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문재인 대통령의 '신자유주의'와 '포용적 성장'

등록 2018.07.26 16:35수정 2018.07.26 16:35
0
원고료로 응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신자유주의'와 '포용적 성장'을 언급했다. 언론을 통해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매우 반가웠다.

귀를 의심했던 이유는 한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났고, 인기가 식은 신자유주의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반가웠던 이유는 대통령이 신자유주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대비되는 개념으로 포용적 성장을 거론한 점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신자유주의는 '배제적 성장(exclusive growth)'으로 성장의 수혜층이 소수에 그치고 다수가 배제되는 구조이고, 이런 배제적 성장으로는 경제가 지속할 수 없고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반대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두루 많은 사람에게 성장의 결과가 배분되고 두루 혜택을 누리는 성장으로, 포용적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신자유주의를 부정적으로, 이와 대비되는 경제정책 기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들으며, 필자와 같이 반가워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도입된 신자유주의식 제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거나, 경제·사회 철학 측면에서 이 사조의 정책화를 극렬히 반대했던 사람들이 그랬을 터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식 흐름으로 나타난 구체적 사례는 민영화, 성과주의, 작은 정부, 노동시장의 유연화, 감세 정책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대규모 감원, 비정규직 확대, 공공부문 축소·민영화, 성과주의제도 도입 등이 이뤄졌다.

이와 같은 제도·정책의 시행이 얼마나 우리 국민을 아프게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이 많은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했다고 보는 것이 착각일지라도, 좋고, 기대된다.


앞으로, 신자유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포용적 성장을 제시한 문 대통령과 정부가 어떠한 정책 방향을 그려갈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책수단을 운용할지 궁금해진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도입된 제도, 정책에 대한 점검이다. 우리나라의 사회·경제·문화적 토대와 여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된 정책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수정·폐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부문의 성과연봉, 성과상여금, 책임운영기관제도 등은 이 시점에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정책은 이미 신자유주의와 대비되는 포용적 성장 흐름에 있다고 봐야 한다.

포용적 성장 개념이 현실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수단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또한, 포용적 성장의 가치가 경제 정책에 국한되어 경제 관련 부처만 분주한 것이 아니라, 완성된 포용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모든 정부 부처가 보완적 정책수단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는 최저임금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를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임대료 규제에 집중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과 가맹 본사의 수익 분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각 부문의 정책수단 간 정합성을 높이고, 일관된 정책 집행이 요구된다.

신자유주의를 거론하면서 우리에게 포악한 신자유주의의 얼굴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준 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두루 많은 사람에게 성장의 결과가 배분되고 두루 혜택을 누리는 포용적 성장이 구체적 과실로 열리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영조씨는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포용적 성장 #배제적 성장 #국가공무원노동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5. 5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