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창설되는 안보지원사, 기무사 그늘 벗어날 수 있을까

[광화문 인사이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들

등록 2018.08.22 10:27수정 2018.08.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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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무사' 남영신 기무사령관 취임식 (과천=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4일 오후 경기 과천 국군 기무사령부 청사에서 열린 기무사령부 사령관 취임식에서 남영신 기무사령관(오른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8.8.4 [국방부 제공] ⓒ 연합뉴스


"기존의 기무사령부 시스템을 거의 유지한 채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간판만 바꿔 단다고 달라지겠나?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 현역 영관 장교

"기무요원들은 일종의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들이다. 사령부 체제가 어떻게 바뀌든 그 기능이 그대로 존속하는 한 필요한 사람들이어서 100% 물갈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제에 부역했던 경찰들이 거의 대부분 해방 이후에도 경찰조직에 남아있지 않았나.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리라 본다." -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

오는 9월 초 창설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아래 안보지원사)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사령부 존립의 근거를 제공하는 안보지원사령(대통령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기존 국군기무사령부령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안보지원사령에 따르면 새로 만들어지는 정보부대는 군 보안·방첩, 방위산업에 관한 정보, 대국가전복·대테러·대간첩 작전에 관한 정보, 장교·부사관·군무원 임용예정자 불법비리 정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업무 등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를 예전 기무사령과 비교해 보면, 업무의 대부분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정보의 수집·작성 범위가 이전의 '대(對)정부 전복'에서 '대(對)국가 전복'으로 바뀌어 직무범위가 오히려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기관이면서 여전히 수사권까지 가지고 있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국방부 동향 파악을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의 명칭을 바꾸는 대신 100기무부대와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의 설립 근거를 새롭게 포함시켜 기무사의 군 동향 파악이라는 임무는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통수권자인 대통령 독대에 대한 금지 규정 등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독대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통수권자의 '선한 의지'만으로 군 정보부대 맡겨두어도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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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들과 대화나누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가운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 국군기무사령부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이 없고 취임 이후 기무사령관과 단 한 번도 독대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떤 이유로든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준비단장으로부터 창설 추진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도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만들 것"을 다시 한 번 지시했다.

사실 군 정보부대가 중심을 잡는데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무사령관의 독대보고를 폐지시켰던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기무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적어도 기무사가 뉴스의 중심이 된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보고는 부활했다. 기무요원이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활동을 벌였고 민간인을 사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세월호 유가족 사찰, 계엄 관련 문건 작성 등 기무사의 일탈행위가 이어졌다. 이를 보면 적어도 국군통수권자의 의지가 기무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통수권자의 '선한 의지'에만 군 정보부대를 맡겨두어도 괜찮은 것일까? 앞으로 들어설 정부는 안보지원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국군보안사령부의 기능과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바꿨던 것이 바로 기무사 아니었던가. 구한말 고종의 통치권을 보좌하기 위해 만든 '통리기무아문'(統理機務衙門)에서 '기무'만 따와 이름 붙였던 시대착오적 조직이 지난 보수정권 아래 어떤 일을 벌였던가는 이미 낱낱이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정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과 기능을 유지하면서 말로만 정치적 중립을 외쳐 봐야 한낱 구두선이나 선언적 의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기자와 만난 한 예비역 장성은 "오로지 적을 바라보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야전부대와 달리 쿠데타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군을 감시하는 기무사는 태생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보좌한다는 임무가 존속하는 한 정치에 민감한 조직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관련 문건이 야전부대가 아닌 기무사에서 작성된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 정부 전복 방지 임무를 띠고 군부대를 감시해야 할 기무사가 오히려 야전부대를 동원해 친위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은 정보부대의 역할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지 않는 한 언제든 상황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쿠데타 방지 위해 군 감시하는 정보부대 따로 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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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기무사령관 취임식 참석하는 송영무 장관과 남영신 사령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남영신 기무사령관이 지난 4일 오후 경기 과천 국군 기무사령부 청사에서 열린 기무사령부 사령관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롭게 창설되는 안보지원사가 기무사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이미 개혁안을 입안했던 기무사개혁위원회(아래 기무사개혁위) 논의 과정에서부터 나왔다. 기무사개혁위의 주된 기류가 군 정보부대의 대통령 통수보좌기능은 폐지하거나 약화시킬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전 기무사가 가지고 있던 통수보좌 기능은 거의 그대로 안보지원사로 넘어갔다. 

조직을 대부분 유지한 채 개혁에 순응하는 요원들로 물갈이해서 정보부대의 일탈을 방지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여기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장성 진급심사 비리 수사와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정중부의 난' 발언 의혹 등으로 군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갔던 트라우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데타를 방지하기 위해 군을 감시하는 정보부대를 따로 두어야 할 정도로 우리 민주주의가 취약할까? 지난해 평화적인 촛불혁명을 통해 한국 사회는 성숙하고 빛나는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보여주지 않았던가.

합법적인 무력을 보유한 군은 철저한 감시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군을 감시하는 주체는 정보부대가 아닌 제도화된 문민통제여야 한다. 대전복 임무를 맡은 수천 명의 정보부대를 유지해야 할 만큼 우리 사회는 그렇게 '후지지' 않았다.
#안보지원사 #기무사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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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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