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드루킹 계속 나올 수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07] 우한울 KBS 탐사보도부 기자

등록 2018.08.23 14:07수정 2018.08.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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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울 KBS 탐사보도부 기자 ⓒ 이영광


지난주 KBS 탐사보도부가 2012년 대선 당시 여론조작을 집중보도 했다 사실 여론조작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2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과 국군 기무사령부를 통한 여론 조작은 물론 윤정훈 목사가 주도한 이른바 '십알단'으로 불리는 십자군 알바단에 대한 의혹도 있었다.

하지만 KBS 탐사보도부가 이번에 보도한 내용을 보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또한 여론 조작을 했다. 다만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양적으로 차이 날 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은 개인이 한 반면 새누리당은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이 당과 공모해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KBS 탐사보도부는 보도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2012년 대선 여론조작 사건을 취재한 우한울 KBS 탐사보도부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우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정치인들에게 여론 조작에 의한 정치 깊게 뿌리 내린 것 같아 우려"

-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4일에 걸쳐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을 취재해서 보도하셨잖아요. 소회가 있을 거 같아요.
"이번 취재하면서 여론이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여론은 추상적인 건데 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옛날 링컨이 게티즈버그에서 했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란 유명한 연설 있잖아요. 우리가 많이 들었던 게 새삼 생각나더라고요.

그때 링컨이 했던 말은 민주주의에 기반한 바람직한 정치를 역설한 건데 '국민의'는 국민이 주권자라는 거고 '국민에 의한'은 국민의 뜻에 의한이죠. 결국 여론에 의한 정치가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정치라는 걸 설파했다면 우리 정치권이 국민에 의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여론에 귀 기울이는 정치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죠. 오히려 여론을 만들거나 나아가서는 저희 취재처럼 여론 조작에 의한 정치가 정치인들에게 깊게 뿌리 내린 건 아니냐는 우려도 들었어요."

- 취재는 언제 시작해서 얼마나 걸렸어요?
"6월 말 정도 취재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때 트위터 빅데이터를 입수했어요. 2009년부터 2013년 초 5년치 한국어로 된 모든 트위터 데이터를 통으로 입수하게 됐습니다. 특히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트위터 글들을 분석하면, 대선 캠프에서 쓴 글을 찾아내 여론 조작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당시 새누리당 캠프의 내부자를 만나게 됐어요. 새누리당 캠프의 내부자와 빅데이터 정보 두 가지를 갖고 당시 정치권 여론조작의 실태를 한번 추적해보자고 해서 시작을 했어요."


- 그 당시 대선에서 국정원과 기무사의 댓글이 논란이었는데 그쪽은 취재 안 하셨나요?
"국정원도 살짝 들여다봤어요. 새누리당의 천만 RT를 취재하면서 캠프 내 여론조작 행위가 국정원의 행위와 어느 정도 연계가 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즉, 그들끼리 퍼나르기 대상을 공유하면서 교감 속에 여론 조작 행위를 같이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죠. 하지만 그 연계성까지는 데이터 분석에서 나오지 않더라고요.

법정기록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 트위터 아이디로 특정되는 400여 개 아이디가 있었어요. 그 흔적들, 이른바 리트윗 한 기록들과 새누리당 캠프 측에서 리트윗한 기록들을 비교 분석해봤는데 밀접한 연계성은 나오지 않았어요."

- 왜 여론 조작에 주목한 건가요?
"최근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이 계기가 됐죠. 다만 저희가 볼 때 드루킹 사태에서 네이버 댓글 추천 조작 행위가 낱낱이 드러났잖아요. 그런데 과거에 드루킹과 유사한 행위나 드루킹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그 이전의 행위도 있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브로커가 여론 조작의 원인이었다고 보지 않았어요. 여론을 조작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욕구, 유혹,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드루킹이 스스로 컸다기보다는 그런 상황 속에서 드루킹 같은 사람들과 정치인들이 서로 자양분이 됐다고 보거든요. 대선 시기에 어떤 전문가들이 모여서, 어떤 여론 조작을 실행에 옮겼고, 공당의 울타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규명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2007년부터 당시 한나라당은 여론조작을 했다고 해요. 그리고 지금 드루킹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죠. 그런데 취재는 2012년 대선에 한정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가 없었어요. 저희가 2012년 데이터만 있었어요. 저희가 가진 데이터 중에 가장 큰 이벤트가 2012년 대선이었고, 지난해 대선은 데이터가 없어서 못 한 것이죠. 지난해도 보고 싶었지만, 이미 정치 공론장이 트위터에서 네이버로 옮겨간 상황이었습니다. 포털에서는 제약이 많거든요. 아이디나 댓글의 흔적이라는 것이 100% 공개가 안 되기 때문에요. 저희가 사실 데이터 제약 때문에 2012년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도 있습니다."

- 대선 때만 이게 움직였을까 하는 의문이 있거든요. 총선이나 지방선거 또는 정부가 밀어 붙이는 이슈를 관철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하는거죠.
"취재 과정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든지 선거 홍보 관계자들을 접촉해본 결과 지역 선거에서 여야 주자들이 다투고, 서로 흑색선전을 하고 비방을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지역 이슈여서 묻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그런 식의 여론 조작 행위는 매번 있었죠. 선거에 이기면 이긴 것으로 또 그냥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죠.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때도 가짜뉴스 유포를 비롯한 여론조작 행위는 계속 있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민주당 2300여 건, 새누리당 천만 건... 양에서 엄청난 차이 나"

- 2012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여론 조작한 건데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을 거 같아요.
"같은 점은 온라인에 형성되는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선거에 승리한다, 이런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선거법상 SNS 홍보 규제가 없었거든요. 2011년에 선관위에서 규제하려고 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서 SNS 홍보가 공식적으로 별다른 규제 없이 허용됐죠. 그러다 보니 가짜 유권자와 계정을 동원했죠. 양 당 모두, 특정 개인에 의해 벌어졌다고 하지만, 그랬을지라도 이 사람이 주변의 100여 개 계정을 모아서 마치 이 사람들이 선량한 유권자들인 양 그렇게 호도될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점이 공통점이고요.

다른 점은 일단 양이죠. 너무너무 차이가 납니다. 확인한 사례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2300여 건, 새누리당은 천만 건이에요. 저희가 사상 최대 여론 조작이라고 기사에서 규정한 이유도 새누리당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이에요. 민주당은 상용 프로그램을 썼죠. 동시 RT라고 여러 개 계정을 이용해서 특정 글을 동시에 유포하는 이 기능은 일반인들은 별로 안 쓰거든요. 평소에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다만 제품을 홍보한다거나 좋은 이벤트를 널리 확산시키려고 기업체 등이 썼는데 이 걸 선거에서 민주당이 썼다는 것이죠. 다만, 이게 자체 제작하거나 불법 프로그램인 건 아니었어요.

반면, 새누리당은 자체 제작을 했어요.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을 저희가 접촉을 했지만 부인하는 바람에 더 취재를 못 했습니다. 여튼 이것은 상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체 제작한 거라 저희는 '비밀 매크로 프로그램'이라고 규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확실히 조직적 계획적으로 했죠. 박근혜 후보 외곽지지 그룹,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 등과 공모해서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자들도 새누리당 캠프와 외곽조직을 같은 건물에서 오가면서 한 것을 볼 때 상당히 조직적 계획적이다고 볼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의 경우는 일단, 실행자는 본인이 혼자 했다고 해서 저희가 더 취재를 들어가지 못했어요."

- 새누리당의 경우 서강바른포럼이 한 거 같은데 십알단과는 다른 건가요?
"서강바른포럼이나 포럼동서남북은 캠프 측과 긴밀하게 장소도 같은 곳에 있었고, 운영자들도 왔다 갔다 하면서 한몸처럼 움직였어요. 윤정훈 목사가 운영했다는 십알단은 일종의 사조직으로 보여요. 물리적으로 가깝진 않았던 것 같고요. 제가 알기로는 지난해 검찰이 십알단의 조력자들을 찾기 위해 수사를 벌인 거로 아는데요. 그 결론이 나지 않았어요. 국정원으로부터 조력을 받는다거나 당 쪽으로부터 자금을 받는다거나 그런 연결 고리는 찾지 못했다고 검찰 관계자로부터 들었거든요. 이건 사조직이죠.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

- 더 심각한 건가요?
"저희는 그렇게 보는 거죠. 사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의 정치의식을 높여서 해결할 문제인데, 공당에서 외곽 조직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여론 조작을 했다면 심각한, 도덕적 정치적 문제라고 봐야죠."

- 보도를 보면 기사 댓글이 아니라 트위터를 이용한 거 같은데 네이버 등의 포털 기사 댓글은 확인할 수 없는 건가요?
"저희가 확인할 수 없다고는 못하겠죠. 네이버에도 데이터가 있으니까요. 다만 트위터는 더 오픈돼 있습니다. 저희가 확보한 빅데이터도 기업체들이 SNS 마케팅에 쓰려고, 특정 제품이 트위터에서 어떻게 언급되는지 보려고 지금도 입수를 하고 있거든요. 크롤링이라고 하는데, 지금 실시간으로 작성되는 데이터를 긁어오는 것이죠.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가 차곡차곡 쌓여서 빅데이터가 되는데, 네이버 댓글도 제가 듣기로는 일부 네티즌들이 이런 작업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것들이 구체적으로 아이디까지 특정해서 누가 어디서 어떤 말을 했는지 빅데이터로 구축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 가능성은 있는 거죠?
"가능성은 있죠. 드루킹의 매크로가 하나뿐이겠느냐. 그렇다고 단언할 수 없겠죠. 당장 2007년 한나라당 때에 댓글 기계를 200개 돌렸다고 드루킹이 경찰 조사에서 얘기했다고 하는데, 드루킹이 한 말로 흘려듣기에는 너무 있음직한 일이죠. 댓글 기계들이 얼마나 활개를 치고 정치 공론장을 오염시켰는지는 정말 모를 일이죠."

"여론조작 계속 되면 정치 혐오 확산"

- 소름이 끼치는데 취재하며 느끼신 것도 있으실 거 같은데.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요. 다음은 어떤 형태로 가는지 모르거든요. 온라인 공론장은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만 가꾸면 정말 좋은 정치 공론장이 될 수 있는데, 이런 여론 조작 시도들이 이뤄지면 공론장들이 오염되는 것 같더라고요.

2012년 대선 전날과 전전날 새누리당측이 트위터에서 돌린 매크로 양을 보니 전체 한글 트윗 글의 5%를 썼어요. 트위터 100건 중 5건이 박근혜 후보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글이었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전문가들 말처럼 '공론장이라는 게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면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인데, 이런 기계적인 잡음 때문에 사람들이 정치 혐오를 느껴 떠나간다'는 거죠. 정치 공론장이 미디어 트렌드에 따라 옮겨가고 있는데, 여론 조작 세력들도 따라다니면서 공론장을 오염시킨다면 건전한 여론 형성에 큰 장애가 되는 겁니다."

- 여론조작과 관련해 앞으로 또 취재할 생각 있으세요?
"탐사보도부는 매일 보도하는 부서가 아니라서 당분간 이 이슈를 지켜보고 싶고요. 정치 공론장이 있는 한 여론 조작 이슈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2, 제3의 드루킹이 있을 수도 있고요. 당장 저희 보도 건 관련해 서울시경 사이버수사대가 새누리당의 매크로 의혹을 수사 중인데 실태가 얼마나 밝혀지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이런 실태가 나왔으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제도 개선, 이런 것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될 것인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제도 개선이 제대로 돼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선관위 담당인 안행위와 법사위 양쪽 상임위 소속 위원 40명에게 질문해 보려고 국회의원 상대로 설문지를 돌렸는데 9명밖에 답을 주지 않았어요. 나머지는 분명치 않은 이유로 답을 안 줬는데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명밖에 답을 주지 않았어요. 국회에서 관심이 없는 것인지 외면하는 것인지 헷갈리는데요. 정치권 주변에서 벌어진 여론조작 행위를 방지하는 방안을 정치권 스스로 내놓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한울 #여론조작 #2012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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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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