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먹방이 비만 원인? '심증' 있지만 단정 못해

[오마이팩트] 보건복지부 '먹방 규제' 논란, 사실은?

등록 2018.08.01 10:02수정 2018.08.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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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행태 개선을 위한 음주 가이드라인, 폭식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2019년)" -보건복지부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2018.7.26.)

정부가 이른바 '먹방 규제'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뒤늦게 '먹방(음식 프로그램)' 실태조사를 벌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의 비판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이미 '폭식조장 미디어'로 규정해 TV나 인터넷방송의 음식 프로그램을 비만 급증 원인으로 단정했기 때문이다. 과연 '먹방'이 비만 증가를 부르는 원인일까?

[오마이팩트 판정 등급 :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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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극적인 '먹방' 시청이 어린이를 비롯한 일부 시청자 식욕을 자극해 비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대리만족 효과를 부를 뿐 식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로선 먹방 시청과 비만 증가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결과는 나와 있지 않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먹방이 비만 증가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논란(판단 유보)'로 판정했다.

[보건복지부 입장] 먹방 비만 영향은 전문가 의견... 실태조사 필요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에 포함된 '폭식조장 미디어·광고 가이드라인'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담당 사무관은 31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해서 "먹방을 규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담당 사무관은 "먹방이 폭식을 조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건 없지만 비만 관련 전문가,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폭식 조장이)모든 먹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짜장면 30그릇 먹기', '소주 15병 마시기' 같이 일부 인터넷방송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담당 사무관은 "그런 방송이 폭식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대리만족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이제부터 실제 조사를 해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단 근거 ①] 먹방 이후 관련 음식 매출 증가 효과 확인

2010년 전후 아프리카TV와 유튜브 등 인터넷방송을 중심으로 '먹방'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지금은 지상파, 종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디어학계를 중심으로 먹방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 연구도 활발하다.

우선 먹방이 관련 음식업 매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입증됐다. 지난 2016년 '인포메이션 시스템 리뷰'에 발표된 박재홍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팀이 배달 음식 주문 통화량 빅 데이터 분석 결과, 음식 방송이 나간 뒤 관련 배달 음식 주문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 케이블방송 음식 프로그램에서 짜장면, 보쌈김치, 짬뽕, 족발, 피자 등이 소개된 뒤 방영 전 일주일 전과 일주일 뒤 관련 배달 음식 주문 통화량을 치킨 업종 통화량과 비교했다. 짜장면 방송이 나간 뒤 중국음식 업종 주문량은 치킨 업종보다 시간당 약 144건 더 많았다. 보쌈김치와 족발, 피자도 시간당 50~60건 정도 주문이 더 많았다. 어버이날 방송돼 기념일 상쇄 효과가 발생한 짬뽕을 제외한 4개 요리는 방송 이후 주문량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지혜/박재홍 경희대 경영학부, '빅데이터를 이용한 음식방송의 효과 확인 : 이중차이분석을 적용하여', 인포메이션 시스템 리뷰 18권 1호 2016년 3월)

이른바 '먹방'의 음식업 매출 증대 효과는 입증됐지만,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먹방이 폭식이나 비만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어차피 먹을 음식 가운데 먹방에 소개된 음식을 선택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판단 근거 ②] 어린이 식습관 영향 일부 확인, '식사 대리만족' 효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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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버풀대는 지난 5월 영국 유튜브 스타의 '먹방'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준 뒤 실험을 진행했다. 사진은 알피 디에스(Alfie Deyes)의 먹방 장면. ⓒ Alfie Deyes


먹방이 어린이 등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히려 식욕 증가보다 '식사 대리만족' 효과가 크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다.

외국에서도 유튜브 스타의 '먹방'이 어린이 식습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영국 리버풀대 연구팀이 영국 유명 유튜브 스타가 몸에 해로운 정크 푸드를 먹는 '먹방'을 어린이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고 초콜릿, 젤리 등을 간식으로 줬더니, 동영상을 보지 않은 아이들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평균 26%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영국 인디펜던트, 'YOUTUBE STARS MIGHT BE ENCOURAGING CHILDREN TO EAT MORE CALORIES, FINDS STUDY')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인 유순집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외과 교수도 지난 1월 한 비만치료제 기자간담회에서 "먹방·쿡방이 최근 급증하는 젊은 층 비만의 큰 원인"이라면서 2016년 국제학술지 '두뇌와 인지'에 실린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에서 음식 사진을 보여준 뒤 뇌의 모습을 MRI(자기공명영상장치)로 촬영했더니 욕망과 관련된 두뇌 부위의 신진대사가 24% 증가했다는 것이다. 유순집 교수는 당시 "음식 콘텐츠 노출 시 보상중추를 자극하고 과다한 식탐을 유발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성인 시청자 대상 조사에선 먹방 시청 동기가 식욕 증가보다 오락이나 대리만족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에서 지난 2017년 4월 최근 6개월 이내 먹방 시청 경험이 있는 시청자 2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리만족'이나 '오락'이 시청 동기인 경우 시청 태도에 영향을 주지만 '식탐'은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지 연구자는 "단순하게 배고픔 때문에 음식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아닌, 사회적 외로움을 달래기 위함이 아닌 먹방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대리 만족하고 그 방송의 오락적인 면을 본다고 사료된다"고 결론내렸다.('TV 음식 프로그램 시청자의 시청동기가 시청태도, 만족도와 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 : '먹방' 시청자를 중심으로', 강민지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 석사 논문)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박동숙 교수팀도 유튜브로 먹방 콘텐츠를 시청하는 20~30대 남녀 14명을 심층 인터뷰했더니, 이 가운데 9명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고 먹방 시청을 '식사 대리만족'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억압을 자연스레 개인화된 부담으로 떠안고 있었으며, 그러한 억압은 이들로 하여금 음식과 식욕을 늘 절제의 대상으로 여기게 하였다"면서 "이들은 비정상적으로 엄청난 양과 금기시된 고열량의 음식을 태연하고도 맛있게 먹어 주는 BJ를 통해 몸매 유지를 강요 하는 사회에 대리적으로 저항해 주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내가 좋아하는 먹방 BJ는요……": 먹방 시청 경험에 대한 해석적 연구, 문영은, 심지수, 박동숙, 언론과 사회, 2017년, pp.58-101)

[판단 근거 ③] 먹방도 흡연처럼 건강과의 상관관계 과학적 증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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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관련 한국건강학회 조사 결과 ⓒ 한국건강학회


대부분 국민이 먹방 시청이 비만 등 건강 습관에 흡연 장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먹방 규제에는 소극적이란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흡연이나 술과 달리 먹방은 아직 비만 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건강학회와 서울의대는 지난 6월 케이스탯에 의뢰해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건강권 및 건강민주화, 건강세 등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국민들은 먹방 시청이 술 광고나 흡연 장면보다 노출 경험이 많고 건강습관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고 생각하면서도 규제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주일 먹방 시청 노출 경험은 70.8%, 건강습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4.2%로 '대중매체 내 흡연장면(각각 36.6%, 39.1%) 2배에 가까웠다. 반면 먹방 시청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51.4%로 주류광고(63.3%)나 흡연(72.5%)보다 낮았다.

이같은 상반된 반응에 대해 한국건강학회 이사장인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먹방이 비만을 유발한다는 건 응답자들의 주관적 판단일 뿐 실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연구 결과가 없어 먹방 규제에 관대한 것"이라면서 "흡연도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뒤에야 비로소 방송에서 흡연 장면 노출을 하지 않게 된 것처럼, 먹방도 비만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명이 이뤄져야 규제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영호 교수는 "과도한 먹방 노출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막연한 추정은 가능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먹방 규제를 논의하기보다 적절한 방향 제시와 함께 과학적 근거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검증 결과] 먹방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먹방'은 'Mukbang'이란 영어 표현이 있을 정도로 한국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한국적 '먹방'이 비만 등 시청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시청자 설문 조사 등에 의존한 연구들 역시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와 오히려 대리만족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서로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선 먹방이 비만 증가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먹방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이번 팩트체크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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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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