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김동연 갈등설'에 청와대 부인... 박원석 "추측 아냐"

“갈등설, 문자 그대로 심각” 박원석 글 속 당사자 묻자 청와대 “완전히 틀린 추측”

등록 2018.08.09 17:02수정 2018.08.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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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와 정부 내 갈등설이 있다. 그 한 당사자를 얼마 전 어떤 자리에서 짧게 조우할 기회가 있었는데, '많이 바쁘시겠다'는 인사말에 예상외 답이 돌아와 조금 놀랐다. (…) 기억에 남는 강한 워딩은 이런 것이다.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 '말을 할 수 없는 위치라 답답하다', '밖에 나가 인터넷 언론사라도 만들어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더러 행간이 보였던 그 갈등설이 꽤 심각한 상태까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 며칠 사이 외화(겉으로 드러남)된 바로 보면 균형추가 이미 기운 것이 아닌가 싶다. 문자 그대로 심각하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9일 오전 본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장하성 정책실장-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간 갈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청와대는 "틀린 추측"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박 전 의원도 "당사자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 쓴 글의 문제의식을 봐 달라"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앞서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와 관련해 이견을 내는 등 자주 다른 노선을 보여왔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반면, 장 실장은 그렇지 않다는 식이다. 얼마 전 김 부총리의 삼성 그룹 방문과 관련 청와대가 '삼성의 투자, 고용 확대 계획을 기재부가 직접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비판에 장하성 실장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알려져 왔다.

이러한 갈등설과 관련해 그간 청와대는 "(내부의) '의견 조율'"이라며 진화해왔다. 김 부총리도 지난 6일 삼성전자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장하성 실장과의 불화설'에 대한 질문에 "정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생산적 토론이 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글의 당사자가 장 실장 아니냐는 물음에 "장하성 실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박원석 전 의원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페이스북 내용이) 장하성 실장의 발언인 것처럼 읽힌다'는 지적에 "그것은 언론인들의 추측이고, 그 추측은 완전히 틀린 추측"이라며 선을 그었다. 글의 당사자가 장 실장은 아니라는 대답이다. 김 대변인은 그 사실을 장 실장에게 확인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짧게 답했다.


박원석 전 의원도 추가 발언을 꺼렸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제가 누구라고 말씀드리지 않겠다. 당사자가 곤란해질 수 있다"며 "청와대는 기자들 예측이 틀렸다는 의미에서 '추측이 틀렸다'고 했겠지만, 저는 추측하거나 상상해서 그 글을 쓴 게 아니다. 직접 듣고 쓴 것"이고 말했다. 그는 "글의 전후 맥락을 읽어보면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가 쓴 두 번째 글에 제 문제의식, 진의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4년, 정권 5년... 그 시간 관통하는 진짜 권력 집단은 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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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9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적은 청와대와 정부 인사의 갈등설 중 청와대 인사가 '장하성 정책실장'이라는 설에 대해 "완전히 틀린 추측"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박원석 전 의원이 이날 차례로 올린 글 전문. ⓒ 박원석의원 페이스북


박 전 의원은 이날 논란이 된 글을 올린 지 4시간 뒤, 이날 오후 1시께 추가로 글을 올리며 "진짜 권력 집단은 '관료'다. 이들의 영혼은 늘 기득권을 지향해왔다"며 "관료 기득권 체제야말로 진정한 적폐의 본산"이라고 써 관료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썼다.

그는 두 번째 글을 통해 "국회에 있어 보면 대한민국의 진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보인다. 국회의원은 짧으면 4년, 길면 12년 정도다. 정권도 5년"이라며 "그 모든 시간을 관통해 존재하는 진짜 권력 집단은 관료다. 누구보다 그들 스스로가 그 생리를 잘 꿰뚫고 있다. 때문에 정권이 힘이 있을 때는 수그리지만, 조그마한 균열이 일어나는 순간 실무와 경험, 온갖 논리와 수치를 내세우거나 심지어는 조작해 그 틈을 파고든다"고 짚었다.

박 전 의원은 이어 "'관료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막스베버의 직업윤리는 적어도 대한민국 관료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만의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은 늘 기득권을 지향해 왔다"며 "정책의 미세조정보다도, 흔히 'ㅇ피아'로 지칭되는 관료 기득권 체제야말로 진정한 적폐의 본산이고 이를 혁파하는 게 관건이다. 대안은 미우나 고우나 선출된 권력, 즉 의회를 강화하고 그 수준을 부단히 높여나가는 길 외에는 없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가 그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의원은 이날 게시글 아래 댓글을 달며 재차 "저도 (글 쓰는 것을) 많이 망설였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냥 듣고 말 얘기만은 아닌 듯싶어서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 글에서도 "논란이 벌어지는 대목이고, 나 혼자만 들은 것도 아니고, 얻어들은 것이 아니라 직접 들었고 그런 면에서 어쩌면 세상에 들리라는 푸념인 듯도 하여 정리해본다"고 글 쓴 배경을 소개했다.
#김동연 갈등설 #장하성 정책실장 #장하성 김동연 #박원석 페이스북 #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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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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