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기무사 자처한 법원에 재판 맡길 수 있나"

사법농단 긴급 토론회... "특별재판부 없이는 법원 개혁 불가능"

등록 2018.08.13 19:17수정 2018.08.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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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원행정처 추가 문건 공개로 보는 사법농단 실태 긴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향후 진행될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될 예정인 가운데 사법농단 실태에 관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특별재판부 없이는 법원 개혁이 불가능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회의원 박지원·박주민·송기헌·채이배 의원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 등 시민단체 주최로 토론회 '사법농단 실태 톺아보기: 법원행정처의 추가 문건 공개 등을 중심으로'가 열렸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7월 31일, 사법행정권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5월 공개하지 않았던 나머지 196개 문건을 법원 전산망을 통해 공개했다. (관련기사: 사법농단 문건에서 '비공개' 처리된 국회의원들, 왜?)

"법원은 서초동 국정원, 서초동 기무사"

이번 토론회는 추가 공개된 문건에 양승태 대법원이 국회·언론·청와대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에 나선 것이 또 다시 드러나면서 사법농단 사태를 돌아보고 대안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은 "지난 7월 추가 문건이 공개됐고, 많은 사람이 분개했다"라며 "추가 문건들을 검토하다가 사법농단 실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는 의미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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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원행정처 추가 문건 공개로 사법농단 실태 긴급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토론회 시작부터 사법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법원을 향해 "서초동 국정원" "서초동 기무사"라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추가로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사법부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 언론, 청와대 동향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로비를 시도했다"라며 "(법원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판사들을 감시 관리하고 부당한 압력을 넣는 등 사법부가 아니라 서초동 국정원, 서초동 기무사를 자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를 설득하기 위해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등 국민의 기본권까지 거래하려 한 정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용근 민변 사무처장은 "법원행정처는 체포·구속영장제도의 느슨한 운용,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절차에 대한 수사 편의 제공 등 국민의 기본권을 두고 거래하려 했다"라며 "향후 수사에서 명백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압수수색 영장 22건 중 2건만 발부... "법원 아니었어도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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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최정학 법학과 교수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원행정처 추가 문건 공개로 사법농단 실태 긴급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러한 정황에도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22건 중 2건만 발부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사실상 '참고인'인 '외교부'에만 한정했다. 참가자들은 이를 두고 '순환논법'이라고 꼬집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과연 다른 조직범죄였어도 영장을 기각할 수 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일반적으로 조직범죄는 수뇌부의 직접적 책임을 입증하기 대단히 어렵다"라며 "오히려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영장을 발부한 뒤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게 해 (수뇌부의) 연결관계, 공모관계를 밝혀내게 한다"라고 말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각 사유도 비판했다. 그는 "이런 사유로 지금까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참 옹색하다"라고 말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핵심인물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고 있다"라며 "헌법에서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인데 지금은 법관과 법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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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판규 변호사 (전 판사)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법원행정처 추가 문건 공개로 보는 사법농단 실태 긴급 토론회에서 토론 발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런 맥락으로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됐다. 박판규 변호사(전 판사)는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법원행정처의) 연관성은 조사로 밝혀야 하는데 기각사유에는 그럴 리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라며 "순환논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사건은 특별재판부를 만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최 처장도 "행정처가 자체적으로 (법원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이 되어선 곤란하다"라며 "법원 스스로 하는 개혁이라는 불가능한 길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유지원 변호사(전 판사) 또한 "이 조직(법원)에 있으면서 판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관련 문건을 작성한 법관들이 과연 돌아가서 재판을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양승태 대법원의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법원에 대한 비판이 날로 높아진 데다, 관련자에 대한 강제수사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특별재판부 및 특별영장전담법관 임명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14일 관련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관련기사: 법원 빗장 풀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발의된다)
#양승태 #법원행정처 #대법원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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