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상품'이 아닙니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Ep.2 : 윤지민 종로주거복지센터 팀장

등록 2018.08.20 17:03수정 2018.08.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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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의 꿈이 '내 집 장만'이지만, 평생 벌어 모아도 끝내 집 한 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집'을 갖는 게 평생소원인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일까?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나는 종각역 YMCA 회관 뒤편에 있는 '종로주거복지센터'를 찾았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두 번째, 이번엔 종로주거복지센터 윤지민 팀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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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주거복지센터 윤지민 팀장 ⓒ 김환주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종로주거복지센터 팀장 윤지민입니다. <집 걱정 없는 세상> 사무국장도 겸임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관악주민연대에서 활동하다가 관악주거복지센터로 들어가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관악구의회 주민의정평가단을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했고요.

Q. 주거복지센터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관악구에서 정당 활동을 하다가 관악주거복지센터에서 실무자를 채용한다고 해서 지원했어요. 막 개소한 상황이라 일 할 사람이 없었는데 제가 들어가게 된 거죠.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관악구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주거문제'에 대한 관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관악주거복지센터에 들어간 것도 주민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일로써 들어간 것이었거든요. '주거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낀 건 센터 활동 이후였어요. 주민들과 상담하면서 '집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는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끝장난다'고도 생각했어요.

사실 음식은 동 주민센터나 부녀회 등에서 지원을 해줘요. 옷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이 있고요. 그런데 집은 음식이나 옷과는 달라요. 천문학적인 돈을 모아야만 구할 수 있는 게 집이잖아요. 청년들이 지금부터 한 푼도 쓰지 않고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시대가 왔단 말이죠. 이대로 가다가는 결혼, 출산도 못하고, 결국 우리나라는 절단날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주거문제가 중요하고, 심각하다고 본 것이죠.

Q. 주거복지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집은 시장의 '상품'으로 취급돼 왔어요. 주택은 '산업'이었지 '복지'가 아니었어요. (집을 시장의 '상품'으로 보니) 국가는 주택문제에 관여하지 못했어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죠. 하지만 '주택문제', '주거문제'는 시장이나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한 사람이 수 백 채씩 집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집이 없어서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불평등을 어떻게 개인이 해결하겠어요?

사실 주거가 안정되어야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거가 불안하면 공동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한 마을에 주민들이 2년마다 이사를 가면 그 마을, 공동체가 유지 될 수 있을까요? 결국 주민들이 한 곳에 정착할 수 있어야 마을, 사회, 더 나아가서는 국가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우리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주거 안정이 필요한 것이고, 주거 안정을 위해 주거복지센터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죠.

Q. 종로주거복지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종로주거복지센터는 올해 3월에 개소했어요. 그 전에는 성북주거복지센터가 종로구 주거문제를 담당했어요. 예산이 부족해서 종로구 주민들에게 주거 지원을 하지는 못했는데, 종로주거복지센터가 생기면서 직접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월세가 체납돼서 쫓겨나야 되는 주민들을 지원해주기도 하고요. 임대주택에 당첨되었는데 보증금이 부족한 주민한테 (보증금을) 지원하는 일도 해요. 그 외에도 집수리, 공과금 체납 지원 활동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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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주거복지센터 입구 ⓒ 김환주


Q. 활동 중에 갈등이나 문제가 있다면?
갈등이 있는 건 아니고요. 오히려 집 때문에 몇 천만 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저희가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몇 십 만원 또는 몇 백만 원 정도에 불과해서 제대로 해결해드리지 못할 때가 많아요. 사실 저희는 위기에 당면한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저희 지원이 부족해서 선뜻 해결이 되지 않을 때가 제일 힘들고 어려워요.

주거 상담을 하면서 주거문제가 국가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병원비 때문에 집을 팔고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게 되고 이어 월세도 밀리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분들 정말 많은데요. 천문학적인 병원비 중에 국가가 일부 지원을 하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는 주민들이 많아질 수 있거든요. 의료복지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으면 주거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의료비를 대폭 지원하거나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복지국가들이 있잖아요.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 다른 예로 월세가 체납돼서 상담 받는 분도 정말 많은데, 체납된 이유가 몸이 아파서 일을 못 나갔기 때문이더라고요. 아파서 결근할 때도 급여의 일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여러 사람의 주거 걱정이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말씀드린 사례가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개인의 문제일 수 있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례와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어요. 그럼 이건 사회문제일 수밖에 없죠.

Q. 가장 많이 찾아오는 주거 상담은 어떤 게 있나요?
주로 사업을 하다가 망한 분들이 상담에 많이 오시죠.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거리 노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 사례에서는 "왜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이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해요. 선진국에서는 사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이 있는데, 우리는 왜 없냐는 것이죠. 사업실패는 개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 뒤에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건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윤지민 선생님께 주거란 무엇인가요?
주거가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죠. 상담 받는 분 중에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들이 많아요. 집에서 쫓겨나고, 인간관계가 다 끊어진 상황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Q.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할까요?
일단 집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돼요. 집이 부동산 상품으로 인식되는 한 주거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수백 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세금이 부과되어야 합니다. 가진 자에게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아서 일어나는 불평등을 해소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세입자들이 이사를 강요받지 않고 같은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월세 상한제도 도입되어야 하고요.

Q. 주거복지센터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종로주거복지센터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안정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보통 2-3년 정도 되어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하거든요. 저희도 시간을 두고 종로구 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마을공동체, 또는 네트워크에 스며들어야 할 것 같아요. 관악구에는 긴급주택이 있어요.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1-2년 정도 머무를 수 있게끔 잠시 동안 주택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는데요. 아직 종로구에는 이런 제도가 없어요.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조례도 만들어야 하고, 종로구 정치인에게 요구도 해야 합니다. 그런 활동이 필요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에는 문제가 참 많죠. 그런데 사지선다 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아야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의 심리문제 같은 미시적인 것부터 국가의 정책, 시스템과 같이 거시적인 것까지 다양하게 살펴보아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시민과 정부, 지자체가 함께 동반자가 되어서 끈기 있게 새로운 해법을 찾아보는 노력을 할 때 사회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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