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낮잠 쿨쿨... 이런 물개는 처음이네

[하와이에서 한 달 살기] 생애 첫 스노클링

등록 2018.08.06 17:20수정 2018.08.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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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했던 내용을 재미있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아름다웠던 일몰의 바닷가부터 각종 수상 액티비티까지. 20대에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한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한국과의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기사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 기자 말


준비운동을 마친 후, 익숙하지 않은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한 채 냅다 바닷가에 얼굴을 들이박은 나와 친구들은 놀라움에 비명을 지르느라 물을 잔뜩 먹고 말았다.

"우와~"

짜디 짠 바닷물의 맛도 잊은 채 다들 물고기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물 속에는 어린 시절 수상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아름다운 산호가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서 형형색색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쳤다. 하와이에 온 뒤 며칠 동안 길거리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던 우리가 드디어 하와이를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피곤해도 멈출 수 없다


당장 아침부터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엄청난 하이킹 장소를 올라갔다 내려온 뒤 스노클링으로 향했던 나는 버스에서 완전히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보니 오늘의 스노클링 장소인 하나우마 베이에 도착한 상태였지만 몹시 피곤한 몸은 설렘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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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바닷가를 가진 스노쿨링 스팟, 하나우마 베이 ⓒ 신준호


하지만 피곤함도 잠시, 눈 앞에 펼쳐진 하나우마 베이의 맑은 바닷가 풍경 앞에서 입이 떡 벌어졌다. 멀리서도 보이는 투명한 바다 속 산호들과 청량한 하늘의 조화는, 뜬금없이 우리가 얼마나 한국의 바다를 오염시키면서 살고 있나 반성하게 했다.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고기나 거북이를 만지지 않겠다는 서약서와 15분 정도의 영상 교육물을 시청해야 했다. 바닷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몸은 근질거렸지만, 철저하게 교육을 시행한 뒤 들여보내는 하와이의 자연 사랑 마인드에 오히려 큰 감명을 받았다.

70마리의 물고기 떼, 그리고 물개

스노클링 장비에 익숙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냥 입에 끼우고 숨 쉬면 숨이 쉬어질 줄 알았지만 계속해서 물이 입속으로 들어와서 자연 천일염을 있는 그대로 들이키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수영을 배워놓은 것이 하와이에 온 뒤 가장 감사한 일이었다. 스노클링 장비를 벗어 던지고 물안경만 낀 채로 들어간 바닷가 속에서 나는 물고기 몸통을 통해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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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쿨링하며 보았던 물고기 ⓒ 신준호


정말 물고기들의 색깔은 각양각색이었다. 분홍색 물고기, 노란색 물고기 등 그런 예쁜 색깔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러움을 받아 부족함이 없는 생명체들이 내 눈앞에 가득 펼쳐졌다. 그리고 정말로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와 똑같이 생긴 노란 물고기 떼 50마리도 볼 수 있었다.

산호에 붙어 있는 자신들의 먹잇감을 찾아서 올라온 물고기들은 사람이 보고 있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들의 만찬을 즐겼다. 내 손바닥보다도 큰 물고기들도 내 옆을 유유히 헤엄쳐 지나갔고, 그런 엄청난 크기의 물고기 때문에 몇몇 주변 친구들은 스노클링이 무섭다면서 이날 이후 더 이상 스노클링을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노클링을 하러 와서 물에 들어가지 않고 쉬던 친구 몇 명은 우리가 약간의 수영을 가르쳐준 이후로 마치 잠수 대결을 펼치듯이 물속에서 얼굴이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황홀한 스노클링을 몇 시간동안 재미있게 즐겼다.

스노클링이 끝나고 나온 다리는 산호에 긁혀서 여기저기 피가 나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아픔도 잊은 채 싱글벙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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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돌이 아니라 물개라는 걸 알 수 있다. ⓒ 신준호


분명 스노클링을 하러 갔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물개였다. 1시간 정도의 스노클링을 한 뒤 잠시 쉬러 나온 나는 웬 커다란 돌덩이 주변에 접근 금지 안내 고깔이 둘려 있는 걸 발견했다. 별 관심 없이 돌아선 순간, 옆의 외국 꼬마가 영어로 '물개다 물개!'라고 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번뜩 정신이 들어서 다시 쳐다봤다.

돌덩이 같이 생긴 물개는 인간들의 시선에도 관심 없이 혼자만의 꿀맛 같은 낮잠을 즐기고 있었고, 가끔 벌레가 들러붙으면 팔을 푸드덕 흔들어서 벌레를 내쫓았다. 동물원에서 묘기를 부리던 물개들은 봤어도 이렇게 거대하고 태평한 물개는 처음 봤다.

1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나, 물개는 잠을 다 잤는지 아주 귀엽게 옆 구르기를 해서 바다로 다시 들어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물속을 들여다본 나는 육지 위 나무늘보만큼 느릿했던 물개가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며 사라져가는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정말 하와이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다 자신이 선택하는 대로 경험하게 되고 살아가게 된다는 걸 많이 느낀 것이 하와이였다. 모두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좋은 감정, 힘든 감정을 느끼며 살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겠지만, 하와이행을 선택한 나는 스노클링을 하는 순간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다소 우쭐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하와이 #오아후 #스노클링 #하나우마베이 #와이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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