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몰카' 징역 10개월 선고... "법원을 지켜볼 것"

[스팟인터뷰]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등록 2018.08.13 18:46수정 2018.08.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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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누드모델 몰카'찍은 동료 모델 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안모(25·여)씨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보강: 13일 오후 7시 30분]

"남성이 가해자일 때는 '결혼을 앞뒀다' 등의 이유로 선고유예하던 법원이 가해자의 성별이 뒤바뀌니까 날카롭고 엄정하게 판결하고 있다(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홍익대학교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찍어 유포한 여성 모델이 1심에서 징역 10개월 선고를 받은 가운데, '편파판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아무개씨에게 징역 10개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저지른 사건은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가했다"라며 "피해자의 사진이 다른 사이트에도 유포돼 추가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완전히 삭제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 "처벌과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라며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 정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했다(관련 기사 :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20대 여성 1심서 징역 10월).

하지만 이번 선고로 경찰 수사 단계부터 나왔던 '편파 논란'이 더 격해지는 모양새다. 그간 불법촬영 관련 판결과 비교했을 때, 가해자가 초범임에도 형량이 이례적으로 세기 때문이다.

'홍대 몰카' 사건 실형 선고가 이례적인 이유


여성학자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기존 판결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고 과하게 처벌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집행유예·선고유예(유죄 판결이나 2년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선고를 면하는 것) 등을 준 사례가 굉장히 많았다"라고 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 5월 공개한 '2017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1심 양형에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5.3%였다. 벌금형이 72%, 집행유예가 15%, 선고유예는 7.5%이었다. 불법촬영 후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분석대상 판결 66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18건(27.27%)에 불과했다.

실제로 2015년 지하철에서 하루 동안 5차례에 걸쳐 여성 승객의 치마 속과 다리 사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씨는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범행정도와 그동안 피고인이 성실하게 생활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결혼을 앞둔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라며 벌금 300만 원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허 입법조사관은 이처럼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최근 편파수사를 비판하는 시위가 몇 차례나 열렸다"라며 "그런 여성들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백래시(Backlash, 반발·반격)', 편파판결로 느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사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허 입법조사관은 "법원이 이제라도 불법촬영이 얼마나 위중한 범죄인지를 깨달았다면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한 책임은 사법부가 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는 것이 불법촬영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생각이라면,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잘 지켜질지 온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부지법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동의 없이 촬영하고 유포까지 한 경우이고, 신체 민감한 부분만 유포된 게 아니라 얼굴까지 촬영된 영상이다"라며 "2차 피해가 심각하고 피해자와 합의도 안 된 사건이어서 양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성별이 바뀌어서? 법원은 답 내놔야"

다음은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홍대 누드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수사 의뢰를 받은 지 6일 만에 가해자를 검거하고 이례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워, '편파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거기다 초범임에도 '징역 10개월'이라는 선고가 나오면서, 판결 또한 이례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다.
"편파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유사한 범죄가 이 정도 (선고를) 받았으면 논란이 될 일이 없다. 하지만 기존 판결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고 가하게 처벌했다고 생각한다. 실형은커녕 집행유예·선고유예였던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 사유도 가해자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공무원이어서' 같은 것이었다. 이전에는 여러 이유를 거론하며 사실상 면책 해줘 놓고 가해자의 성별이 바뀌니까 엄정하게 '법대로' 처리하려고 하는지 법원은 답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법부가 이번 판결로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법원이 왜 하필 불법촬영 범죄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게 이번 사건인지 궁금하다. 그간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사건들은 그 계기가 되지 못하고 여성 가해자인 사건이 그 단초가 됐는지 말이다.

물론 법원이 이제라도 불법촬영이 얼마나 위중한 범죄인지를 깨달았다면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에 대한 책임을 사법부가 질 것이라 본다.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는 것이 불법촬영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생각이라면,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잘 지켜질지 온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유사 사례에 대해 법원이 성별에 관계없이 단호하게 판결할 것이라는 기준을 세운 것이라면 격려하고 싶다."

- 여성이 가해자,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 가중처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사건도 그렇게 볼 수 있나.
"불법촬영의 대부분은 가해자가 남성이었고 호기심, 과한 장난 등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게 전복된 것이다. 그 가중 처벌로도 보인다. 여성이 가해자인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과 여론 관심도가 높은 것도 그렇다. 불법촬영 사건 중에 이처럼 주목받은 사건이 있나 묻고 싶다. 그간 '한국 사회가 가부장적이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심하다'는 비판을 '여자도 가해자다'라는 것을 부각해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불법촬영 문제를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 이번 선고와 관련해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오후 5시 30분 현재 4900명에 육박했다. 여성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여성들은 잘해달라, 우대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공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범죄들을 봐라.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한 후 범행을 은폐하려고 시멘트로 암매장한 사건은 징역 3년이 나왔다. 워마드 운영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도 그렇다. 일베가 없었다면 메갈과 워마드도 없었을 것이다. 십수 년 간 활동하는 일베에 대해서는 법적, 행정조치를 하지 않다가 워마드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끈기 있게 수사하려고 한다.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범죄에 대해서 이렇게 관대하면서 남성이 피해자가 되는 것에는 날카로워지는 것에 대한 분노다."

- 여성들이 요구하는 '공정성'이 담보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재판부든 경찰이든 '우리는 공정했는데 너네가 예민한 것이고 오해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변명만 하고 있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시위하는 여성들에게 '워마드냐', '배후가 누구냐', '프로불편러'라고 하는 이상, 변하지 않는다. 인정을 해야 토론과 합의가 있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여성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홍대 불법촬영 #징역 10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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