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6명? 청와대 '여성 비서관 인증샷'의 진짜 문제

[주장] "페미니스트 대통령"과 "남녀동수내각" 약속은 언제쯤 실현될까

등록 2018.08.30 15:07수정 2018.08.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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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 여성비서관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현재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비서관은 6명이 전부다. ⓒ 청와대 공식 SNS


지난 22일, 청와대 공식 SNS(페이스북, 트위터)계정에 <대통령과의 점심식사>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와대 공식 트위터 계정에 따르면, 청와대 여민관에서 진행된 <대통령과의 점심식사>의 대화 주제는 '여성 현안과 직장문화'였으며 참석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여성비서관들'이었다.

그런데 이 게시물이 올라온 이후, 때아닌 논란이 불거졌다. 글과 함께 첨부한 사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구도를 베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를 내놨고, 결국 청와대 측은 <청와대 여성비서관 사진 팩트체크>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청와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애초 '베낀 사진'이라고 지목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사 사진은 "현지 시간 22일 오후 3시 41분에 공개"돼 "백악관 소셜미디어보좌관 댄 스카비노가 한국시간 23일 오전 9시 40분에 트윗으로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즉, 청와대 행사 사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사 사진보다 먼저(22일 오후 4시 26분) 게시되었기에 사진의 구도를 베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 일부 주장을 기정사실화하여 일방적인 보도를 한 언론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과거 보기 어려운 사진이라고 해서 다른 사진을 베꼈다거나 연출한 것이라 단정하기보다, 우리 정부를 좀 더 믿어주시면 좋겠다"라며 "최근 여성문제 관련, 격의 없는 토론과 제안이 이어진 자리가 있었다고 투명하게 공개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나는 아직 팩트체크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진 구도를 베꼈는가'의 여부가 아니다. 청와대가 주장하는 "최근의 여성문제 관련, 격의 없는 토론과 제안이 이어진 자리"가 단지 '보여주기식 행사'는 아니었는지,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서 한국 사회의 성평등을 실현하고 성폭력을 근절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우리 정부"가 정말로 믿을만한 정부인지의 여부를 팩트체크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여성비서관 비율 12.2%... 문 대통령, 페미니스 대통령 약속했지만

사진에 등장한 청와대 여성비서관은 총 다섯 명이다. 한 명이 불참했다고는 하나, 청와대 내 여성비서관이 총 6명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청와대 49개 비서관이 있으며 여성 비율은 12.2%다) 즉,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이 청와대 내에 있는 여성비서관 전체와 거의 다름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에도 "청와대 내 비서관 중 여성은 현재 6명으로 문 대통령은 '오늘 못 온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 외에 여러분이 전부냐'라며 겸연쩍게 웃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지율 1위의 대선 주자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만약 '청와대 내 여성 비서관이 6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라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임기 내 남녀동수내각 구성"에 힘쓰겠다는 서약을 한 적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남녀동수내각을 "할당제와 달리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정치에서도 절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연구원 측은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대표자가 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로 '동수를 통한 평등'(equity by parity), 50%의 참여를 당연한 권리로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2016,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 대표성 확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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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정책 실현하겠습니다" 다짐한 문재인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4월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강당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성평등 정책 시행을 약속한 서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둔 4월 여성신문 등이 참여한 대선후보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임기 내 남녀동수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약을 한 바 있다. 이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단계적 절차로 초대 내각 여성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을 맞추면서 호평을 받았다.

(중략) 우리의 2018년 상황은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 계속해서 오르내리면서 내각 여성 50% 달성을 위해 증가는커녕 30%조차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남녀동수내각이라는 목표를 천명한 만큼 첫 개각을 앞둔 지금 지난 1년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세워 노력하고 있는지 점검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 남녀동수내각 이행계획은 있나?, <여성신문>, 2018.07.02)

위에서 참고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남녀동수내각과 구분되는 '여성 정치할당제'란 "여성이 자연 상태 그대로는 '정치'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도입된 장치"로서, 크게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일정 비율의 의석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로 일종의 당선 할당제"에 해당하는 (1)의석유보제가 있으며, "정당이 자발적으로 정당 내에서 여성의원을 일정비율로 공천하는 것"을 뜻하는 (2)정당할당제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는, "'헌법'이나 '선거법'을 근거로 할당제가 적용되며 법에 '여성할당'을 규정해 모든 정당이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제도"로서 (3)법적할당제가 있다. 한국의 경우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관계법이 개정되면서 '비례대표 후보에 30%여성공천 의무화'를 시작으로 현재는 50% 여성할당(gender quotas) 의무화, 남녀교호순번제(zipper system), 지역선출직 30%여성할당에 대한 권고사항을 공직선거법에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할당제 시행효과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할당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여성대표성확대와 여성정치세력화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적 장치 중 하나가 '남녀동수내각'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 비율이 아닌 절대적 수의 측면에서 여남의 구성을 동등하게 맞추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실현가능성에 있어 어려움이 큰 상황이므로 해외에서도 주로 선출직에서보다는 정부조직, 즉 임명직에서 더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 2003년에 핀란드가 최초로 남녀동수내각을 구성했으며, 2006년과 2008년에는 각각 칠레와 스페인에서 남녀동수내각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2010년 이후 프랑스와 호주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도 여성장관이 다수 임명되어 남녀동수내각을 구성한 역사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상황은 어떠한가.

물론, 한 사회(혹은 조직) 내에서 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곧바로 그 사회(혹은 조직)가 페미니즘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페미니스트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로 만들어진다(<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는 벨 훅스의 말처럼, 태어날 때 지정받은 성별에 '페미니스트 DNA' 같은 게 심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여초화'된 집단이라고 해서 '자연적으로' 페미니즘 정치가 목소리를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당제와 남녀동수내각은 "현재 누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독점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또 정치지도자들의 의지와 자발성이 반영되는 만큼 그 실현가능성도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는 해법이기에 여전히 의미가 있다. 청와대 비서관 중 여성은 6명이 전부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가 놀라워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비서관직 역시 장관직과 마찬가지로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에 해당하고 '어떤 사람을 임명할 것인지'의 최종권한을 가진 사람의 의지가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청와대 내 여성비서관의 수가 고작 6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정부'를 만들고 여성 대표성 확대를 실현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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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 규탄 대규모 집회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선고에 항의하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시민들이 18일 오후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권우성


다시 묻는다, 여성에게 국가가 있는가

지난 8월 18일에 열린 '성폭력 끝장 5차 집회'에 걸린 슬로건 중 하나가 "여성을 위한 국가는 없다"였다. '이게 나라냐', '더 이상은 / 못 참겠다 / 박살내자'는 슬로건 또한 집회에 참가하면 꼭 한번쯤은 외치게 되는 단골구호다.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여성들의 분노가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되어 왔으며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언제부터 기다림을 강요받아온 걸까? 아니, 질문을 바꾸어보자. 여태까지 '당장'해야 되는 것과 '나중에'해도 되는 것을 결정해온 이들은 누구인가? 정희진은 "인권에는 경합이 있을 뿐 순서는 없"다며 "'우선/나중에' 정치를 주장하는 이들"이 스스로 "시대의 유일한 주인공이고자"하는 욕망을 비판한다.  
"'우선/나중에' 정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자기 자신이 '선후'의 기준이 된다. 자신의 시간이 당대성(contemporarty)이라고 주장하면서, 시대의 유일한 주인공이고자 한다. 그러나 (특히 젠더 문제에서) "누가 우선이고, 누가 나중인가'를 따지는 것보다, 그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바로 인간의 위계를 전제한 발상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는 말한다. 모든 권력의 작동원리는 배제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배제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권력에 의해 '우선시 되는 여성'의 인권조차 '나중에 실현되는 여성'의 인권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인권에는 경합이 있을 뿐 순서는 없기 때문이다.(<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206쪽)"

그러니 이제는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본인이 직접 서약했던 '남녀동수내각구성'이라는 목표를 지금 당장 현실화할 의지가 있는가? 지난 2월,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와대 청원 답변에서 약속한 정책들을 교육부는 언제부터 시행할 생각인가? '첫눈 오면 놓아 주겠다'는 말로 탁현민 행정관의 사표를 반려한 청와대는 진짜로 첫눈이 올 때까지 기다릴 작정인가? 경찰과 사법부는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안희정과 고은 등에 대해 언제쯤 공정한 수사와 정의로운 판결을 할 것인가? 26일, 청와대 청원 20만 명을 넘겼던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은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29일 아침에는 헌법재판소가 이번 달로 예정되어 있던 '낙태죄 위헌판결'을 또다시 '나중'으로 미루고, 보건복지부는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해 낙태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규칙을 강화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솔직히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난다'라는 말로도 분노를 표현하기 벅찰 지경이다.

요즘 따라 '조선은 아녀자에게 잘하지 못해서' 자신은 조선의 편이 될 수 없다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가 계속 떠오른다. 아녀자에게 잘하지 못했던 조선은 망했지만,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나는 한 번도 여성의 편이었던 적이 없는, 여자들에게 잘한 적이 없는 이 나라의 편이 될 수가 없다. 정말이지 "여성을 위한 국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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