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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장자연 수사팀에 주문한, 납득 못 할 두 가지

[리뷰] < PD수첩 > '장자연 2편' 방송... 당시 수사관련 의혹 다뤄

18.08.01 21:09최종업데이트18.08.0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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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제작진에게 고 장자연씨의 유족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 MBC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장자연 2부'는 고 장자연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했던 세력의 존재와 검경수사팀의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다뤘다. 신인 배우 장자연(사망 당시 29세)씨가 자살 사망하고 유족의 고소 이후 9년이 흘렀지만, 망자의 억울함과 외압·은폐 의혹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접대한 사람만 있고 접대받은 사람은 없는 사건이 돼버리고 말았다(관련 기사 : 장자연 지인과 매니저가 지목한 접대자들, 어마어마했다).

< PD수첩 >은 당시 수사팀의 부실·은폐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사 사주 일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통신기록 조회 등 기본적인 수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접촉한 당시 담당 검사나 경찰에 따르면 통신기록 조회 영장, 계좌 추적 영장 청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통신기록 자체는 접근하기 어려웠다"며 "결국은 (통신 영장을) 못 넣었다"고 말했다. 

또 검찰 관례상 수사검사가 사건을 수사하고 부장검사가 결재하는데, 장자연 사건은 부장검사가 직접 주임검사를 맡는 등 간부급들이 사건을 일일이 챙겼다고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간부급들이 사건을 꼼꼼히 챙긴 것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이것이 철저한 규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급하게 덮인 것은 현재까지 의문으로 남았다.

이날 방송은 2015년 3월 있었던 조선일보 95주년 기념식장 영상을 방영했다. 전두환, 이명박 전직 대통령은 물론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까지 참석해 조선일보 창간 95주년을 축하했다.

"저로선 부담을 안 느낄 수 없죠. 개인적으로 굉장한 자괴감, 모욕감을 느끼면서 일개 경기경찰청장이 일을 서투르게 잘못 처리해서 정권 차원에 부담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가면 제가 부담을 안 느낄 수가 없죠. 조선일보가 아주 거칠게 항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발언이다. 조현오 전 청장은 당시 수사의 총책임자로서 경찰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사였다. 그럼에도 "정권에 부담" 운운하는 조선일보 기자의 강력한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9년간 밝히기 어려웠을 심경을 계속해서 토로했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할 수도 있다'고 정권 운운하면서 저한테 협박을 해대니까 저로선 저 때문에 정권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그런 걸로까지, 제가 심각한 협박을 느꼈죠."

조선일보 직원들로 꾸려진 '장자연 대책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PD수첩 제작진을 만나 장자연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 MBC


언론권력은 재벌권력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누려왔다. 정치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 유권자인 시민들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권력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의 양자는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에 바뀌지도 않고 때로 세습된다. 사람들이 언론의 프레이밍을 비판없이 그대로 수용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은 더 이상 언론 보도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언론 보도를 비평하고, 이면을 꿰뚫고, 오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면서 언론은 이전과 같은 지위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할 때 언론이 유일한 플랫폼이던 시절도 지났다. 이것은 비단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에만 해당되지 않고,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정권을 창출할 수도, 퇴출할 수도 있다"는 조선일보 기자의 발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제작진은 또 조선일보 전 간부의 진술을 인용해 지난 2009년 수사 당시 조선일보사 내에 편집국 간부 및 사장실 간부들로 꾸려진 '장자연 대책팀'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 PD수첩 >은 당시 조선일보사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자사 기자를 보내거나, 특파원 칼럼·주필 칼럼 등을 동원하거나, 직접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 및 수사책임자 등을 접촉해 수사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제작진이 만난 조선일보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부인과 반박, 회피로 일관했다. 이들은 현재 조선일보 계열사 대표로 승진했거나 야당 국회의원이 돼 있었다. 이들이 당시 조현오 청장을 비롯한 수사팀에 주문한 것은 '방상훈 회장의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달라'였다. 더 나아가 수사기관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큼은 피해달라고도 했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 재벌 총수, 정치인, 각종 사정기관의 우두머리 등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인사도 잘못이 제기되면 검찰에 직접 나가 조사를 받아왔다. 방문조사는 사건 참고인 등 피의자 신분이 아닌 이들에겐 흔히 적용되는 것이지만 직접적인 사건 피의자에겐 '특혜'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수사팀은 조선일보사를 방문 조사했다. 방상훈 회장은 사옥 회의실에서 35분가량 조사받았다. 방 회장의 차남인 방정오 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는 삼촌이 사장으로 있는 코리아나 호텔 스위트룸에서 약 55분간 조사받았다. 

장자연씨의 억울함을 달래고 잘못된 구조 바로잡는 일

PD수첩 방송 화면 캡처. ⓒ MBC


당시 장씨 계좌에서 1억 원에 가까운 고액 수표가 발견되는 등 중요 단서가 나왔음에도 수사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성접대를 받은 유력인사 20여 명 중 처벌받은 이는 없었다. 검찰은 문제를 제기한 2009년 당시 야당 의원들과 소속사 대표·매니저만 법정에 세웠다. 특히 피해자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문건에는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경 수사는 절묘하게 이를 피해갔다.

현재 재조사가 결정됐지만 이 사건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고, 이렇게 제기된 은폐·외압 의혹에 소위 '윗선'이 어느 선까지 개입된 것인지 관심이 높다. 앞서 조현오 전 청장은 수사 외압에 대해 자괴감과 모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것은 조 청장 혼자 느꼈을 감정이 아니라 경찰조직 전체가 느꼈던 감정이 아닐까.

이제라도 재수사팀을 비롯한 검경은 결자해지와 명예회복 차원에서 진실을 제대로 수사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죽음으로 항의한 망자의 억울함을 달래고, 권력자가 약자의 성을 노리개로 삼는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장자연 조선일보 PD수첩 외압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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