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에서 내려온 박원순, 강북에 1조 투자한다

[현장] 강북살이 마친 박 시장, '동고동락 정책 발표회'서 강북 우선투자 계획 밝혀

등록 2018.08.19 19:30수정 2018.08.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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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동안 기계적·획일적으로 투자하던 재정을 강북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배하려고 한다. 비강남지역 주민들의 편의시설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집중 투자하겠다."

한 달간 강북살이를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탑방 구상'을 발표하며 "강북 우선 투자를 통해 강남북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19일 오후 2시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동고동락 정책발표회'를 열었다. 지난달 22일 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시정을 하겠다며 강북구의 한 옥탑방에 입주한 박 시장이 한 달 '강북살이'를 하며 구상한 정책들을 주민과 언론에 밝히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강북 지역에 교육·주거 우선 투자... "청년의 도시로 만들 것"

박 시장은 한 달 고민의 결과물로 '강북 우선 투자'를 통한 청년층 유입을 내놨다. 박 시장은 "옥탑방을 살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이 강남·북 격차다"라며 "오늘날 강남·북 격차는 과거 70년대에 이뤄졌던 강남집중 개발에 기인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도시는 젊어야 활기가 생긴다"라며 "강북을 청년의 도시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청년 중심 창업 공간'과 '청년 공공임대 주택'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중 빈집 400호를 우선 매입하고 2022년까지 1000호를 사들여 청년·신혼주택 4000호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주거난으로 고통받는 청년, 신혼부부를 유입하고 동시에 강북 지역의 생활 인프라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그 모델로 '터무늬 있는 집'을 들었다. 터무늬있는 집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한 돈을 기반으로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청년들의 주택 보증금을 마련해서 꾸린 청년주택으로 강북구에 있다. 강북살이를 하며 박 시장이 현장에서 찾은 답 중 하나다.


박 시장은 "서울시와 SH공사가 빈집을 사들여 수리해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면 터무늬있는 집은 수백 개가 될 것이다"라며 "그곳에서 청년들이 서울시가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면,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지역 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강남·북 격차를 벌리고 청년층의 유입을 막는 요소로 지적되는 교육·보육 인프라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박 시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돼야 젊은층들이 온다"라며 국공립 어린이집 등 신규 돌봄시설의 90% 이상을 비강남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2년까지 비강남권에 영유아 열린육아방 373개, 국공립어린이집 486개, 우리동네 키움센터 357개를 신설하고 어린이전문병원도 세운다. 또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북권 대학들과 주변 고등학교를 연계한 진로 프로그램 운영과 핀란드식 방과후 예술학교, 시립거점도서관 설립도 추진한다.

지역경제 활성화·교통 불편 해소 통한 '강북 부흥'

이외에도 박 시장은 '강북 부흥'을 목표로 상업지역과 공공기관 등을 강북에 집중 배분한다. 그간 강남 위주로 상업지역이 집중적으로 배정됐다고 보고 앞으로는 강북 내 상업지역 지정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3곳이 강북 지역으로 이전한다. 현재 서울시 산하 기관 중 동북4구(노원구·성북구·강북구·도봉구)에 있는 기관은 3곳밖에 안 된다. 박 시장은 강남권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연구원, 인재개발원을 강북 지역으로 옮겨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SH공사나 인재개발원은 서울시 산하 기관 중 큰 기관들이다"라며 "인재개발원의 경우 연 인원 5만 명 정도가 연수받는 기관이다 보니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꽤 클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어린이전문병원, 시립도서관 등을 짓는 것은 새로운 기관들을 배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강북의 주요 골칫거리로 이야기 되는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 인프라도 확충한다. 그동안 민자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었던 면목선(청량리∼신내동)을 포함해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동∼방학역),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등 4개 경전철 사업을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오는 2022년까지 조기 착공하기로 했다. 오르막이 많아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강북 지역의 경우 경사형 모노레일, 곤돌라,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해, 주민 편의와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주차난 해소에도 힘쓴다. 박 시장은 "옥탑방에 살며 가장 많이 들은 민원이 주차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총 사업비 60억 이상일 때만 주는 시 보조금 지급을 늘려, 비강남권 지역에 공영주차장 건설 시 총 사업비 20억 원 이상이어도 시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유차량 보급도 확대한다. 공공시설에 서울시 공공 카셰어링 서비스인 나눔카 우선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해 나눔카 주차장을 기존의 6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날 약속한 구상들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는 약 1조 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조성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교부액, 일반·특별회계 전입금, 과밀부담금, 도시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 초과이익환수금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1월까지 지역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균형발전담당관을 신설한다.

삼양동에 어르신 쉼터 설치... 고위험 1인 가구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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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는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 19일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고 있다. ⓒ 서울시


앞서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한 달간 생활했던 옥탑방을 정리했다. 들고 왔던 이불, 옷, 책은 물론 옥탑생활을 하며 시민들에게 받은 부채 등을 가득 싸 옥탑방에서 내려왔다. 집을 나서기 전 박 시장 내외는 삼양동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정책 발표회에도 많은 동네주민들이 찾아왔다. 박 시장에게 평상을 제작해 선물한 한 시민이 대표로 박 시장에게 '삼양동 주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 달 주민으로 살면서 고민했던 '삼양동 맞춤' 구상도 이날 발표했다. 박 시장은 쉴 곳이 없어 계단에 스티로폼을 깔고 있던 주민들을 위해 어르신 쉼터를 설치하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170세대를 위해 공사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1인 가구의 고립·단절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지난 9일 이웃집에 살던 40대 남성이 고독사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박 시장은 "큰 숙제를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고독사를 막기 위해 박 시장은 "고위험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의료진 동행 방문을 오는 9월부터 시작하겠다"라며 "공동체가 살아있는 외롭지 않은 마을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한 달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삼양동에 와서 골목을 걸어다니고 전통 시장을 다니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더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적 대안이 나왔다"라며 "에어컨 나오는 서울시장실에서 간부들과 회의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삼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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