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님, 싸워야할 대상은 '난민'이 아닙니다

[주장] 난민 때문에 허리가 휜다? 차별과 배제의 정치는 '국민' 위한 길 아냐

등록 2018.07.24 18:11수정 2018.07.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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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미래포럼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19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난민 심사를 지금보다 더 엄격히 하고, 편법으로 활용되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없애는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예멘 난민 제주도 입국과 관련하여 사회적 논쟁이 빗발치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김 의원은 "우리 국민도 허리가 휘는데 난민'신청자'까지 먹여 살릴 순 없습니다"라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현행 난민법에 대한 김 의원의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현행 난민법의 문제점과 올바른 난민법 개정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한다"며 토론회를 연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축사를 한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은 "난민 신청자들이 불법 체류자가 돼서 우리 딸들을 빼앗아 간다"며 "딸이 부족해서 베트남에서 데리고 오는데 난민에 빼앗기고 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난민에 관한 김진태 의원의 말과 행보는 그 자체로도 논란거리이지만, 그가 말하는 '허리가 휘는 국민' 속에 국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떤 국민이 난민으로 인해 허리가 휘는지 우리는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현행 한국의 난민법은 난민을 지나치게 보호하여 자국민에 폐를 끼치고 있는가? 난민 신청이 난민으로 승인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리고, 정부가 인권 보호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난민 신청자에게 138만 원을 지급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생계비를 신청한 난민에 한해 1인당 약 43만 원의 비용을 지원하고, 수용시설에 들어갈 경우에는 절반의 금액만을 지원한다. 최대 지급 기간도 6개월로 한정돼 있다. 생계비 신청자는 체류자 중 일부에 불과하고 신청자 모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가짜 난민'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20~30대 난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내전을 피해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취업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난민 신청 시 6개월간은 취업이 아예 금지되어 있다. 비율상 20~30대 남성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원인은 내전 상황에서의 징집과 학살을 피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들을 거쳐 난민으로 인정되는 수는 전체 신청자의 1.8%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2016년 기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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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의원이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 신민주


난민 입국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 중에 주요한 것은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늘어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진태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을 살펴보면 이들이 실제 여성인권을 위해 난민을 반대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이 상정하고 있는 국민에는 여성의 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난민이 불법 체류자가 되어 딸들을 빼앗아간다는 내용의 축사는 '딸'로 표상되는 여성을 그저 민족 혹은 국가의 소유물로만 보는 견해가 녹아있다. 여성을 결혼 혹은 출산의 도구로만 사고하는 방식은 전근대적이기까지 하다. '딸'이 부족해서 베트남에서 데려온다는 말에는 이주민에 대한 혐오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김진태 의원은 '반국가 활동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2014년에 발의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을 논하며 "물대포 맞고 뼈 안 부러진다"라고 하거나 100만 시민이 모인 촛불집회에 대해서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과거 "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삐뚤어졌는데 뭔들 제대로 보이겠는가"라는 장애인 차별성 발언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당한적도 있다. 그의 과거 발언들을 보면, 보호받을 수 있는 국민의 범위가 매우 좁은 것 같기도 하다. 김 의원이 말하는 '국민' 속에 들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촛불을 들지 않아야 하고, 장애인이나 여성 등도 아니며, 국가폭력에 대해 저항해서도 안 되는 것일까.

김진태 의원이 말한 난민법 개정은 '허리가 휘는 국민'을 위한 것으로도,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가 들고 나온 '국민'의 기표 속에는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포함될 뿐이다. '국민'이라는 기표에 끊임없이 밀려나야 했던 이들의 분노와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소환하는 '국민'은 공허하기만 하다.

불안을 조장하고 그 불안 속에서 손쉽게 목적을 이루는 세력이 누구인지 지켜보아야 한다. '가짜 난민'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 시국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난민은 왜 생겼는지, '가짜 난민'에 대한 공포는 왜 생겼는지,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끝없이 불안정해지는 우리의 토대는 정말 난민 때문인지 지금 물어야 한다. 우리가 싸워야할 대상은 전쟁으로 인해 집을 버리고 한국으로 와야만 했던 난민이 아니다.

지금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 '가짜 난민'을 색출하여 추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 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로 만들어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차별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차별인지를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개별적인 법으로 포괄할 수 없는 '국민'을 위한 길은, 국민으로 호명되는 이들을 넓히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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