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여행지만 가면 '맛집'에 집착하게 될까

[여행작가의 맛집 찾기①] 옆집도 맛있는데 '그 맛집'만 줄서는 이유

등록 2018.08.09 12:19수정 2018.08.0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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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수많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맛집은 1년 평균 9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먹으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저절로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맛집이 그렇게 많을까. 수많은 맛집 소개에 먹방과 쿡방이 넘치지만, 이 정보의 풍성함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혼란스럽다. 진정한 맛집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여행 작가로서 이 기초적이지만 무척 어려운 질문에 나름대로 답해 본다. 그리고 거꾸로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진정한 맛집이란 존재할까. [편집자말]

경주의 유명 김밥게란 지단이 많이 들어가 있어 유명해졌다. 아침 7시 문 열 때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다. ⓒ 홍윤호



소문난 맛집이란

필자는 5년여 전부터 매년 매 계절 시간을 내서 경북 경주에 답사를 간다. 경주라는 공간을 '여행 가는 대상지'가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내면화시키기 위해 어느 해 4개월 정도는 경주에서 살아 본 적도 있다.

구석구석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유적지와 유물들을 돌아보고 경주의 문화유산을 총괄하는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불과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당대 사람들이 남긴 1차 자료, 대학 도서관의 책장을 가득 채운 많은 역사서와 숱한 연구 논문, 키 높이 이상으로 쌓인 발굴 보고서들,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의 문화유산 답사기들을 검토하며 답사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평생 경주에 대한 책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경주 답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우습게도 어느 소문난 맛집에서 한번 식사를 해 보는 것이었다.

그 집은 경주 시내에 있는데, 대단한 메뉴도 아닌, 쫄면을 파는 집이다. 흔한 분식집 같은 평범한 외관과 실내, 거기다 좁은 골목길에 있어 모르면 그냥 지나치는 집인데, 항상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 집이다.

정말 음식을 먹으러 오는 것인지, '명성'을 먹으러 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줄 서서 기다리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필자는 식사 시간에 골목 바깥까지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줄 서지 않는 시간에 금방 쑥 들어가서 식사를 하기 위해 식사 시간이 아닌 오후 3시쯤 다시 찾아갔는데, 여전히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워서 그날은 포기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경주를 찾았을 때 그 집 생각이 나서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찾아갔다. 혹시 몰라서 10시 50분쯤 갔는데 그만 기겁하고 말았다. 식당 안 모든 의자에 사람들이 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바깥에 몇 사람이 줄을 서 있는 게 아닌가! 문도 열기 전에 50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그 집에 가는 걸 단념했다.

경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답사지는 하루 종일 사람 한 명 구경할 수 없건만 TV의 인기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그 맛집에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알 수 없었다. 인근에 오래된 전통의 냉면집도 있고, 경주역 앞 성동시장 안에 가면 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한식 뷔페집들도 있건만 이 집만 그렇게 줄을 선다.

경주에는 손님들이 그렇게 많은 맛집들이 여럿 있다. 물론 거의 대부분(95% 이상)은 외지인들이 찾는다.

교촌 한옥마을의 어느 김밥집은 김밥에 계란 지단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맛있다는 이유로 문 여는 아침 7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다. 매일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동네 사람들 몇몇은 사람들 들으라고 '그까짓 김밥 먹으려고 이 줄을 서냐'며 혀를 끌끌 찬다. 그래도 줄 선 사람들은 미동도 없다.

낙지 철판 볶음 경주 보문단지 입구의 어느 낙지요리집은 손님이 많아 은행 같은 모니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홍윤호


보문단지 입구의 어느 낙지집은 저렴한 가격의 '낙곱새'라는 메뉴로 유명한 집인데, 여기는 아예 입구 문 위에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모니터가 있다. 즉, 은행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가 모니터에 알람소리와 함께 번호가 뜨면 그 번호표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일행이 식당에 들어간다. 줄 서서 기다리지 않는 편리함이 있다고 할까.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의자들이 있고, 기다리는 시간에 심심하지 말라고 TV도 달아 놓았다. 4년 전 쯤 이 시스템을 처음 보고는 입을 딱 벌린 적이 있다.

이른바 관광 도시에는 이렇게 줄을 서거나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소문난 맛집들이 있다.강원도 강릉 경포해수욕장 북쪽의 작은 항구인 사천진은 물회 마을로 유명한데, 과거 TV에 나왔다고 알려진 어느 집에만 유달리 사람들이 몰린다.

개인적으로 다른 여러 집들에서도 먹어본 경험에 의하면 모두 괜찮은 집들이고 이 집만 특별난 건 아니다. 물회에 맛있는 우럭미역국이 같이 나온다고 하지만 다른 집도 마찬가지다.

물회마을의 명성을 높인 원조 집도 아니다. 사실 20년 가까이 여러 번 가본 경험에 의하면, 10여 년 전만 해도 많은 물회집들 중 대기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평범한 한 집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집 앞 '대기 고객 명단'에 순서대로 이름을 써 놓고 동네 구경을 하거나 바다 구경을 하고 시간을 때우다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굳이 그 집이 아닌, 다른 집에 가도 충분히 괜찮은데 말이다.

강릉 사천진의 물회사천진은 물회마을로 유명한데, 소문난 물회 맛집이 아닌 주변의 다른 집들도 맛이 괜찮다. ⓒ 홍윤호


맛집을 찾는 심리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동네나 일하는 직장에서 음식점을 찾아갈 때는 소문난 맛집이니 대박 맛집이니 하는 명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일상적인 생활공간은 자기에게 익숙한 공간이고 잘 아는 공간이라 명성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잘 아는' 식당으로 간다.

이미 경험해 본 맛뿐만 아니라 아는 집이기에 주인이나 종업원의 친절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장과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이나 볼 일을 보러 갈 때, 특히 연고가 없는 곳으로 갈 때 우리는 아무래도 외부의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 그럴 때면 아무래도 '명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낯선 동네에 찾아가서 모르는 식당에서 돈을 지불하고 식사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그러니 자칫 '맛없다'라고 판단되면 돈이 아까운 건 물론이고 한 끼 식사를 제대로 못한 데에 대한 분노도 딸려온다, 이러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요즘은 '정보의 홍수' 시대이다. 보통은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불신의 사례들 때문에 선뜻 그 정보를 믿을 수도 없다. 그러니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검증된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효율적, 경제적 선택이다. 그러다보니 그 맛집은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이 오히려 선택의 집중을 불러온다.

그리고 인증하고 자랑한다.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내고 개인 블로그나 카페에도 올린다. 그 연령대는 갈수록 높아진다. 요즘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이 '맛'에 중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주객이 전도되어 맛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인증하고 자랑하기 위해 굳이 '그 맛집'을 찾아간다. 꼭 '그 맛집'을 가야 하기에 기다리는 것도 참을 수 있다. 그 옆집은 절대 안 된다.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 많고 줄 서는 집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기다림 끝에 식사가 가능해지면 무언가를 성취한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다. 식사하기 전에 말이다. 이미 그 집에 대한 평가는 반 이상 끝났다. 이렇게 고생했는데 '맛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소문난 맛집은 TV의 어느 프로그램에 나온 맛집, 따끈따끈한 맛집, 핫한 맛집의 이름을 달고 확대, 재생산된다. 때로는 유명 인사들(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이 추천하는 맛집들도 이슈화된다.

트루맛쇼2011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맛집이 어떻게 조작되는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네이버영화 포스터에서 가져옴


맛집은 조작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일단 이를 악용하는 업자들이 있다. 명성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조작하는 것이다. 2011년에 다큐멘터리 영화로 <트루맛쇼>가 상영된 적이 있다. 제작진이 실제로 '맛(taste)'이라는 식당을 차리고 몰래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한 뒤 평범한 식당이 어떻게 맛집으로 조작되고 방송되는지를 직접 보여준 영화이다. 브로커가 개입하고 돈이 오가며 메뉴가 조작되는 단계를 거쳐 실제 방송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물론 모든 맛집이 이렇게 조작되는 건 아니지만, 방송에 나오는 맛집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 시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 편법을 마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도 한 몫 했을 터이다.

실제로 같은 종류의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골목이나 마을의 경우 방송 출연 여하에 따라 매출액이 달라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미 소문난 맛집이고 방송에 출연할 필요도 없지만, 방송 출연 요청을 거절할 경우 주변의 다른 음식점이 대신 방송에 나갈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방송 요청을 받고 촬영한다는 식당 업주도 봤다. 인근 경쟁 업체가 자기 집 대신 방송에 나가서 유명해지면 자기 집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방송이 조작될 수도 있다는 개인적 경험 하나. 8년 전 일이지만, 어느 공중파 방송의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방송 아나운서가 전국의 명소를 직접 돌아다니며 여행지를 안내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나운서의 부재로 한 회만 가이드로 출연해서 전남 여수에 촬영 간 적이 있었다.

진달래꽃이 한창인 시기여서 진달래 명산인 여수 영취산에 올라가 촬영을 한 다음, 그 아래 어느 마을에서 진달래꽃술을 담가서 마시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준비된 술이 없다는 거였다. 진달래꽃 여행을 온 만큼 진달래꽃으로 담근 술을 마셔야 하는데, 마을에 술이 없다니. 그래서 복분자술이 나왔다. 겉보기에 색깔이 비슷해서였다. 복분자술 위에 진달래꽃을 하나 띄우고 전통의 진달래술(두견주)을 마시는 양 폼을 냈다. 그리고 낯 뜨거운 한 마디.

"진달래술을 마시니 봄을 마시는 느낌이 듭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트루맛쇼 식당 글영화 트루맛쇼에서는 실제 식당을 만들고 맛집으로 조작되어 방송을 타는 과정을 찍었다. 촬영이 끝난 후 식당 유리문에 붙인 공지 ⓒ 네이버영화 트루맛쇼 사진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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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여행작가, 문화유산 답사 전문가. 개인 저서 6권. 공저 다수. 여행을 삶의 전부로 삼아 나그네의 길을 간다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입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오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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