 것이 좋을까에 관한 고찰은 물론 좋은 연필깎이 추천까지. 책이 그렇듯, 책에 관한 대화 역시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진다는 말이 와닿는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즐거움, 모두와 함께 누리고 싶다.
"책을 사고, 읽으면 무언가를 쓰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된다. 하다못해 한 줄 서평이라도 쓰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런 사사로운 글이라도 지속적으로 쓰다 보면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특히 나와 같은 생활밀착형 작가는 분명 일상에 대단히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미세한 변화를 맞는다." (p10)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책바보 박 선생의 독서 글쓰기 비법

박균호 지음,
북바이북, 2018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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