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하와이 버스'...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

[하와이에서 한 달 살기] 하와이 버스를 통해 본 한국 버스 시스템

등록 2018.08.14 22:53수정 2018.08.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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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했던 내용을 재미있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아름다웠던 일몰의 바닷가부터 각종 수상 액티비티까지. 20대에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한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한국과의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기사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 기자 말

"10분 남았다... 5분 남았다... 응? 다시 20분 남았다."

하와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자주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초 단위로 나오는 한국의 지하철, 버스 도착 예상 애플리케이션에 길들여진 우리는 켤 때마다 바뀌는 하와이의 버스 도착 예상 시간에 당황했다.

변칙적인 예상 시간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버스를 한 번 놓치면 다음 버스까지 20~30분 기다리는 일은 다반사였다. 한국도 여전히 지방으로 가면 배차 간격이 긴 경우가 많지만,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며 10분 안팎으로 기다리는 서울 교통의 편리함에 익숙했던 우리는 굉장한 불편함을 느꼈다.

이러한 교통 불편함으로 인해, 친구들은 "나는 성격 급한 한국인 맞아, 그러니까 그냥 얼른 한국 돌아가서 살래"라고 하소연했다. 한국에서는 조급해 하다가 성격 급한 한국인이라고 놀림 받으면 발끈했지만, 하와이에서는 떳떳하게 성격 급한 한국인임을 주장하며 한국 교통 시스템을 그리워했다.

주변의 외국인들은 정류장에 담담하게 앉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긴 배차 간격에 익숙했을 사람들에게 이러한 버스 시스템은 '불편함'이라기보다는 그냥 적응하고 살아온 문화나 다름 없었다. 물론 하와이 대학생들은 대부분 자가용을 끌고 다니고, 대화를 해보면 버스가 불편하다고 대답하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기다릴 때만큼은 불평하지 않았다.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오면 가장 놀라는 것도 '늦은 막차 시간'과 '짧은 배차 간격'의 교통 시스템이다. 밤 문화가 발달하고 IT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예상 도착 시각의 오류나, 이른 막차 시간은 용납될 수 없다. 실제로 외국을 가보면 가게들도 대부분 일찍 닫고 밤은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막차가 일찍 끊긴다. 하와이 역시 대부분 버스가 오후 11시 안으로 굉장히 일찍 종료된다.

버스의 막차 시간은 각 나라의 문화에 맞춰서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오는 한국 버스를 얘기하면서 한국 교통 시스템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몇몇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버스 기사들의 무리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 기사가 끊임없이 뉴스에 등장하는 한국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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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버스 ⓒ 신준호


우리... 참을성이 조금 더 커져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경부고속도로 추돌사고는 큰 이슈가 됐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당연히 비난의 화살은 졸음운전을 한 버스 기사에게 향했지만, 곧이어 언론은 끊임없이 문제가 대두되지만 변화하지 않는 버스 기사들의 과도한 근무 시스템으로 화살을 돌렸다.

의무 휴식 시간은 고작 10분이지만 그 또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일상이고, 하루 최대 17시간을 운전한 후 하루를 쉬는 격일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버스 운행 시스템 속에 고령인 운전기사들은 버텨내질 못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운전기사도 사고 전날 18시간 40분을 운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 52시간 근무 법안이 생겨도, 버스 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나아질 조짐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52시간의 근무 시간을 현재의 버스 운행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서는 몇천 명의 버스 기사 신입 채용이 필요하지만, 현재 채용은 250명 안팎이었다.

문제는 버스 기사들도 생계 유지를 위한 충분한 보수를 얻기 위해서는 그런 과도한 운전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휴식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휴식이 보장되길 원하지 않는 가혹한 현실이다.

일찍 도착하면 좋아하고, 약속에 늦었을 때 신호를 무시하면서 쌩쌩 달려주는 버스 기사 아저씨들에게 우리가 고마움을 느낄 때, 사실 버스 기사들은 회사 측의 경영 효율을 이유로 한 배차 간격 축소로 인해 뒤의 버스에 쫓겨 과속을 하는 것이었다.

사회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이 버젓이 우리 주변에 있는데 한국 교통 시스템의 우수성을 주장하면서 하와이 버스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정교한 도착 예상 시간이나 실시간 진행 현황을 알려주는 등 교통과 관련해서 발달한 여러 기술은 우리의 실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하와이에 살았다면 우리 또한 느긋하게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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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헤드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와이 풍경 ⓒ 신준호


단지 버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버스, 택배, 물류 등 우리의 실시간 편리함을 위해 우리가 모를 때도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많은 한국의 시스템이 지금 이 시간에 2교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병든 시스템 속에서 급한 우리는 '성격 급한 한국인'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성격이 급한 것이 아니라 안 좋은 습관이 길들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에 나가면 좋은 점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익숙한 것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슬로우 라이프' '느긋함'과 관련된 단어들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책, 축제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상의 느긋함을 논하기 위해서는 한 숨 돌리고 좀 더 천천히 주변을 봐야 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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