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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15 10:12수정 2018.10.19 11:24
두부는 콩을 불리고 간 뒤 비지를 걸러낸 뽀얀 반투명 액체에 응고제를 넣고 굳혀 만든다. 들어가는 재료는 콩, 물, 응고제딱 세 가지다. 단순한 재료로 만들지만 콩과 응고제 종류에 따라 다양한 식감과 맛을 낸다.

새벽 3시 전북 전주에서 토종콩으로두부를 만들고 있는 함씨네 토종콩 두부 공장을 간 적이 있다. 판매장이나 인터넷 주문으로도 손쉽게 살 수 있지만, 굳이 새벽에 도착하기 위해 차를 운전해 두부 공장에 간 까닭은 갓 나온 두부를 먹기 위해서다.

전날 불린 콩이 두부가 되어 나오는 시간이 딱 오전 6시부터 8시까지다. 갓 나와 김이 펄펄 나는 두부 맛이 최고일 듯 싶지만, 찬물에 일정 시간을 담궈진 두부가 가장 맛있다. 찬물 속에 넣으면 온도도 낮아지고, 두부를 만들고 난 뒤 남아있는 응고제도 없어지게 된다. 응고제 없이 두부를 만들 수는 없지만, 응고제가 두부에 남아있으면 쓴맛이 난다. 찬물 목욕으로 쓴맛은 사라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두부가 가장 맛있다.

두부 응고제, 마그네슘 vs. 황산칼슘
 
두부 만들 때 사용하는 응고제는 몇 가지가 있다. 밀키 마그네슘은 포장용 두부 혹은 비단 두부에, 황산칼슘은 급식이나 대량 생산용 두부에 쓰인다. 단체급식 식당에서 두부를 먹을 때, 두부가 평소에 먹던 두부와 달리 단단하고 콩맛이 거의 없다면 황산칼슘을 응고제로 사용해 만든 두부다.

두부 만들 때 사용하는 응고제는 몇 가지가 있다. 밀키 마그네슘은 포장용 두부 혹은 비단 두부에, 황산칼슘은 급식이나 대량 생산용 두부에 쓰인다. 단체급식 식당에서 두부를 먹을 때, 두부가 평소에 먹던 두부와 달리 단단하고 콩맛이 거의 없다면 황산칼슘을 응고제로 사용해 만든 두부다. ⓒ 김진영


두부 만들 때 사용하는 응고제는 몇 가지가 있다. 밀키 마그네슘은 포장용 두부 혹은 비단 두부에, 황산칼슘은 급식이나 대량 생산용 두부에 쓰인다. 단체급식 식당에서 두부를 먹을 때, 두부가 평소에 먹던 두부와 달리 단단하고 콩맛이 거의 없다면 황산칼슘을 응고제로 사용해 만든 두부다. 황산칼슘을 넣어 만들면 다른 응고제를 쓸 때보다 두부가 더 단단해진다. 만들어지는 두부 양도 많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적합하다.

콩 맛이 살아 있는 고소한 두부는 간수, 바닷물에서 추출한 염화 마그네슘이 제격이다. 하지만 염화 마그네슘은 두유의 농도, 온도, 그날의 대기압에 따라 두부 맛의 변화가 심해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사용하기 까다롭다. 이처럼 두부를 만들 때는 용도와 목적에 따라 응고제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여러가지 응고제를 혼합한 것도 쓴다.

두부를 찬물에 넣고 응고제를 제거하고 난 뒤에는 규격대로 포장한다. 포장하기 전과후, 두부 맛이 달라진다. 두부를 포장할 때 미생물 번식을 막기 위해 뜨거운 물에 넣고 살균한다. 열을 한 번 받았던 음식을 또다시 데우면 맛이 떨어지는 것처럼 두부도 포장하는 살균과정에서 열을 받아 향이나 맛이 조금 떨어진다. 포장하기 전 두부를 뚝 떼어 맛을 봤다. 입에 넣기도 전에 고소하고 구수한 향에 코가 먼저 반응한다. 두부를 씹으니 그제야 혀가 고소한 맛을 감지한다. 역시 코는 혀보다 빠르다.

함씨네 두부를 사와 두부전을 부쳤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듯하게 자른 두부를 올리면 팬과 두부 사이에 있는 기름이 살짝 튀며 익는다. 기름이 튀어도 프라이팬 넘어 가스레인지 주변까지 닿지 않을 정도다. 시간을 두고 뒤집으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

대기업에서 만든 두부로 전을 부치면 기름이 여기저기 튄다. 양철 지붕위로 소낙비가 내리듯, 타닥타닥튄다. 두부를 부치고 나면 가스레인지 주변이 튄 기름으로 난장판이다.두부를 부치기 전, 키친타올로 두부 표면의 물기를 없애고 부쳐도 기름이 튄다. 두유 농도가 옅어진 탓이다.

대기업 두부 공장을 간 적이 있다. 컴퓨터로 제어해 두부를 만드는 곳이다. 그날의 대기압과 온도에 따라 두유 농도, 응고제의 양을 결정해 두부를 만든다. 사람은 버튼을 누르는 역할과 이상이 없는지 기계 사이사이를 오가며 체크만 한다. 그런 탓에 언제, 누가 만들든 일정한 맛의 두부가 나온다.

그 공장이나 다른 브랜드 공장도 사정은 같다. 그래서 브랜드만 다를 뿐 맛은 거의 비슷하다. 정밀한 제어는 같은 품질, 높은 수율의 두부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량생산으로 저렴한 두부를 먹을 수는 있지만 정작 맛은 옅어진 두유만큼 희미해졌다.

일본 오사카나 교토의 두부 브랜드 가운데 '남자의 두부'가 있다. 일본 두부업계가 조금 더 싼 가격에 집중하고 있을 때 반대로 두유 농도를 더 짙게 한 두부를 출시했다. 가격경쟁 대신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 두부의 맛을 본 소비자는 100엔 조금넘는 싼 두부 대신 300엔이 넘는 두부를 선택했다.

몇 차례 일본 출장길에서 남자의 두부를 맛보기 위해 마트를 들렸지만 다 팔리고 없어 사지 못했다. 올해 오사카 출장길에서는 운 좋게 이 두부 한 모를 맛봤다. 요리할 수없는 형편이라 그대로 먹었다. 부드럽고, 콩 특유의 고소함이 강했다. 두부를 즐겨먹는 사람이라면 가격을 무시하고 선택할만한 두부 맛이었다. 

농도 짙은 두유로 만든 두부가 맛있다
 
전날 불린 콩이 두부가 되어 나오는 시간이 딱 오전 6시부터 8시까지다. 갓 나와 김이 펄펄 나는 두부 맛이 최고일 듯 싶지만, 찬물에 일정 시간을 담궈진 두부가 가장 맛있다.

전날 불린 콩이 두부가 되어 나오는 시간이 딱 오전 6시부터 8시까지다. 갓 나와 김이 펄펄 나는 두부 맛이 최고일 듯 싶지만, 찬물에 일정 시간을 담궈진 두부가 가장 맛있다. ⓒ 김진영


작은 공장의 두부가 맛있다. 식품을 고를 때, 유통기한을 꼭 확인한다. 유통기한은 꼭 그날까지 먹으라는 의미보다는 그 기간이 지나면 맛이 떨어진다는 걸 뜻한다. 작은 공장의 두부 혹은 재래시장의 즉석두부는 대량판매를 생각해 만든 두부가 아니다. 대부분 당일 생산해 당일 소비한다.

게다가 전자제어 기술이 떨어져 본의 아니게 두유 농도가 짙다. 국내산, 중국산, 미국산등 콩의 맛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만든 시점과 먹는 간격이 짧아야 한다는 것과 두유 농도가 아닐까 싶다.

근래에 아주 맛있게 먹은 두부가 있다. 경북 구미에서 만든 수가비 두부다. 콩 농사를 직접 짓고, 모자란 것은 인근에서 구매하는 곳이다. 포장 두부 반은 전을 부치고 반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된장찌개를 끓이기 전에 포장 두부 안에 있던 물을 넣었다. 간수를 뺀 다음에 나오는 것이라 맛 성분이 들어있다. 버리면 손해다.

포장 안에 있는 물을 넣어 된장찌개를 끓이면 맛이 더 구수하다. 두부전을 부치니 기름이 튀지 않았다. 농도 짙은 두유로 만든 두부인 까닭이다. 두부 한 모로 찌개와 부침을했다. 두부 살 때, 부침용과 찌개용 두부가 있다. 손에 잡히는 것 사면 된다. 같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면서 두유 농도조절에서 이름만 달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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