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죽음으로 내몬 '조선', 이게 사과로 될 일인가

[게릴라칼럼] 사망 20일만에 나온 허망한 정정보도... 이걸론 부족하다

등록 2018.08.11 16:03수정 2018.08.1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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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일자 온라인판의 '바로잡습니다'. ⓒ 조선일보 온라인 갈무리


"Why?는 여름철 정기 휴간 직전 호인 7월 21일 자 B2면에서 1단으로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 제하의 기사를 썼습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비판하면서, 아내 전용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을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은 "고 노회찬 의원의 부인은 전용 기사를 둔 적이 없으며, 2016년 총선 기간 후보 부인을 수행하는 자원봉사자가 20일가량 선거운동을 도왔을 뿐"이라고 알려왔기에 이번 복간호에 바로잡습니다. 사실을 오인해 고인과 유족,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20일 가량 운전을 했다던 그 자원봉사자의 봉사 기간보다 오래 걸렸다. <조선일보>의 사과 말이다. 11일 조선일보가 지난달 21일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제목의 칼럼에 대해 정정보도에 해당하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바로잡습니다'라는 이름이었다.

기사가 나간 지 22일,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사망한 지 20일만이다. 이혜운 기자가 쓴 이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란 제목의 칼럼은 노회찬 의원의 사망 이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의 공분을 일으킨 대표적인 보도다. 이 칼럼은 "아내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며 "'정의당'이라는 당명은 과연 이 상황에 어울릴까"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가 나간 뒤, 김종철 노회찬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관계를 짚으며 반박에 나섰다. 김 비서실장은 "노 의원 부인은 전용 운전기사가 없고 2016년 선거기간에 후보 부인 수행을 위해 자원봉사로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JTBC <뉴스룸> 역시 이 사안을 '팩트 체크'했다. 지난달 25일 뉴스룸은 '노회찬 부인 '전용 운전기사' 뒀다?…허위정보 어떻게 퍼졌나'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고 노회찬 원내대표를 향한 허위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같은 날 '비하인드 뉴스'는 노 원내대표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하는 세력들을 꼬집기도 했다.

팩트 무시한 <조선일보> 칼럼

29일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집안에 아내 전용 운전기사가 있을 정도면 재벌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노동자를 대변한다?"
"가증스럽다. 정의의 사도인 척 코스프레만 하고, 자기들도 똑같으면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김동원씨의 측근 도모(61) 변호사에게 5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가 보도되자 지지자들이 배신감에 휩싸였다.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큼 돈을 받은 경로도 화제가 된 것...(중략)...


현재 노 원내대표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노 원내대표의 결백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의당'이라는 당명은 과연 이 상황에 어울릴까.

-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 중 일부

이 칼럼은 노 원내대표 사망 기사와 고교야구 우승팀이 환호하는 사진을 나란히 실은 조선일보 1면 편집, 노 원내대표의 시신을 이송하는 응급차를 뒤쫓은 TV조선의 생중계와 함께 '정치인 노회찬'을 욕보인 보도의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하지만, 전국민적인 애도가 이어진 노 원내대표의 장례식과 영결식까지 끝난 상황에도 <조선일보>는 사과할 줄 몰랐다. 이번 '바로잡습니다'는 결국 쏟아지는 비난에 조선일보가 일부 '항복'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걸론 부족하다.

어이없던 조선일보 기자의 해명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죽음을 애도하고 <조선일보> 칼럼을 팩트 체크했던 JTBC <뉴스룸>. ⓒ JTBC


"저희가 확인해 본 결과,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논평으로 점점 기정사실화됐습니다. (운전기사) 장씨가 보도에 처음 등장한 것은 4월 16일 즈음입니다. <국민일보> 보도입니다. "아내의 운전기사로 선거운동을 돕던 자원봉사자"라고 분명히 보도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 뒤 몇몇 언론이 "아내의 운전기사"라는 것만 앞세워서 썼습니다.

5월 9일에는 자유한국당이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노 대표 부인의 운전기사"라고 단정짓는 논평을 냈습니다. 최근까지 여러 언론에서 '운전기사'와 '자원봉사자'를 뒤섞어 썼습니다. 지난 21일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이 나왔습니다.

이후에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서 확산됐습니다. 앞서 보신 유튜브 방송은 조회수가 6만 회에 달합니다. 노 대표 측은 이 칼럼이 나간 뒤에 사실이 아니어서 정정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5일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 보도 일부다. 요약하자면, "아내의 운전기사"란 자극적 표현을 일부 언론이 부풀렸고, 자유한국당이 이를 인용했으며, 조선일보가 칼럼을 통해 확인사살에 나섰다. 이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가 확산됐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김종철 비서실장은 지난달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비서실장에 따르면, 당시 해당 기자는 "10일이든, 20일이든 그 기간은 어쨌든 전용기사 아니냐"라거나 "돈을 안 받은 것이 더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마치 노 의원의 죽음을 조롱하는 듯한 1면을 두고 "마음대로 해석하라"던 조선일보 편집국장의 답변과 닮아 보이지 않는가. 이와 관련, '독일에서 살고 있는 음악가'라고 자신을 밝힌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께'라는 제목으로 쓴 장문의 글은 페이스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한 반향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던 해당 기자와 조선일보를 향한 비난이었을 것이다.

"이게 바로잡힐 수 있는 건가? 사실 관계 확인은 외면한 채, 정치적 목적만 앙상하게 드러난 기사. 기자라는 명함이 의심되는, 언론사라는 간판이 의문시되는. 하여 한번 물어봅시다. 바로잡을 게 어디 이거 하나뿐인지."

MBC <PD수첩>의 유해진 PD가 11일 조선일보의 '바로잡습니다'를 접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맞다. 일각에선 <조선일보>의 해당 칼럼을 두고 '노회찬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 중 하나로 꼽아왔다.

사실 확인은 내팽개친 채 악의성만이 가득 찬 이 칼럼이야말로 조선일보가 그간 보여준 정파성과 비윤리성을 집약한 최악의 보도라 할 수 있다. 유 PD와 함께 묻고 싶다. 이 정도 사과로 충분한지.

노 원내대표의 투신 현장과 이송차량을 이원 생중계해 비난을 샀던 연합뉴스TV의 공채 2기 기자들은 보도 이후 '시신 추격 생중계, 무엇을 위한 보도였습니까?'란 제목으로 성명서를 냈다. 자사의 보도를 비판하며 쓴 유례없는 일부 문장을 어줍잖은 사과를 내놓은 조선일보에 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일간지의 보도가 맞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저널리즘 역사의 최악의 칼럼이자 사과."

#노회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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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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