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 호갱' 되는 이유, 도마뱀 때문이다

[52권 자기 혁명] 제임스 크리민스 '도마뱀을 설득하라'

등록 2018.09.06 12:08수정 2018.09.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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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동안, 주당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하나당 하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52권 자기 혁명'을 제안한다. 1년 뒤에는 52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기자말


 

<도마뱀을 설득하라> 표지 ⓒ 한빛비즈


 
이 책을 읽는 독자 중에는 기혼자도 있을 것이고, 종교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친구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배우자나 종교, 친구는 어떻게 선택했는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모든 후보를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배우자로서 적합한지 평가했는가? (22쪽)

그럴 리가 없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경제학적 합리성에 따라 모든 대안을 살펴보지는 않는다. 사실은 선택을 어떻게 했는지도 잘 모른다. 수많은 선택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말콤 글래드웰이 '블링크'라 부르는 직관, 대니얼 카너먼이 '시스템 1'이라 부르는 자동 판단장치가 우리가 의식하기 전에 결정을 내려준다. 저자 제임스 크리민스는 이것을 '우리 안의 도마뱀'이라 부른다.

인간의 뇌는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편도체는 아몬드 모양의 작은 조직으로, '파충류의 뇌'에 해당한다. 편도체는 '투쟁 또는 도피' 결정을 담당한다. 특정 상황에 대해, 싸울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한다.

뱀일지도 모르는 기다란 물체 또는 호랑이일지 모르는 노란색과 검은색 줄무늬에 우리가 기겁을 하는 이유는, 즉각 도망쳐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 진화는 편도체라는 판단장치를 개발했다.

자동 판단장치는 빠르고 정확할 뿐 아니라 에너지가 거의 들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모든 결정을 숙고해서 내려야 한다면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는 모두 뇌가 소모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결정은 자동 시스템이 내린다.

따라서 우리가 남을 설득할 때 상대해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동 시스템, 즉 도마뱀이다. 이것이 <설득의 7가지 비결>이란 밋밋한 제목을 가진 제임스 크리민스의 책에 역자가 <도마뱀을 설득하라>는 멋진 제목을 붙여준 이유다.
 
설득에 성공하려면 우리 안의 도마뱀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도마뱀은 우리 뇌의 숙고 시스템보다 훨씬 빠르며, 훨씬 더 많은 능력이 있고, 아무런 노력 없이도 작동하며, 작동하지 않도록 꺼둘 수도 없다. (302쪽)

도마뱀의 특징

 

뇌의 3층 구조, 직접 그려봤습니다. ⓒ 이용준




꺼둘 수도 없고 언제나 작동하는 자동 시스템을 설득하려면 그것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도마뱀 문법'의 특징으로 심리적 가용성, 연관성, 행동, 감정, 그리고 타인이라는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심리적 가용성이란 자동 시스템이 게으르다는 의미다. 자동 시스템은 당장 눈에 보이거나 쉽게 마음속에 떠올릴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한다. 막힌 하수구를 뚫는 데 어떤 제품이 좋을지 비교해 가면서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수구가 막히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제품을 사러 간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상비약 명칭이 유치찬란한 이유가 그것이다. 유치하다고 치를 떠는 순간, 뇌는 더 잘 기억한다.

연관성은 우리 마음의 자연스러운 연상 작용을 의미한다.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자동시스템은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설득이 성공하려면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연상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행동. 도마뱀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을 보고 판단한다. 동기는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다. 동기를 판단하려 하는 것은 숙고 시스템의 일이다. 양탄자 상인은 상품을 보여주기 전에 일단 차부터 대접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일즈를 위한 행위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지만, 우리 안의 도마뱀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볼 뿐이다. 호의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은 이성 이전에 일어난다. 시식 코너의 존재 이유도 마찬가지다.

 

시식용 음식을 집어 먹고 나면, 아무래도 빚진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그게 시식 코너의 존재 이유다. ⓒ MBC


감정. 도마뱀의 언어는 감정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려고 한다는 팸퍼스 기저귀의 광고는 부모의 감정에 호소하여 성공한 광고의 사례다. 감정에 호소한다고 무조건 먹히는 것은 아니다. 책에는 우리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광고 카피가 실패한 이야기가 나온다. 왜 실패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타인의 행동과 생각 역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모방의 대상이 되는 타인이란 반드시 가족이나 친구 또는 존경하는 사람일 필요도 없다. 십대들에게 강하게 나타나는 또래 압력이 대표적이다. 다들 담배를 피우니까 나도 피우는 것이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는 문화대혁명 시기 모든 학생들이 선생에게 대드니까 자기도 그래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저자의 회고담이 나온다.

설득의 요령
 
설득의 요령은 도마뱀의 특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공략 지점은 행동과 감정이다. 이 두 가지가 도마뱀의 핵심적 특징이기 때문이다.
 
태도 변화가 아닌 행동 변화를 목표로 삼아라. 행동 변화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다행히 행동은 태도보다 바꾸기 쉽다. 그리고 행동 변화로 태도 변화를 꾀하는 편이 그 반대보다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136쪽)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우리는 도마뱀의 다른 특징들을 이용한다. 심리적 가용성과 연관성을 높이고, 다른 사람들의 선호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상황을 변화시켜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상황이 달라지면 행동의 의미가 달라진다. 예컨대 LED 조명으로 바꾸는 것은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기 요금을 줄이기도 하고 전등 수명을 늘려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금에 적대적인 보수 성향 소비자는 '전기세' 절약에, 진보 성향 소비자는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면 LED 조명으로 교체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 원하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라.

심리적 가용성이나 연관성을 이용하는 것도 행동 변화에 도움이 된다. 특정 대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서로 연관되어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쉽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반복적인 단순 노출이 있다. 유치한 CM송이 노리는 효과, 바로 그거다. 논리성은 필요없다. 반복이 중요하다.
 
원하는 특징이나 사람을 선택하면 추천하려는 대상을 원하는 특징이나 사람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짝을 지어 보여준다. 실제로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관관계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연관관계를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64쪽)

도마뱀은 즉각적인 보상을 원한다. 그래서 생크림 케이크를 마다하고 머나 먼 미래의 보상인 건강을 위해 운동하러 가는 건 어렵다. 그런데 의외로 도마뱀이 원하는 보상은 굳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된다. 도마뱀에게는 오히려 감정적 보상이 강력하게 다가갈 수 있다. 도마뱀의 언어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역지사지의 연장선

담배 포장에는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오래 살 수 있다"라고 쓰여있다. 이걸 진지하게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흡연으로 인한 즉각적 보상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불확실한 미래의 보상이기도 하지만, 그 내용 자체가 한 번 씹어 삼켜야 하는 성질의 것, 즉 이성적 호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신 감정에 호소해보자. "금연하는 우리 아빠 최고"라고 담배갑에 적으면 어떨까.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과학적 증거'를 내놓으라며 금연문구에 반대하는 담배회사라도, 금연하는 우리 아빠가 최고라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니, 일석이조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훨씬 넘어서는 자아 존중의 욕구가 있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보상은 더 건강하거나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더 당당해지는 것이다. 상대도 나와 같이 자신에게 더 당당해지기를 원한다고 믿어야만, 감정적 보상을 이용한 설득에 나설 수 있다. 상대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 즉 역지사지의 실천이 결국 최고의 설득법이다. 이 책에서 가져갈 단 하나의 깨달음이 이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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