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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맞는 거창국제연극제, 군의회 예산 삭감으로 파행

규모 축소해 3일 개막... 연극계 성토, 지역주민들 허탈감

18.08.03 21:16최종업데이트18.08.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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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히 거창국제연극제 포스터. ⓒ 거창국제연극제


30회를 맞는 거창국제연극제가 3일 개막한 가운데 지역 의회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해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연극계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지역에서는 군의회가 지역 최대 문화 행사에 재를 뿌렸다며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창국제연극제는 매해 여름 남덕유산 자락이 이어지는 피서지 수승대에서 열리는 여름 연극축제다. 휴가철과 맞물리면서 공연장은 언제나 북적거렸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적인 연극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거창군이나 의회와 마찰을 빚으면서 혼란 양상이 되풀이 됐다. 민간 연극제의 운영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감사원의 감사와 고소 고발 등이 이어졌지만 사법적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군수를 역임한 인사가 연극제를 맡기도 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시 거창군의회는 거창군의 직접 운영을 조건으로 하는 예산안을 승인했다. 이에 행정기관은 민간이 하던 연극제를 문화재단을 앞세워 대신 개최하려고 시도했다.

휴양지에서의 야외 연극공연으로 관객들이 몰리는 거창국제연극제 공연 모습 ⓒ 거창국제연극제


연극인들은 반발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기존 연극제 주최 측과 군청이 개최하는 두 개의 연극제가 동시에 열린 것은 파행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기존 공간을 활용한 관 주도 연극제와 인근 열악한 공간에서 열린 민간 연극제의 충돌은 관객들에 의해 판가름 났다. 민간 연극제는 연일 좌석을 가득 채운 반면 관주도 연극제는 소수의 관객만이 자리를 채웠다. 특히 관 연극제는 민간 연극제의 상표권을 도용하려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망신을 사기도 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군수와 군의회가 교체됐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겠다는 신임군수가 민간 연극제 지원을 위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군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거창군의회는 "연극제 주최 측이 거창군과 합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연극제 주최·주관을 홍보하고 예산 지원에만 관심을 보였고, 그동안의 갈등과 불신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추경 예산안 심의과정에서는 "최근 몇 년간 문제가 있었던 만큼 충분한 토론을 거쳐 유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러나 연극인들은 일종의 '괘씸죄'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화행사는 1~2개월 홍보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행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한 지역 인사는 "군의회가 마지막 불씨는 살려줬어야 했고 연극제 주최 측이 밉더라도 '질책'과 '당근'을 병행했어야 했는데, 30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정원수를 단 1분 만에 베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행부의 불통 행정이든 의회의 오만과 독선이든 어느 한쪽에서 분명히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7년 거창국제연극제 공연 모습. 비가 오는 가운데도 좌석을 가득 채우고 연극공연에 몰두하는 관객들 ⓒ 거창국제연극제


연극제를 통한 외부 피서객 유입으로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 주민들도 허탈감을 나타내고 있다.

거창연극제 측은 개막을 앞두고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날벼락을 맞으면서 행사 개최 여부를 고민하다 축소된 형태로 30회 행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예산 지원을 기대하며 개최 시기를 1주일 연기했지만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해외극단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국제연극제라는 이름도 붙이기 민망하게 됐다.

거창연극제의 한 관계자는 "행사를 대폭 축소해 진행하기로 했다"며 "안타깝지만 힘들더라도 연극제 개최를 원하는 지역주민들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어 작게 치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6개국 27개 극단이 주변 6개 극장에서 하려던 공연은 4개 극단과 5개 대학 극단이 참여하는 소규모 행사로 축소됐다. 이마저도 일부 극단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기로 하고 지역주민들과 출향 인사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특히 국내 공연 예술계의 상황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긴 시간 공연을 준비했던 극단들이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돼 연극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거창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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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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