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추도식 참가한 일본인 '내가 그를 응원해온 이유'

[현장] 도쿄 한국YMCA에서 치러진 '김대중 서거 9주기' 추도식

등록 2018.08.18 22:56수정 2018.08.1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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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도쿄 한국YMCA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에서 양동준 도쿄민주연합 상임대표가 DJ의 생애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 김경년


"지금부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테니 어색하겠지만 같이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국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는 왼쪽 가슴에 오른쪽 손을 얹습니다."

행사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일제히 가슴을 손을 얹고 엄숙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모두 선 채로 애국가 제창을 하고 고인에 대한 묵념까지 이어진다.

사회자가 이 같은 안내를 한 이유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일본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3시 일본 도쿄 치요다구의 한국YMCA 2층 한 음식점.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도쿄 2.8 독립선언의 현장인 이곳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9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여러 개의 한국인 행사가 겹치고 한국의 유명 정치인이 오지 않아서인지 예년만큼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30~40명의 추도객들이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옥순 평통 일본동부지역협의회장은 추도사에서 "규모가 예년에 비해 작아졌지만 추도식을 갖는 우리의 정성만큼은 조금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라는 김 전 대통령의 유업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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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도쿄 한국YMCA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 김경년


추도객 절반 이상이 일본인... "일본인에게 DJ는 친근한 존재"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를 돌아보는 양동준 도쿄민주연합 상임대표의 강연이 이어졌다.

양 대표는 전라도의 한 섬에서 태어나 세 번의 낙선 끝에 37세에 첫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5.16쿠데타로 인해 하루만에 직위를 잃고,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정치적 궤적을 설명했다.

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엔 가족법을 개정해 남녀평등을 위해 노력했으며,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으로 노벨상을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문화 개방으로 한일 문화교류의 물꼬를 텄다고 말하자 참가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나왔다.

1973년 도쿄의 한 호텔에서 박정희 정권에 의해 납치돼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 1980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 내란음모로 구속돼 사형을 언도받았던 사실을 언급하자, 한 일본인 추도객의 입에서 "참 곡절이 많은 인생을 산 분이구나"라면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것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나 지지자들이었지만, 추도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인들이었다. 하나같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오래된 추억을 지닌 사람들이다.

검은 옷을 차려입고 참석한 세 일본인 여성이 눈에 띄었다. 세 명 모두 자식을 한국에 유학보낸 것을 계기로 친해졌다고 한다.

이중 호시노 요오코씨(53)는 "어렸을 때 김대중 납치사건 관련 뉴스를 워낙 많이 들어 그가 친근한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시바사키 다카코씨(57)도 "한때 납치됐다가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던 사람이 결국 대통령이 됐다는 소식에 이후 항상 그를 응원했었다"라고 말했다.

한류 드라마 팬이라는 이케다 미치코씨(64)는 "김 전 대통령 때 한일 문화교류가 시작돼 결국 한류가 생긴게 아니냐"라고 말하며 "9년째 추도식을 이어오고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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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도쿄 한국YMCA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이 끝난 다음 추도객들이 그의 생전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김경년


"제사 지내는 심정으로 시작한 추도식이 벌써 9년째라니"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영상이 흐르는 가운데 추도객들은 한 사람 한 사람 영정 앞으로 나와 묵념을 하고 기념촬영을 한 뒤 내년을 기약했다.

추도객들의 대부분은 50, 60대 장년층이었지만 지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온 젊은이들도 있었다.

남일호씨(33, 회사원)는 "평소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해서 매년 추도식에 참가한다"라며 "머나먼 이국땅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함께 그를 추모하는 행사를 갖다 보니 가슴이 뭉클 하더라"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김달범 도쿄민주연합 대표는 "1주기를 맞아 제사라도 지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추도식이 벌써 9년째"라며 "내년에는 더 성대히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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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도쿄 한국YMCA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이 끝난 다음 추도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경년


#김대중 #김대중 전 대통령 #DJ #9주기추도식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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