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외엔 'NO', 사법농단 수사에 빗장 건 법원

압수수색 영장 무더기 기각... 내부 조사단 결과 '가이드라인' 삼나

등록 2018.07.24 12:02수정 2018.07.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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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질의에 답변하는 안철상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와 판사,민간인 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 관련자의 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하면서 몸통 수사에 빗장을 걸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이 자택 압수수색을 허용한 건 이미 법원을 떠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뿐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 21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임 전 차장의 서울 서초구 자택과 법무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함께 청구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자택은 법원의 거부로 시도하지 못했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권을 침해할 정도로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법원은 주거권을 침해하지 않는 통신기록 압수수색 영장도 대거 기각했다. 검찰이 청구한 30여 명 중 임 전 차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서만 발부했다. 통신기록 확보는 공범들끼리의 말맞추기 정황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초기 수사 단계에 필수적이다. 수사 대상자에 대한 권리 침해 정도가 낮아 비교적 발부가 쉬운 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언학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에 대한 입증이 덜 됐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자체 조사에서도 윗선 흔적 짙은데... 

법원 자체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윗선이 개입한 흔적이 짙다. 임 전 차장이 압수수색 현장에서 "정말 나만 발부됐느냐"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는 대목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박병대 전 처장은 "우리법연구회와 비슷하다"라면서 특정 소모임을 잘 지켜보라고 이규진 전 위원에게 직접 지시한 인물이다. 이후 법원행정처에선 해당 소모임에 대한 와해 방안과 함께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진다. 또 박병대 전 처장이 주재한 처장 주례회의에선 해당 모임을 견제하기 위한 대책이 논의되기도 했다.

가장 문제가 된 '재판 거래' 문건도 마찬가지다. 특히 임 전 차장(당시 기조실장)의 지시를 받아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이 작성한 문건에는 특정 판결에 대한 박근혜 청와대의 내부 동향도 다수 포함됐다. 권력과의 부적절한 접촉이 실제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성자들은 "임 전 차장에게 들은 내용을 보고서에 그대로 포함시켰다"라고 진술했다. 자신만 보고 말았을 보고서라면 일부러 포함시킬 필요 없는 내용이다. 임 전 차장 그 이상, '윗선' 보고용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법원 자체 조사단은 지시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임 전 차장 특유의 공격적 워딩이 반영됐다"라고 결론 내버렸다.


무엇보다 사법농단 사태가 드러난 계기가 된 이탄희 판사의 겸임해제 발령은 인사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승인했다. '기조실 내에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이 있다'라는 취지의 얘기를 듣고 이 판사가 사직서를 내자 임 전 차장은 그를 만류했다. 논의 끝에 법원행정처를 떠나 소속 법원으로 복귀하기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박병대 전 처장과 임 전 차장은 양 대법원장에게 그간의 경위를 보고하고 겸임해제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어떤 내용을 보고 받았는지가 핵심이지만 이 부분 역시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에도 법원은 내부 조사에서 문건의 작성 배경을 "충성심이 강한 임 전 차장 특유의 정무적 발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법원이 임 전 차장을 제외한 인물들의 강제수사에 제동을 거는 것에도 이 같은 판단을 '가이드라인' 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제동이 걸린 검찰은 최근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앞서 진행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임 전 차장의 혐의가 구체화하면서 윗선 수사가 본격화한 것이다.

#임종헌 #압수수색 #사법농단 #영장기각 #이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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