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8년 만의 세이브' 권오준, 그의 활약이 가치있는 이유

[KBO리그] 삼성 권오준, 28일 KIA전 1.1이닝 4K 노히트 투구

18.07.29 10:57최종업데이트18.07.29 10:57
원고료로 응원

지난 2016년 9월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7회말 교체 투입된 삼성 권오준이 역투하고 있다. 2016.9.4 ⓒ 연합뉴스


삼성이 KIA를 연파하며 드디어 5위와의 승차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삼성은 이날 롯데 자이언츠에게 7-11로 패한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0'으로 만들었다. 후반기 개막 후 11경기 만에 5경기의 승차를 따라 잡은 셈이다(47승2무52패).

2회 2사 1, 2루에서 선제 적시타를 때린 손주인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3루수 이원석은 5회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삼성은 27일 경기에서 연장 11회 혈투를 벌이면서 불펜진을 소모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39세의 노장 투수가 8회 2사 이후 등판해 4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한 점차 승리를 짜릿하게 지켜냈다. 2010년 6월 이후 무려 8년 만에 세이브를 기록한 삼성의 최고령 투수 권오준이 그 주인공이다.

세 번의 팔꿈치 수술과 함께 날아간 '저승사자'의 전성기

선린인터넷고 출신의 권오준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삼성에 지명됐다. 권오준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팔꿈치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고 2000 시즌이 끝난 후 해병대의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했다(2004년 KBO리그에 병역비리사태가 터지면서 권오준의 해병대 복무는 재평가됐다).

2003년 입단 5년 만에 1군 데뷔전을 치른 권오준은 선동열 감독이 수석코치로 부임한 2004년 풀타임 1군 선수로 11승을 거두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마무리를 맡은 2005년에는 전반기에만 17세이브를 기록했고 후반기부터 셋업맨으로 변신해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9승 1패 2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던 2006년에는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과 함께 'KO펀치'로 불리며 삼성의 뒷문을 책임졌다.

하지만 2004년부터 3년 동안 160경기에 등판했던 권오준은 2007 시즌부터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2008년 19경기에서 3홀드에 그친 후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 사이 삼성의 불펜은 정현욱(삼성 불펜코치)과 권혁(한화 이글스), 안지만을 중심으로 재편됐고 두 번의 수술 후 구위 회복이 불투명한 권오준이 설 자리는 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권오준은 2011년부터 2년 연속 두 자리 수 홀드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권오준은 좌완 권혁과 '쌍권총'으로 불리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2 시즌 막판 팔꿈치 통증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권오준은 2013년 1월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안타깝지만 야구 팬들이 기억하는 권오준의 전성기는 세 번째 수술과 함께 막을 내렸다.

2013년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권오준은 재활 도중 오른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한 데다가 팔꿈치 재활마저 늦어지는 바람에 2014년에도 1경기 등판에 그쳤다. 2015년 부상을 떨치고 30경기에서 28이닝을 소화했지만 승, 패, 세이브, 홀드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8.0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류중일 감독(LG트윈스)이 구위가 떨어진 권오준을 주요 보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2사 만루 위기 막으며 2010년 이후 8년 만에 세이브 기록

2015년 말 불법도박 스캔들로 인해 임창용(KIA타이거즈)이 방출되면서 권오준은 삼성의 최고참 투수가 됐다. 그리고 맏형의 책임감이 생긴 권오준은 2016년 1승 3패 7홀드 ERA 3.88을 기록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2016년 시즌 삼성의 불펜에서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마무리 심창민과 권오준 뿐이다. 권오준은 작년 시즌에도 1승 2패 1홀드 ERA 5.14를 기록한 후 삼성과 2년 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 데뷔 19년 만에 FA자격을 얻어 아쉬우나마 FA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또 한 살을 더 먹은 권오준은 여전히 삼성 마운드에서 뒷전이었다. 삼성에는 39세의 권오준보다는 심창민, 최충연, 장필준, 김승현, 이승현 등 미래를 보고 키워야 할 젊은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2016 시즌 후 FA 계약으로 LG로 온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마저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활약하고 있다.

결국 권오준은 올해도 팀이 지고 있거나 필승조가 지친 상황에서 등판하는 롱릴리프 및 추격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은 없지만 2승 1홀드 ERA 5.13의 전반기 성적이 말해주듯 권오준은 삼성 불펜에서 주요 보직을 맡지 못했다. 그나마 7월 들어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구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연장11회까지 이어진 27일 KIA전에서 7회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던진 권오준은 28일 경기에서도 8회 2사 1, 3루 상황에서 이승현을 구원하러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나지완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위기를 자초한 권오준은 대타로 나선 1980년생 동갑내기 정성훈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권오준은 이명기와 최원준,안치홍을 삼진으로 잡고 8년 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권오준의 구위는 분명 전성기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권오준이 전성기와 비교해 전혀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정면승부'다. 권오준은 올 시즌 29.1이닝 동안 33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사사구는 단 9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만큼 구위가 약해졌어도 마운드에서 좀처럼 도망가는 투구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로 이 불굴의 승리욕이 불혹을 앞둔 노장 투수 권오준을 마운드에서 버티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권오준 저승사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