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배우는 '아르', 알고 계신가요?

[수학교과서 살펴보기 1] 일상에서 쓰지 않는 단위까지 애들이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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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ho089)등록 2018.08.20 11:13

5-2 수학교과서 149쪽 면적 단위 a(아르) 설명하고 있다 ⓒ 강정민


초등학생인 막내가 방학이라 2학기에 배울 교과서를 집에 가져다 두었다. 2학기 때 뭘 배울까 싶어 수학 교과서를 쭉 훑어보았다. '여러 가지 단위'를 배우는 5단원은 1제곱미터보다 큰 단위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처음 보는 단위가 나온다. 'a(아르)'다.

"한 변이 10m인 정사각형의 넓이를 1a라 쓰고 1아르라고 읽습니다." (수학 교과서 본문 149쪽)

'ha(헥타르)'라는 단위는 들어보았는데 'a(아르)'는 처음 듣는다. 내가 들어보지 못한 단위를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왜 배워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나는 모르지만, 초등학생이 배워야 할 만큼 중요한 단위인 걸까? 다음 페이지로 넘기니 'a(아르)' 보다 더 큰 단위인 'ha(헥타르)가 나온다.

"한 변이 100m인 정사각형의 넓이를 1ha라 쓰고 1헥타르라고 읽습니다." (5학년 2학기 수학 교과서 본문 151쪽)

5-2 수학교과서 151쪽 면적 단위 ha(헥타르)를 설명하고 있다. ⓒ 강정민


ha(헥타르)는 a(아르)와 달리 들어보았지만 쓰는 걸 자주 보진 못했다. 그래서 제곱미터나 제곱킬로미터와 몇 배 관계인지 모른다. 내가 잘 몰라도 사회에서 많이 쓴다면 당연히 초등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럴 정도로 이들 단위가 많이 쓰이는지 궁금하다.

이들 단위가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로 실제 쓰인다면 포털사이트에 이 단위가 사용된 뉴스나 게시물이 꽤 있을 것이다.

'1a' 또는 '아르'로 A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단위 설명과 사전 설명 외에 아르를 사용한 웹 자료를 찾기 어렵다. 이번엔 뉴스 검색을 해 보았지만 관련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B 포털사이트는 어떨까? 위키백과 등의 문서만 나오고 면적 단위 '아르'를 직접 사용한 웹 문서는 나오지 않는다. 헥타르를 검색해 보았더니 땅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쓴 기사들이 나온다. 헥타르는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뉴스에서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로 쓰고 있다.

이렇게 거의 안 쓰는 단위인 '아르'를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왜 배워야 할까? 헥타르는 사용하니까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양보를 하겠지만 쓰지도 않는 '아르'는 왜 배워야 하는지는 이해가 안 된다.

초등학교 수학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 적다면 참고삼아 '이런 단위도 있다. 실생활에서 별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정도로 언급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워야 할 수학 내용이 무척이나 많다. 그 어려운 분수의 사칙연산을 5학년 때 배우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중·고등학교 때 이것과 연관된 교과과정이 있는 걸까? 수학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물었다.

"너희 아르라고 땅 넓이 단위 배우니?"
"아니 안 배워."

초등학교 때는 배웠을지 모르지만, 고등학교에선 아르라는 단위를 안 배운다는 거다. 도대체 초등학교 이후의 과정에 꼭 알아야 하는 '기본 단위'도 아니고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단위를 굳이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한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도저히 모르겠다.

만일 추상적인 개념인 면적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여러 단위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면 그건 주변에서 많이 들어본 단위로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싶다.

길이의 단위를 가르칠 때는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신의 키나 신발 치수인 m와 cm, mm를 알려주면서 추상적인 개념을 손에 잡히는 것으로 익히게 도움을 줘야 한다. 부피의 단위를 가르칠 땐 물약 통에 쓰여 있는 5cc를 예를 들며 설명을 해 주고 우유나 음료수통에 쓰여 있는 200ml 나 1L를 예로 부피의 개념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면적 단위에선 거의 실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a(아르)' 단위를 가져와서 초등학생들에게 면적 개념을 설명하고 또 다른 단위와의 관계를 외우게 하는 걸까? 아르는 초등학생들이 면적 개념을 이해하는 걸 돕기는커녕 되려 이해하기 어렵게 방해하고 있다.

교과서를 만들 때 배우는 학생을 중심에 두었다면 당연 '아르' 개념은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학생에게는 추상적 개념을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다양하게 설명해 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

면적 단위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위로 설명하는 우를 우리 초등 교과서가 더 이상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안그래도 '수학포기자'가 많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필요없는 내용은 교과서에서 과감하게 빼는 게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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