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지만 철저히 남인 사람들, 이런 방법은 어떨까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찾는 보물찾기 - 좋은이웃만들기

등록 2018.07.29 15:01수정 2018.07.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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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와 개인주의화의 꽃인 아파트. ⓒ pexels


햇볕 따가운 여름날의 산책길, 사람들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한적한 길을 양산 쓰고 걷는다는 것은 혼자만의 걷는 길이 되기에, 생각을 시간과 공간의 제한없이 날아다니게 만듭니다. 오늘도 그러합니다.


빌라의 윗층에 한 달 전 즈음, 이사 왔나 봅니다. 이사 오기 전부터 뭔가 쿵쿵쾅쾅, 드르륵 하는 소리가 며칠 계속되더니 이사 온 것이지요. 30대는 넘은 것으로 보이고, 아이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더위가 극심해 사람들의 짜증지수가 극심하다는 지금까지 심심하면 뭔가 쿵쿵탕탕,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시골에 살다 성인이 돼 서울로 올라와 살다가 도시화가 심화된 수도권에 살고 있는 현재를, 생각은 날개를 달고 날아가 비교해봅니다. 예전에는 이사를 하다 보면 이웃에게 여러 불편을 끼치기 마련이어서 최소한의 인사를 하는 게 우리내 아름다운 미풍양속이었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이사 들어오기 전에는 수리하는 사람들만 보이다가 이삿짐을 옮긴 뒤에는 이웃들에게 어떠한 불편을 주었는지 상관하지 않는 듯합니다. 단어로만의 '이웃'으로 그냥 눌러앉아버리곤 합니다. 아파트 생활에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걸 '남의 간섭을 받지 않는 문화생활' 정도로 여기게 됐나 봅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좋은 속담이 있음에도, 이웃에 피해를 주고 있음을 애써 눈감아 버린다는 거지요.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았던 때나 처음 도회지에 올라왔던 그때는, 풍족한 삶들은 아니었어도 어쨌든 '이웃이 함께 사는 동네'였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 아마도 우리가 잘 살게 되었다고 선전할 때부터 - 우리들이 사는 동네는 '낯선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입니다.


도시생활의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사는 데에 급급하다 보니 팍팍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들이 모여, 옆집에 누가 사는지 위아래층에 누가 사는지 챙겨보는 것보다는 '낯선 사람들이 사는 곳'인 도회지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흘러왔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낯섬을 그래도 조금은 사람들이 견디지 못해 하더니만 이제는 이러한 개인주의화가 현대사회에서는 좋은 덕목으로 바뀌어 얘기되곤 하는 세월이 됐습니다. 이웃이라는 단어는 불편한 단어로 치부되고, 심지어 쓸데없는 것으로까지 여기는 사회가 됐습니다.

그 결과, 이웃이 없기에 심지어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살인까지도 보도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아직까지 윗층에 올라가보질 않았습니다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정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부는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복지관련 사업추진에 물질적인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예산확보의 한계가 있는 정부의 경제적 지원으로만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과 함께 정신적인 충족감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달라질 것입니다.

"멀리 있는 사촌보다 이웃이 낫다"는 우리의 속담에 있듯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져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비춰봐도, 좋은 이웃 관계란 매우 중요한 삶의 척도가 된다고 합니다. 개인주의화된 도시화로 인사조차 없이 지나치는 단절된 이웃간의 관계를 회복하여 서로 투명인간 보듯이 대하는 도시생활을 탈피한다면 시민들의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좋은 이웃을 만드는 데는 어떤 방안들이 있나?'라는 생각에 이르니 결국 공동체의 정점인 정부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여러 대안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이러니 걷기운동을 '오지랖 넓은 생각'을 쓸데없이 떠오르게 하는 운동이라고 저 스스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쓸데없이 오지랖 넓은 생각'의 첫 번째는 우리의 좋은 전통이었던 이사 오는 집들이 이웃들에게 했던 '떡돌리기'를 되살리면 좋은 이웃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겁니다.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을 예로 들면, 매매로 이사 들어오는 경우 도배장판만 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리모델링을 하는 추세가 보편적입니다. 그래서 드릴과 망치질의 소음으로 공동주택의 이웃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음에도, 폐를 끼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양해를 구하는 인사도 없습니다. 그냥 '이삿짐 들어오면 끝'인 경우가 요즘의 경향이라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웃이 되는 순간부터 이웃간의 갈등은 잉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러면서 층간소음 관련 사건사고가 나는 보도가 나면 그때만 반짝 떠들다 말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를 보니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의 비중은 전국적으로 50%인데, 도시지역은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도시화와 개인주의화의 상징인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에서 먼저 중점적으로 미풍양속인 떡돌리기를 시행하도록 유도하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관련부서를 통해 아파트관리사무소들과 부동산중개사무소들에서 이사 오는 사람들에게 이사때나 계약때 우리의 전통인 떡돌리기의 미풍양속에 관한 협조를 구하면 최소한 이웃이 되는 순간부터 이웃간의 갈등은 잉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예산의 여유가 된다면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자체에서 떡 구입비용의 일정액을 상징적으로 지원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쓸데없이 오지랖 넓은 생각'의 두 번째는 건축허가의 인허가시, "그동안 공사로 인한 불편을 참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준공시점에 이웃 주민들을 위해 건축주가 게시하도록 매뉴얼화 하자는 것입니다. 건축공사로 인해 이웃주민에게 불편을 준 당사자에게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사를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겪는 건설소음, 비산먼지, 교통불편 등의 여러 불편을 이웃은 매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동양적인 농경사회의 공동체의식이 남아있는 우리들은, 이웃주민들에게 하는 이러한 역지사지의 감성적인 인사말은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말(표현)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명분도 있고 건축주의 경제부담(현수막 비용뿐)도 적습니다. 또한 이것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공동체에 꼭 필요한 이웃에 대한 배려심을 높여줄 수 있고, 가시적인 효과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도로개설공사 등의 주민들에게 불편을 많이 주는 정부나 지자체의 발주사업은 시공업체가 준공시점에 "그동안 공사로 인한 불편을 참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도록 하는 매뉴얼화도 필요합니다. 이때에는 발주기관인 정부나 지자체가 시공업체와 함께 현수막에 표시되도록 합니다.

그렇게 발주기관인 정부나 지자체를 표시하도록 해야 불편을 겪은 시민들을 배려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마음을 표시할 수 있고, 정부와 시민들의 간격을 좁혀주는 효과가 있어서입니다. 또한 이것은 '사람이 먼저'라는 이 정부의 국정목표에도 부응하는 실천적 방안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쓸데없이 오지랖 넓은 생각'의 세 번째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일정 부분의 경제적 물질적 지원이 들어가는 지역시민을 위한 모든 교육과정 및 교양강좌의 강사분들에게, 수강생인 지역주민들끼리 서로 차(茶)나 점심을 같이 하는 친교의 시간을 갖도록 얘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이웃이 되는 기회를 갖도록 유도하자는 것입니다.

왜냐면 이런 부탁의 말조차 하지 않으면 개인주의화된 도시생활로 인해 지역주민들은 끝나면 그냥 헤어지기 바빠, 좋은 이웃을 만들 기회조차 놓치는 것을 너무나도 흔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안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들을 찾으면서 엄청나게 거창한 것에서 답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에 그 답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장삼이사들의 '사는 이야기'에서 보물찾기를 해도 괜찮은 것 아닌가란 생각에,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러한 쓸데없이 오지랖 넓은 생각들이 넘나들다보니 어느덧 1시간 가량의 양산 쓰고 걷는 운동이 끝나고 있었습니다. 폭염이라고들 하는데 양산의 그늘 밑에서 하는 '오지랖 넓은 생각'들로 인해 그런 더위를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아마도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이야기에 대한 생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파트 #이웃 #공동체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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