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같은 하와이 음주 규제, 이 정도일 줄이야

[하와이에서 한 달 살기] 번화하고 낭만 가득할 거라 기대했던 하와이, 음주에는 엄격했다

등록 2018.08.21 16:25수정 2018.08.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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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했던 내용을 재미있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아름다웠던 일몰의 바닷가부터 각종 수상 액티비티까지. 20대에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한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한국과의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기사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 기자 말

"명심해, 마시는 게 아니어도 길 걸어가면서 마트에서 산 술병 괜히 보이면 안 돼."

벚꽃이 피고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면, 신나서 술병을 사들고 대학교 잔디밭으로 달려가는 우리에게 하와이의 음주 관련 규제는 상상 이상이었으며,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미국이 만 21세 이상부터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만 19세 이상이 기준인 한국에서는 술을 마실 수 있지만 만 21세(생일이 지난 97년생부터 음주 가능)가 되지 못한 친구들은 울상이긴 해도 각오는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와이키키 해변에서 낭만 가득하게 맥주 한잔 하면서 석양을 바라볼 상상을 하던 우리에게 하와이에서는 공공장소에서는 일체 음주가 금지된다는 얘기는 청천병력과도 같았다. 한강을 바라보며 치맥을 하던 기분을 하와이에서는 느낄 수 없다니. 사실상 밖에 나가면 모든 장소가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노상' 음주는 불가능했다.

중국으로 교환학생으로 있으며 여러 나라 친구들과 놀면서 알게 되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술의 나라'로 불린다는 것을. 그런 나라에서 경각심 없이 술을 마시던 우리에게 하와이의 법률은 가혹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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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하와이의 일몰, 바닷가는 깨끗했다. ⓒ 신준호


하와이에서는 조심, 또 조심

아무래도 자국민이 아니고 외국에 와 있는 신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특히 더 남의 나라 법을 조심하는 부분은 있었다. 밤 늦게 와이키키 근처를 가보면 맥주를 마시며 모래밭에 앉아 있는 외국 사람들을 가끔 발견할 수도 있었고,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현지 학생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핵심은 술에 대해 조심하자는 사회 '분위기'였다. 일반적으로 길거리에서 술을 산 후에 눈에 보이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와이뿐만 아니라 뉴욕 또한 술병이 열린 채로 술병을 들고 있으면 마시지 않았어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해받지 않도록 술병을 그냥 눈에 보이게 두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

우리는 답답했다. 하와이에 보내준 단체에서 사적 공간인 방에서도 술을 마시지 말라고 규칙을 정해서 보내줬기 때문에 안팎 그 어디에서도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펍 또한 한국만큼 늦게까지 여는 가게를 찾기 쉽지 않았고, 12시 이후로는 마트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법까지 얹어져서 우리의 '밤에 한잔' 계획은 매번 물거품이 되었다. 한국에서 1병에 5000원이 넘는 수입맥주가 하와이에서 6병에 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을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즐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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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트에서 1병에 3,500원~5000원 하는 수입맥주. 하와이에서는 6명에 만원이었다. ⓒ 신준호


음주 관련으로는 놀랍도록 자유의 나라, 한국

하지만 가혹하다는 생각에 열심히 검색하면서 알게된 전 세계 음주 관련 법률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술 마실 권리를 뺏지 말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2012년, 2015년 공공장소 음주 규제 관련 법률이 두 차례나 입법에 실패했다. 규제가 강화되기 보다는, 최근 야구장에서의 음주 허용, 주류 배달 가능 등 음주 법률과 관련해서는 더욱 관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흡연은 직접적인 연기가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공공장소 흡연 금지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반해 음주는 마시는 행위 자체로는 주변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술에 대한 규제에 반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7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방화, 마약) 발생의 25.6%가 주취자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만 보아도 음주는 충분히 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흡연 또한 20년 전에는 공공연하게 사무실 등에서 사람들이 즐겼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 사람들이 반발하는 음주에 대한 인식이 정말 올바른 인식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낭만 가득하게 한 손에는 서핑보드, 다른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다니며 흥이 나있는 사람들을 상상한 나에게 그것은 낭만이 아니라고 하와이는 경각심을 주었다. 지금도 전 세계는 엄격하게 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 끝나고 술 한잔'이 인생의 낙이라고 말하는 한국의 분위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의 음주 관련 법률 제정 흐름과 역행하고 있는 한국에서 앞으로 공공장소와 관련해서 음주 법률이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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