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서로의 존재에 충격을 금치 못했어요"

[인터뷰] 한국외대 성폭력 교수 최초 고발한 A씨

등록 2018.08.10 10:29수정 2018.08.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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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교무처를 방문해 성폭력 교수의 징계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지난 1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제자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김모 교수와 서모 교수가 각각 해임과 정직 3개월 처분받은 사실이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외대의 독립언론 <외대알리>는 지난 3월 트위터를 통해 김모 교수의 성폭행 사실을 고발했던 트위터 계정 운영자 A씨와 5일 인터뷰했다.

A씨가 김모 교수의 성폭력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당시 A씨는 지인으로부터 김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졸업 후 서로 연락이 끊기면서 이 일들도 기억에서 잊히는 듯싶었다. 올해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A씨는 옛 기억을 끄집어냈다. 

- 피해자와 서로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트위터로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피해자 입장에서 '굳이 왜 그랬냐' 같은 반응이 있지는 않았나요?
"고발하고 나서 피해자에게 고발 사실을 전한 것이 맞아요. 얘기를 듣고 저를 책망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당사자는 십여 년 동안 자기 혼자 모든 것을 겪었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도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 일이 터지고 나서는 신상을 다 알고 있는 가해자가 언제라도 찾아와서 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걱정을 했어요. 이 걱정을 지금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들 서로의 존재에 충격을 금치 못했어요."

트위터를 통한 고발 이후 A씨는 외대 성폭력센터에도 신고했고 진상조사위원회에도 출석해 증언했다. 이후 김 교수의 징계와 관련된 징계위원회가 세 차례 열렸다. 징계위원회에서 내린 결과는 학교재단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서 확정됐다.

그런데 A씨는 <외대알리>가 인터뷰를 요청할 때까지 김 교수의 최종징계결과에 대해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 A씨는 인터뷰 요청을 받고 확인해보니 <뉴시스>에서 트위터 쪽지로 인터뷰 요청을 한 사실을 알게 됐고, 그제야 김 교수의 최종 징계결과가 8월 1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를 통해 알려졌음을 알았다.

뒤늦게 알게 된 최종징계결과

김모 교수는 8월 1일 자로 해임 처리 됐다. ⓒ 외대알리


"제가 다른 분들보다 최종결과를 더 늦게 알아야 했는지 물어볼 생각이에요."

애초 A씨는 외대로부터 최종 결과 보고가 본인의 메일로 올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7월 말 즈음 당시 이사회에서 해임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종 결과 보고서를 받지 않았으며 언제 받을지도 아는 바가 없다. A씨는 김 교수에 대한 징계가 파면이 아닌 것에 대해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결과이기에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립학교법 제61조에 따르면 교원 징계는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해임과 파면의 차이는 퇴직금과 연금을 받는 비율에서 나타난다.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 따르면 파면은 퇴직금이 삭감되지만 해임은 퇴직금에 불이익이 없다. 해임은 파면보다 연금도 더 받는다. 파면은 5년 동안 공직 재임용이 제한되지만, 해임은 3년간만 제한된다.

"정말 힘들게 산 하나를 넘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매 순간 더 높고 험한 산이 있는 기분이었어요."

김교수에 대한 고발부터 징계결과가 발표되기까지 5개월가량 소요됐다. 보통 이런 문제들이 민사나 형사소송으로 가면 평균적으로 2년 걸린다고 한다. 섬마을에서 주민 3명이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건도 2년이 지난 4월에야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왔다. 김 교수 사건의 경우 5개월 안에 끝난 게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정말 긴 시간이었다.

"3월 한 달 동안은 일상생활이 다 무너졌어요. 일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잠도 많이 설쳤죠. 병원에 갈까 생각도 했습니다."

새벽에는 물론이고 휴대폰이 하루종일 울렸다. 낯선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쉴새 없이 왔다. 전원을 꺼놓은 휴대폰에는 메시지들이 쌓여갔다. 나중에는 피해자들과 함께 단체 입장문을 올렸다. 기자들에게 언론과의 접촉은 보류하겠다고 전했다. 성평등센터로부터 '트위터에 상세한 정보를 올리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요청받은 후로는 자제했다. 이후 언론사들의 연락도 많이 줄었다.

고발 후 힘든 과정 겪는 피해자들

A씨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출석했다. 김 교수 사건의 다른 피해자와 달리 왜 A씨가 대신 출석하는지와 같은 진술의 진실성이나 확실성과 관련한 질문을 계속해서 받았다. A씨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힘들었다.

가해자가 오랫동안 여학생들에게 성추행을 일삼아 왔음에도, 대외적으로나 학과에서 좋은 평판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A씨에게 가장 화가 나고 힘든 부분이었다. 특히 파면이나 해임 처분 대신에 직위해제 같은 결과가 나올까 걱정했다.

A씨는 사람들이 '저렇게 피해자가 많이 등장해서 얘기했다는데 가벼운 처분 결과가 나오면, 쟤네 뭐지?'와 같이 생각할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처음 트위터로 김 교수의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네 명 정도의 추가 고발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피해자들이 도중에 고발을 그만두는 상황도 있었다. 

"사회적인 분위기나 사법부의 판단을 보면, 피해자들은 고발 후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도 합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나서기 힘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시는 분들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끝까지 해내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성평등센터에서 피해자에게 먼저 연락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3월까지만 해도 A씨는 학교에 성평등센터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차후에 들은 바로는 성평등센터 측은 피해자들에게 더 부담을 줄까 봐 연락을 보류하고 있었다고 해요. 사실, 센터에서 연락을 하는 것은 언론사들의 연락과는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그렇기에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셔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렸으면 합니다. 신고 이후 센터 측의 배려는 정말 의지가 됐습니다."

다만,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의 경우 피해자나 제보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저와 가해교수가 한 공간에서 가림막만 두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떠냐는 제의를 받기도 했고, 저는 당사자가 아니니 진상조사위원들과 대질신문을 하자는 제의도 받았어요. 결국 제의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사건 당사자들을 소환할 때 이런 제의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성폭력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측은 다시 한번 엄청난 중압감을 느낀다. 김모 교수 해임. 서모 교수 정직 3개월. 그 중압감을 이겨낸 피해자들에게 한국외대가 내놓은 대답이다. 징계위원회는 종료됐다. 현재 징계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고 있다. 결과에 대해 학내구성원들을 납득시키는 것 역시 필요해 보인다. 이후 또 다른 고발에 대해 이번 징계 결과가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독립언론 <외대알리>에 중복게재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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