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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활동가' 박종필이 떠난 지 1년, 그를 위해 모인 사람들

[현장] 고 박종필 감독 1주기 추모포럼 '박종필의 카메라 이것이 액티비즘이다!'

18.07.28 17:06최종업데이트18.07.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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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대학로 콘텐츠 코리아랩 컨퍼런스룸에 열린 고 박종필 감독 1주기 추모포럼 "박종필의 카메라 이것이 액티비즘이다!" 행사에 앞서 공연을 펼친 416 합창단 ⓒ 권진경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영결식이 열렸던 지난 27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는 지난해 7월 타계한 고 박종필 감독의 1주기를 맞아 추모 포럼 및 추모문화제 등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살아 생전 차별에 저항한 영상활동가 고 박종필을 그리워하며 추모했다.

생전 '감독'이라는 말보다 '영상활동가'로 자신을 칭했다는 고 박종필 감독은 홈리스(노숙자), 장애인, 세월호 유가족들의 투쟁 현장을 카메라로 기록한 운동가이자, 한국 액티비즘(행동주의) 다큐멘터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인이다.

빈곤, 장애인 운동과 독립 다큐 영화계를 넘나들며 인상적인 활동을 했던 고인의 생전 이력을 보여주듯이, 27일 열린 포럼과 추모제에는 늘 박종필 감독이 함께 했던 장애인, 홈리스, 세월호 유가족, 독립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인을 애도했다. 참석자들은 박종필 사후 사회, 영상 운동의 흐름과 방향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난 27일 서울 대학로 콘텐츠 코리아랩 컨퍼런스룸에 열린 고 박종필 감독 1주기 추모포럼 "박종필의 카메라 이것이 액티비즘이다!" 현장 ⓒ 다큐인


평생을 빈곤, 장애인 영상 운동에 투신한 고 박종필 감독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고 박 감독과 한 번 이상 인연을 맺었던 이들 대부분은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잊지 못한다. 고 박종필 감독은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고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홈리스, 장애인들의 삶과 투쟁에 주목했고, 장애인들의 투쟁 현장에는 언제나 박종필의 카메라가 함께 했다.

고 박종필 감독이 이끌었던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다큐인' 소속 감독이자, 고 박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던 <사람이 산다>(2015)를 연출한 송윤혁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박종필의 카메라 이것이 액티비즘이다!'는 영상 활동가이자 액티비즘 다큐멘터리스트로서 박종필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취지로 기획된 포럼이다.

27일 오후 3시부터 대학로 인근에 위치한 콘텐츠 코리아랩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 추모 포럼은 평일 오후에 열렸음에도 많은 이들이 자리를 채워 박종필에 대한 식지 않은 뜨거운 관심을 짐작하게 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상 깊은 활동 펼친 고 박종필 감독

지난 27일 서울 대학로 콘텐츠 코리아랩 컨퍼런스룸에 열린 고 박종필 감독 1주기 추모포럼 "박종필의 카메라 이것이 액티비즘이다!" 현장 ⓒ 다큐인


고 박종필 감독 생전 인연을 맺었던 문종택 416 TV 운영자,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박경석 박종필추모사업회 대표,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의 인사말로 시작한 박종필 추모 포럼은 이후 박종필 생전 활동을 담은 영상과 416 합창단의 공연 이후 포럼의 본 행사인 발제 및 토론이 이어졌다.

장애인, 홈리스, 미디어, 액티비즘 다큐멘터리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상깊은 활동을 펼쳤던 고 박종필 감독인 터라 포럼 발제의 주제와 내용 또한 다채로웠다. 그럼에도 이날 진행된 포럼 발제와 토론문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모색하고자 하는 방향은 대체적으로 일치했다.

'박종필과 (나, 그리고) 장애인 운동'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도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는 박종필 감독이 만든 영화와 영상이 장애인 운동의 투쟁 이슈를 부각시킨 현상에 주목하며, 이후에도 장애인 운동의 현장 투쟁을 담은 다양한 영상물이 제작되고 상영하고 있지만 박종필의 <끝없는 싸움-에바다>(1999),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2002), <노들바람>(2003) 등 만큼의 대중적인 파급력이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도현 교사가 지적한 것처럼 장애인 투쟁 영상이 대중적으로 쉽게 공유되지 않는 현실은 개봉이 어려운 독립 액티비즘 다큐멘터리 배급, 상영 문제와 직결된다.

지난 2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고 박종필 감독 1주기 추모문화제 현장 ⓒ 권진경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발제를 맡은 '독립영화 배급환경의 변화, 그리고 박종필의 액티비즘' 따르면, 액티비즘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독립영화를 수용하는 영화제와 공동체 상영이 활성화돼 박종필의 영화가 화제가 될 수 있었던 2000년대 초중반과 달리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독립영화 탄압과 맞물려 이어진 극장 개봉 중심의 현재 독립영화 배급 환경은 장애인, 홈리스, 세월호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박종필식 액티비즘 다큐가 설 자리를 더욱 줄어들게 만들었다.

박종필을 먼저 떠나 보낸 활동가들과 독립 영화인들의 고민은 박종필 이후 달라진 사회 운동의 방향성과 미디어, 영화 생태계의 변화다.

현재 사회운동 내에서 담론 운동의 생태계가 많이 망가져 있음을 지적한 김도현 집행위원장은 운동 방식 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종필 같은 전문 영상활동가 외에도 사회운동에 종사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투쟁 현장을 일상적으로 담아내는 이들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동시에 반대로 영상활동가가 현장 운동에 뛰어들며 스스로의 활동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영상운동의 유기적 네트워크와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박종필 감독과 함께 15년 이상 장애인미디어교육을 진행한 최재호 장애인문화공간 대표는 장애인 운동에 있어 영상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장애인들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희생 강요했던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종필 감독의 생전 마지막 활동이었던 4.16 미디어위원회에서 함께 했던 오지수 감독은 신진여성활동가로서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특히 생계 유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앞으로의 영상 활동 여부조차 불투명한 현실에서도 작업을 지속해야 하는 박종필 이후 영상활동가들이 처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사회 운동 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몇몇 영상활동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던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활동가들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정 정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무리하지 않고 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야 할 것이다.

사회운동과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모두 건강하게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포럼과 토론은 계속 이어져야한다. 고 박종필 감독 1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 포럼이 일시적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포럼이 끝난 오후 7시부터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고 박종필 감독 1주기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박종필 장애인 운동 액티비즘 다큐멘터리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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