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돗물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길, 있다

[주장] 낙동강의 자연성을 되살려주는 길이 수돗물 안전을 얻을 수 있는 첩경

등록 2018.08.01 10:26수정 2018.08.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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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돗물 대란은 구미국가산단이 들어선 순간부터 예견된 것

지난 5월에 일어난 대구 수돗물 대란, 생수 사재기마저 벌어진 이 기막힌 사태는 도대체 어떻게 일어났을까? 언론의 과장된 보도, 취수원 이전이란 정치적 셈법을 두드리는 대구시의 의도된 기획, 페놀 사태의 트라우마 등등 원인을 분석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대구 수돗물 파동은 사실 특별한 일도 아니다. 잊힐 만하면 터지는 이 반복되는 파동은 사실 그 본질적 원인을 파헤쳐 보면 박정희 정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경상도의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는 경상도에 그것도 자기의 고향인 구미에 엄청난 '선물'을 안겼다. 근대화의 꽃으로 여겨지는 거대 산업단지라는 선물을 TK에, 그의 고향 사람들에게 안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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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돗물 사태의 근본 원인인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모습. 낙동강을 끼고 들어선 이 산단은 1,2,3,4산단에 이어 지금은 5차산단까지 이어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기막힌 '선물'이 40여 년이 지나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 대구 수돗물 파동의 뿌리다. 박정희니까 가능했던 생각이었고 군사독재정권이었으니까 실현된 기획이었다. 냉정히 살펴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을 박정희는 실현시킨 것이다.

가난의 해방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그는 TK에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야도의 도시 대구가 박정희 찬양일색으로 돌아선 것은 어쩌면 구미국가산단이란 기막힌 선물을 안겨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TK를 그의 충견이 되도록 만든 이 기막힌 기획은 40년이 지난 지금 수돗물 대란이라는 파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실 식수원 상류에 대규모 산단을 조성하는 나라는 없다. 미치지 않고야 수많은 화약약품을 내뿜을 수밖에 없는 산업단지를 식수원에 조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구 수돗물 파동을 정직하게 되돌아보면 구미국가산단을 그 자리에 조성하던 그 순간부터 이 사태는 예견된 것이다. 대구 수돗물 파동의 진원지는 항상 그곳이었다. 바로 구미국가산단 이곳에서 모든 사고는 일어났다.


페놀 사태, 1-4다이옥산 파동, 퍼클로레이트 사태에서부터 근자의 구미 불산 사태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수돗물 대란과 수질오염 사태는 모두 구미국가산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말 안전한 수돗물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산단을 없애야 한다. 1300만 영남인의 젖줄이자 식수원인 낙동강에 거대한 공단을 조성해놓고 수돗물 안전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 중의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의 수돗물과 같은 정도의 안전한 수돗물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우리는 이 구조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이 구조 위에서 대구 수돗물 파동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낙동강을 떠나서는 1300만의 식수원을 찾을 길이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전제를 확인해야 한다. 낙동강을 버리고 과연 1300만 국민의 식수원을 얻을 때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낙동강 취수를 포기하면 대체 수원이 있어야 한다. 1300만이나 되는 영남인의 대체 수원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새로운 댐을 지을 것인가.

이 땅에는 이미 댐이 총 1만7735개(저수량 192.9억 톤, 통계로 보는 한국의 수자원(국토부, 2016.11))이 있다. 다목적댐 20개(저수량 127.4억톤), 용수전용댐 54개(저수량 8.8억톤), 하굿둑-담수호 12개(저수량 29.3억톤), 농업저수지 1만7649개(저수량 27.4억톤)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댐을 지을 곳이 없을뿐더러 최근에 지어진 댐의 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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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의 하나로 이 나라 국보급 하천에 들어선 영주댐에 녹조가 그득 들어찬 모습. 지금은 녹조 문제로 담수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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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4대강사업의 하나로 들어선 보현산댐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한 지난 7월 24일의 현장 모습. 심각한 녹조 발생으로 영주댐과 마찬가지로 댐 무용론에 철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댐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댐을 지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최 근자인 2016년에 준공한 영주댐과 2014년에 준공한 보현산댐을 보라. 이들 신규 댐들은 지금 심각한 녹조라떼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물로는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지경에서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1300만 명의 식수원을 구한단 말인가. 낙동강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식수원 낙동강을 대대손손 유지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식수원으로서의 낙동강을 포기할 수 없는 전제와 구미국가산단과 같은 산업단지를 없앨 수는 없다는 전제를 놓고 대구 수돗물 파동을 봐야 한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바로미터다.

이 두 큰 전제를 놓고 안전한 대구 수돗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여기서부터 해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생각해야 한다.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손쉽고도 경제적인 해법, 있다

해법이 뭐냐고?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의외로 해법은 쉽다. 낙동강을 되살리면 된다. 식수원 낙동강을 살리면 안전한 수돗물은 덤으로 주어진다. 이 쉽고도 근본적인 해법을 두고, 취수원 이전이라는 불가능한 주장만 하고 있는 무책임한 분들을 시장과 도지사로 모시고 있는 TK 주민들만 불쌍할 뿐이다.

그렇다면 낙동강을 어떻게 살리느냐? 낙동강의 자연성을 되찾아주게 하면 된다. 낙동강을 강답게 만들어주면 된다. 강을 강답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강을 강답게 만드는 길이 무언가? "강은 흘러야 한다"는 이 만고의 진리를 막고 있는 것들을 없애버리면 된다.

흘러야 하는 강을 막아세운 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뜯어버리면 된다. 사실상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진 저 무용지물 콘크리트덩이를 그대로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수질개선, 홍수예방, 건강한 생태환경 조성이라는 그 어떤 명분도 달성하지 못한 콘크리트덩이를 왜 놔둬야 하는가. 오히려 홍수를 조장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심각한 녹조현상으로 수질을 망치고 있을 뿐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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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달성보에 녹조가 가득 발생한 지난 7월 26일 현장의 모습. 이로써 4대강사업 준공 이후 7년 연속 녹조라떼가 발생한 낙동강. 녹조의 맹독성물질인 조류독소로 인해 독조라떼라는 새로운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물이 많다고? 맹독성 조류가 들끓는 썩은 강물만 철철 넘치는데, 그 물로 농사지으면 그 독성물질이 농작물에마저 농축된다는데 이 썩은 강물을 대체 왜 가두어둬야 하는가. 사실상 용도가 사라진 콘크리트 폐기물일 뿐인 구조물을 왜 그대로 놔두야 하는가.

콘크리트덩이가 사라지면 낙동강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강물의 깊이가 낮아지면서 강이 흐르게 된다. 바닥에 쌓였던 썩은 펄들은 씻겨나갈 것이고 황금빛 모래톱이 돌아올 것이다. 모래톱의 기능이 부활하게 된다. 수질정화의 핵심적 요소인 모래톱이 되돌아오면서 강물을 일차적으로 걸러준다. 그곳에서 수생식물이 자라고, 습지가 만들어지면서 이것들이 2차로 강물을 정화시켜준다.

자연정화시스템이 되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를 우리는 지금 수문이 활짝 열린 금강에서 확인하고 있다. 만 7개월만에 부활한 금강은 맑은 강물이 흐르는 모래의 강으로 되돌아와 있다. 물만 맑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깃든 무수한 야생의 생명들도 더불어 살게 된다. 생명 보시 행위 또한 이루어진다.

철거가 당장 어렵다면 금강처럼 수문만이라도 열면 된다. 금강에서 확인된 강 부활의 모습들이 수문이 열린 낙동강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낙동강에서도 지난 11월~12월 잠시지만 활짝 열린 합천창녕보의 모습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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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의 합천보 수문이 열리자 그 상류인 현풍 박석진교 아래 낙동강에 황금빛 모래톱이 돌아오면서 강 생태계가 되살아는 것이 목격됐다. 지난해 12월 수문개방 1개월만의 극적인 변화다. 이 모래톱은 수질정화에 탁월한 기능을 한다. 4대강사업은 이 모래톱을 완전히 앗아버려 강의 생태환경적 기능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수돗물 안전성을 심각히 후퇴시켜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가장 돈을 적게 들이고도 낙동강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예산이 전혀 들지 않는 수질개선 대책인 것이다. 이 쉽고도 경제적인 방법을 왜 사용치 못하는가.

대구 수돗물 안전의 길을 막고 있는 세력들

여기에 경상도 딜레마가 사라잡고 있다. 온통 자유한국당 일색인 정치 구도. 자유한국당 시장과 도지사, 군수 온통 자유한국당이다. 자당 대통령이 강행한 사업이다. 이들 또한 4대강사업을 열렬히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도운 이들로 이른바 '4대강 부역자들'이다. 이런 이들이 그대로 버티고 있으니 자신들이 한 짓에 반하는 행위를 온몸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강을 죽여놓고도 전혀 반성을 모르는 이들 때문에 획기적인 낙동강 수질 개선의 길을 놓치고 있다. 이런 이들이 대구 수돗물 걱정을 한다. 시민의 안전 운운한다. 그러면서 대책이라고 대구 취수원 이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구 취수원 이전은 애초에 불가능한 기획이다. 그 사실을 그들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다. 초강력 울트라 빠꼼이인 그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대구 취수원을 상류로 옮긴다는 것은 낙동강 중류의 수질관리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고 그것은 곧 부울경 주민들은 지금보다 더 나쁜 똥물을 먹으라는 소리와 같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부울경 500만 시민이 가만히 있겠는가. 사상 초유의 남남갈등이 일어날 일이다. 90년대 대구 위천공단 건설 문제로 얼마나 큰 홍역을 치렀는지를 너무 잘 아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내뱉을 소리는 아니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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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을 적극적으로 찬동한 대구 달성군은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달성보 위에서 유람선을 띄우면서 4대강사업을 지지하는 정책을 폈다. 4대강사업을 활용해 뱃놀이사업을 벌였고, 결국 이 유람선 운항을 중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달성보 수문 여는 것까지 방해하고 있다. 독성조류가 창궐하든 말든 뱃놀이사업을 벌이고 있는 달성군에 시민들의 분노가 높은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무책임의 극치이자 정치모리배에 불과한 주장이다"라는 날선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진정으로 대구 수돗물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가장 먼저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를 통해 강의 자연정화시스템을 되살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수질개선 대책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낙동강은 안전하고 건강한 수돗물을 약속한다

그리고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업보인 산단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엄격한 규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폐수를 정화해서 계속해서 재사용하게 하는 무방류시스템과 같은 획기적인 수단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수질오염 행위 삼진아웃제 같은 강력한 규제책을 도입해 이런 부도덕한 기업이나 축산업자와 농민들에게도 철퇴를 가하는 강력한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특히 낙동강 최상류를 무려 48년 동안 무단 점유하며 각종 오염행위를 해온 낙동강 최악의 공해공장 영풍제련소 같은 공장은 이제 낙동강에서 영원히 방출시켜야 한다. 산단도 아닌 단일 기업이 식수원의 최상류를 무려 48년 동안 점유하면서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경북도지사는 대구 수돗물이 염려된다면 낙동강 최악의 공장 영풍제련소부터 폐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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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잡고 있는 21세기 최악의 공해 공장 영풍제련소. 비소, 카드뮴, 납, 아연 등의 중금속으로 낙동강을 무려 48년 동안 오염시키고 있는, 반드시 퇴출되어야 할 '공해' 공장이다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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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도 공해공장은 돌아간다. 24시간 풀가동하면서 각종 오염물질을 내보내고 있다. ⓒ 영풍제련소 공대위


대구 수돗물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은 곧 강의 건강성을 되찾아주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강이 건강해지려면 강이 강답게 되어야 하고, 인간의 간섭과 오염행위를 줄여나가거나 없애주면 된다. 결국 건강한 낙동강이 되면 건강한 물은 저절로 주어지게 된다. 강이 건강하다는 것은 또 그곳에 깃들어 사는 무수한 생명들도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뭇생명과 더불어 건강해지는 이 근본적인 길을 왜 우리가 가지 못하는가.

그러니 지금 즉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발목을 잡는 행위는 국민의 안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정치모리배들이나 하는 짓으로 국민의 철저한 심판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낙동강을 낙동강답게 만드는 것. 이것이 대구 수돗물 대란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묘법인 셈이다. 그렇다. 강은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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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련소 20킬로미터 하류의 범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 낙동강의 원래 모습이다. 이런 비경 바로 위에 공해공장 영풍제련소가 자리잡고 있고, 이 아래에 4대강보가 8개나 들어서 있다. 이 공해공장과 구미산단과 같은 산업단지 그리고 4대강 보가 수돗물의 안전을 심각히 해치고 있는 주범들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4대강사업은 수돗물의 안전성까지 심각히 저해한 사업으로, 4대강 보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이 글은 월간 함께사는길 8월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대구 수돗물 사태 #낙동강 #구미산단 #4대강사업 #영풍제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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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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