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지사 추진 애버딘대 캠퍼스, 무산... 경남도 "예산반환 요구"

"안 지어도 될 기숙사 지은 셈, 예산 낭비... 에버딘대 측에 협상 요구 단계"

등록 2018.08.24 18:32수정 2018.08.2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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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하동 갈사만에 들어설 예정이던 영국 애버딘대 캠퍼스 개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 때인 2014년 10월 '경남도, 애버딘대학교와 산·학·관 협력 협약 체결' 모습. ⓒ 경남도청


경상남도 하동 갈사만 조선산업단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영국 애버딘 대학교 한국캠퍼스 설립이 무산됐다. 경남도가 그동안 캠퍼스 설립 준비를 하고, 기숙사를 짓는 데 들어간 예산 91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나서 관심을 끈다.

영국 애버딘대는 해양플랜트 전문 인력 육성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해오고 있다. 갈사만에 애버딘대 한국캠퍼스 개교 추진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임기 때다. 한때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애버딘대 캠퍼스는 2016년 8월 5일 교육부로부터 설립승인을 받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남도, 하동군으로부터 설립준비비를 지원받아 하동 갈사만에 개교할 예정이었다.

당초 캠퍼스는 2017년 3월 개교할 계획이었으나 해양플랜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학생 모집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개교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애버딘대 한국캠퍼스 개교는 세 차례나 연기됐다.

그리고 경남도, 하동군,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으로 구성된 '애버딘대 한국파트너'는 2017년 5월 4일 한국캠퍼스 운영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애버딘대 한국캠퍼스 개교의 희망은 있었다.

그러다가 애버딘대 측은 지난 5월 경남도에 캠퍼스 개교 철회 의사를 통보했다. 경남도는 그동안 심의를 거쳐 지난 22일 "애버딘대 개교 중단 통보에 따라 개교 더 이상 추진 어렵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애버딘대 한국캠퍼스는 이제 더 이상 진행이 없다. 경남도는 "한국캠퍼스 운영 적자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개교를 연기한 애버딘대가 더 이상 개교 의지가 없음을 통보했다, 프로젝트 종료를 위한 법적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캠퍼스 개교를 위해 그동안 들어간 예산 91억 원을 돌려받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동안 캠퍼스 개교 준비를 위한 설립준비비 12억 원과 기숙사 건립비 79억 원 등이 들어갔다. 설립준비비 12억 원은 국비 6억 원과 도비(경남) 3억 원, 군비(하동) 3억 원이다.

기숙사 건립비는 국비 49억 원과 도비 30억 원으로 구성됐다. 기숙사 건립은 2015년에 있었다. 당시 경남도지사는 홍준표 전 지사, 하동군수는 윤상기 현 군수였다.

경남도 관계자는 "기숙사는 캠퍼스를 개교한다는 전제로 건립됐고, 결국에는 안 지어도 될 것을 지어준 셈이 됐다"라며 "개교가 무산되면서 기숙사 지을 예산을 불필요하게 쓴 것이고, 일종의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갈사만 캠퍼스 예정지 부근에 정주 시설이 없다고 해서, 요청에 의해 기숙사가 건립됐다, 현 도지사와는 상관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애버딘대 측에 설립준비비와 기숙사 건립비 등 91억 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경남도는 애버딘대 측에 협상을 통해 반환을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금은 변호사를 통해 애버딘대 측에 협상을 요구하는 단계다. 일단 그동안 들어간 비용 모두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경남도는 "만약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시기를 늦춰서라도 애버딘대 한국캠퍼스가 개교했더라면, 경남도와 하동군 등은 초기 운영비 72억 원을 추가 지원해야 할 상황이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캠퍼스 개교 중단 결정으로 돈이 더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경남도는 "이미 애버딘대 한국캠퍼스 유치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난해부터 불거졌지만 경남도 등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협의를 진행해왔다"라며 "하지만 애버딘대 측은 향후 10년간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운영 적자를 보전해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경남도와 하동군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경남도는 기숙사 등 건물 활용에 대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기숙사는 하동군 소유다.

경남도는 "학교 시설과 유사한 조선해양플랜트와 안전 관련 교육장, 국내 벤처기업과 해외 연구기관 유치 등을 검토 중"이라면서 "현재 하동읍 내에 위치하고 있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하동사무소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애버딘대학교 #하동 갈사만 #조선산업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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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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