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을 까는 데 이용당하고 있음" 법관들의 황당한 대책회의

대법원, 사법농단 미공개 문건 추가 공개... 특정판사 압박 위한 회의 열어

등록 2018.08.10 17:32수정 2018.08.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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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을 까는 데 이용당하고 있음"
"잘못 건드리면 역효과가 크게 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10일 오후 공개한 '(150921)차○○' 문건에는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에 대응하기 위해 법관들이 대책회의를 열고 부적절한 의견을 주고받은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는 '사법농단' 문건 410건 중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끝내 비공개됐던 세 건의 문건 중 하나다. 지난 8일 당사자인 차 판사가 요청하면서 공개됐다.

이 문건은 지난 2015년 9월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판사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글을 <시사IN>에 기고한 걸 계기로 작성됐다. 당시는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에 전력을 쏟던 시기였다. 법원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이 표출되자 전·현직 법원행정처 법관 4명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개별 법관마다 밝힌 의견을 메모 형태로 A4용지 3쪽에 걸쳐 정리했다. 

"징계하면 주목하게 만들어주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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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 이희훈



문건에서 판사들은 차 판사의 기고를 중단시키거나 맞대응 할 각종 방안을 논의했다. 징계를 검토한 뒤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대목도 있다. 한 참석자는 "징계하면 자꾸 주목하게 만들어주는 것일 뿐"이라며 "득실을 고려하면 징계의 실익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행정처에서 연락 온 것을 공개할 위험도 있음"라면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 참석자는 대책으로 특정 지원장과 특정 부장판사를 동원해 차 판사를 회유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책]'이라는 부분 아래에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위기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 "지원장님이 말씀하시는 방안" 등과 함께 특정인의 이름도 적혀있다. 동시에 "재 뿌리는 일은 하지 말아 달라. 상고법원 반대와는 연결시키지 말아 달라",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근거 없이 대법원을 비난하는 표현에는 신중해 달라" 등 '회유 논리'로 보이는 문구도 등장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의견 표명을 두고 뭐라고 하는 것은 반대"라면서 "더 큰 파문을 일으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냅두면 사그러든다" "두 번 정도 (두고)본다"라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글의 반향이 크면 "반대되는 글을 써서 중화"한다고 덧붙였다.

차 판사에 대한 신상 정보와 성향 등을 공유한 흔적도 있다. "군산에 혼자 있음" "건강한 고민 ⇨ 잘 끌어안아야 한다" "잘못 건드리면 역효과가 크게 난다. 놔두어야 한다" 등의 표현이 그 예다. 또 "차성안 판사가 친한 사람들 파악" "[차성안 판사가 존경하는 사람], 친한 사람으로는 부족"이라며 친분 관계를 동원해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또 다른 참석자는 "차 판사에게 직접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은 하수"라면서 "상고법원에 관한 오해는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 우회적으로 접근"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공개된 사법농단 문건에서 법원행정처는 차 판사의 언론 기고가 법관 윤리 위반 여부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그의 재산내역까지 무단으로 들여다보기도 했다. (관련기사: 양승태 대법원, '코드' 맞는 언론 통한 법관 음해 계획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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