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인 "대통령 규제혁신 발언 부적절... 은산분리 완화 반대"

[스팟인터뷰] "일자리 창출? 말도 안되는 코미디... 참모들 문책해야"

등록 2018.08.09 20:33수정 2018.08.0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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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서 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인터넷 전문은행과 관련해 '은산 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가운데,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가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대통령 연설문의 내용도 팩트(사실관계)도 잘못된 게 많다"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상인 교수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인터넷 전문은행을 대통령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점포가 없는 점만 다를 뿐, 인터넷 전문은행도 은행"이라며 "소비자 금융시장이 더 이상 클 여력은 별로 없다. (정부는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지만) 이런 소비자 금융시장에서 금융 혁신이 일어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규제를 완화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어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오도하게끔 만들고 있다고 보인다. '재벌개혁' 한다더니 그건 어디로 갔느냐"며 최근 정부의 경제 기조가 우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한 참모가 문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박 교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과 거대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은 적고, 안게 되는 위험은 크다"며 오히려 규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도 발제자로 나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은행업과 제조업 모두의 경쟁 질서를 무너트리고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지난달 18일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 기조에 우려를 표하는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 기자회견에도 참석한 바 있다. 그는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주최 '문재인 정부 은산분리 완화정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도 직접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박 교수는 이날 "은산분리 완화, 결국 재벌 금고 만들기?"라는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기조를 비판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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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 굉장히 부적절해... 연설문 작성한 청와대 참모들 문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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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정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 등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 문 대통령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발언이 논란이다. 어떻게 봤나.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고, 내용 자체도 문제가 많다고 봤다. 그 연설문을 작성한, 조언한 청와대 참모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설문에 많은 팩트들이 잘못되어 있다. 이러다간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나도 속고 국민들도 속았다'는 얘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청와대 참모들이 객관적 사실이나 논리적 부분들을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오도하게끔 만들고 있다고도 보인다. 상관없는 근거들을 가지고 억지를 부리는 느낌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문제라고 보나.
"일단 인터넷전문은행 관련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자본 확보 얘기를 하는데, 이건
은산 분리와는 상관 없는 문제다. 문 대통령이 간 현장에서 중국 은행을 예로 들어서 '알리페이(알리바바 그룹이 개발한 간편결제 시스템)' 얘기, 핀테크(금융+기술) 얘기 등이 나오던데 이건 결제시스템이지 인터넷 전문은행과는 상관이 없는 사례다. 중국은 신용카드 결제를 위한 망이 안 깔려 있어 이런 식의 결제방식이 발전한 거다.

핀테크가 가장 발전한 국가 중 하나가 미국인데, 미국은 오히려 은산분리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나라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개념을 대통령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점포 없이 하는 은행을 허가해줬을 뿐이지 은행은 은행이다. 이런 소비자금융시장에서 금융 혁신이 일어나긴 어렵다."

- 앞서 청와대 경제기조를 비판하는 '지식인선언 네트워크' 기자회견에도 참여했다.
"청와대가 '재벌개혁'을 한다더니 이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총대를 메고 이렇게 은산분리 규제 완화 외치는 게 황당하다. 이건 정말 국격과도 관련되는 문제다. 아니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관련해 공개적인 토론과정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걸 다 깨버리는 건 민주적 절차 소통에도 어긋나는 지점이라고 본다."

- 일각에선 이런 규제혁신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도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금융상품 서비스로 국민 큰 호응 얻었으나,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완화를 주문했다.
"이들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아니고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일 뿐이다. 여기에서 일자리가 더 창출될 수 있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코미디'다. 상식적인 수준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점포가 없으면 직원도 없지 않나. 지금 현 은행들도 점포 수를 줄이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를 완화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우클릭'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우클릭 정도가 아니고 그 이상이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국가자본주의(국가가 경제의 주요부문에 개입하는 것을 뜻함)' 성향이 강한 정권인 것 같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가자본주의는 친재벌 성향을 띨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친재벌 정권으로 갈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박정희식 개발주의라는 오랜 고질병으로 인해 온 거다.

정부가 박정희식 개발체제라는 오래된 옷을 벗고 정말 시민사회 중심의 경제로 바뀌어야 희망이 있다. 그 첫걸음은 인사혁신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에는 앞으로 3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경제 부분을 제대로 쇄신하겠다고 한다면, 청와대 내에 있는 가신그룹부터 다 바꿔야한다."
#은산분리 완화 #규제 완화 비판 #박상인 교수 #서울대 박상인 #문재인 은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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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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