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건설 자본을 극복할 수 있을까

[주장] 강력하고 흔들림 없는 부동산 정책을 주문한다

등록 2018.08.31 15:10수정 2018.08.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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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 켜진 부동산시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더욱 강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신(新) 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도입으로 내년 이후 은행에서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5%대까지 오른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중이고, 내년 4월부터는 양도소득세 중과 등 추가 규제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송파구 일대 아파트. 2017.10.24 ⓒ 연합뉴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욕망의 정점이다.

여기서 욕망이란 손쉽게 큰돈을 벌고 싶은 욕망, 일하지 않고 편하게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을 의미한다.

고도성장기의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의 대가로 집을 사고, 조금씩 큰 집으로 늘려가면서 자산이 늘어나고, 경제성장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함께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을 통하여 노후를 준비한 사람들이 많았다. 70년대에 태어난 필자의 어린시절만 해도 그리 풍족하게 사는 집은 없었지만 각 가정의 아버지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대체로 주택도 사고,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사는 것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50대 이상의 노,장년 세대는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세대이므로 부동산 불패의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과 맞물려, 박근혜 정부의 저금리,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재건축, 재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투기 심리가 확산되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다. 불과 3-4년 사이에 수억씩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투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젊은 대학생이 환하게 웃으며 수천만 원의 종잣돈으로 경매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고, 얼마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얼마 만에 집을 몇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경매학원 광고 동영상을 접한다. 20대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와 인간의 가치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꽃다운 시기에 부동산 투자로 돈버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젊은 세대에 대한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20대 청춘들이 자신들의 노동의 대가로 거주할 주택을 마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한다는 의미는 이용의 목적보다는 투자(투기, 재테크, 한탕)의 목적이 훨씬 더 커진 지 오래됐다. 부동산 가격이 노동의 대가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이 오른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사람들의 이러한 행동은 사실 매우 합리적이다.

소위 시장주의자라는 분들은 말한다. 정부의 규제정책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므로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공급이 더 많아지도록 규제를 풀어야 하고, 시장의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말이다. 애덤 스미스의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에 의하여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조정되어 적정 가격과 적정 생산량으로 수렴된다고 한다.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부동산 시장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정상적인 수요공급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는 부동산의 본래의 기능인 '주거 공간'이나 '생산 수단'으로서의 '수요'보다는 '투기적 수요'의 성격을 훨씬 더 많이 갖는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이 올라갈수록, 부동산가격이 향후에도 계속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투기 수요는 끝없이 유입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인하여 새 아파트가 공급되고 나면 가격이 더 오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로 인한 투기 수요가 더 많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강남3구에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데도 가격이 더 올라가는 이유는 강남3구의 부동산은 가격이 계속 올라갈 거라는 강고한 믿음에 의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투기 수요 때문이다.

투기 수요로 인하여 부동산 가격이 끝없이 오르면 결국 부동산을  살수 있는 자본을 가진 자에게 부가 편중되고, 정작 부동산이 꼭 필요한 사람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고, 노동의 가치는 초라해지며,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해법은 바로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실제 거주하거나, 이용하고 있는 부동산을 제외한 투기 목적의 부동산에 대한 강력한 보유세 부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 외의 다른 경제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대출 금리인상 또한 보유의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시세차익보다 과다하게 보유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이 더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투기수요는 자연히 사그라들 것이고, 투기수요가 유입되지 않으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8.2.부동산 대책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출규제, 양도세강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으나, 이후 발표된 종부세, 보유세 강화 방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 여의도 통합개발 플랜 등이 투기심리에 기름을 부었고, 급기야 박원순 시장은 통합개발 플랜을 철회하고, 국토부에서 추가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당선 후 첫번째 회의에서 종부세강화 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은 무거운 시장이다. 가속도가 붙어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투기 심리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흔들림없이 확고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부동산 수요를 끝없이 창출하는 괴물인 '투기심리'라는 욕망을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국민 생활의 기반이 되는 주거공간이자, 생산수단이고 비탄력적 소비재라는 점에서 사유재산권의 대상인 동시에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우리 헌법에서는 주택공급사업 등에 대해 사유재산권 보호의 가치보다 공익의 가치가 더 크다고 보고 개인 재산권에 대해 강제 수용권을 발동함으로써 사유재산권을 강제로 박탈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성을 전제로 강제 수용권을 발동하여 조성, 공급한 공공택지를 민간 자본에 매각하여 막대한 개발이익을 건설자본이 누리고 있는 현실이다. 공익성이라는 가치가 시민 모두에게 분배될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에서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건설원가공개'를 공공건설부문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전체 부동산 개발, 분양사업에 적용하는 것도 좋은 대책이 될수 있을 것이다. 건설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의 거품이 빠지면서 인근 집값이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건설사가 과도하게 취해왔던 개발이익이 시민들에게 분배되는 효과도 있다.

투기 수요를 차단함과 동시에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 수요 공급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부동산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개하는 것을 병행하여야 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는 부동산공시가격이 지역별, 부동산종류별, 소유자별로 가격이 들쭉날쭉이라는 비판이 있어왔는데, 지역의 담당 감정평가사를 통하여 지역별, 물건별 시장의 상황과 특성, 흐름을 철저하고 정교하게 조사, 분석하게 하여 구체적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고, 가격 산정의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또한 실거래가 신고제도를 악용하여 매매가격을 올리는 사례들에 대한 사후검증제도 등의 보완방안을 생각해본다. 실거래 신고시 거래금액과 계약일자 외에 개별 거래 사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신고하도록 하고 각 지역별 공시지가 담당 감정평가사가 특이사항을 모니터링하여 검증하고, 이를 연동하여 공시지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 자가주택보유비율은 50%가량 된다고 한다. 50%의 무주택자들은 끝없이 치솟는 부동산가격에 분노하면서도 부동산 정보에 귀를 쫑긋 세우고, 투기대열에 합류해야 하나 어슬렁거리고 있으며, 자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50%의 시민들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를 바라면서, 보유세 부담 증가에는 당장 반대할 것이며, 이러한 양면적인 심리를 이용하여 1%의 다주택자와 부동산 부자, 건설,투기자본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명제를 '세금 폭탄', '공급 확대'로 포장하여 왜곡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장래 양도차익의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보유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보유세 등)이 증가한다는 양면성이 있다. 양도차익은 장래의 불확실한 이익이고, 보유비용은 현재의 확실한 비용이다. 특히 1주택, 실거주자의 경우에는 양도차익은 아무 의미가 없고, 보유비용만 증가하는 결과가 된다.

시민들 스스로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과 전문가의 역할이 아닐까. 부녀회에서 아파트 가격 올리려고 담합하지 말고 시장의 정보를 왜곡하고 교란하는 행위를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고 제도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 흔들림없이 추진할 때 거북이처럼 조금씩 효과 나타나

이러한 모든 정책의 효과는 단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부동산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은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이고 일관성있는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때 거북이처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최종적인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부동산 시세차익을 누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주거가 필요한 실수요자, 생산수단으로서 부동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귀속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언제든지 부동산이 필요한 사람이 무리한 대출 없이, 은행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신의 노동의 대가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 정책의 목표가 맞추어지기를 바란다.

더불어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사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이 강남처럼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

부동산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건설 자본의 힘을 문재인 정부가 이겨낼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정책 동력은 주거권과 같은 기본적 생존권의 문제로 눈물 흘리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하루하루 자신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촛불시민들의 힘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실효성있고, 강력한 정책이 나오기를, 시민들의 지지를 통하여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보유세 #부동산정책 #부동산대책 #부동산시장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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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감정평가사가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으로 부자되는 법, 부동산 투자 정보는 없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시는 많은 분들과 부동산을 매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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