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광화문에서 만나요"

[주장] 정부가 정책 추진에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들과 소통하길 바란다

등록 2018.09.05 15:06수정 2018.09.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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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이 저런 내용이었어?"
"정부가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네."


최근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언론에 직접 나와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을 설명하고,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TV와 라디오 뉴스를 통해 장하성 실장의 자세한 정부 계획을 접한 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그동안 정부가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방증한다. 일부 지인들은 그동안 언론에 속았다는 말도 한다. 언론을 통해 최저임금 상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부로 이해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부의 열린 소통을 생각하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약속 하나가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브리핑을 대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처럼 직접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주요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신선했다. 지난 7월 광화문의 한 맥주집을 깜짝 방문해 청년구직자, 자영업자 등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친근한 행보에 환호했다. 그러나 주요 정책 홍보 측면에서 아쉬움이 여전하다.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이해관계자의 합의와 설득이 필요한 정책에 대한 논의를 위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요즘처럼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이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광화문 대통령'이 더욱 기다려지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중요하다. 정부 정책에 적대적인 언론의 변화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어려운 용어와 논리로 포장된 정책을 잘 풀어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양면성이 있는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단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도 있다. 우리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정책이라면 이런 과정은 필수적이다. '굵직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더욱 강조된다.

정책학에는 정책이 정치 현상을 결정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정책으로 인해 수혜를 입는 집단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소극적이지만, 손해를 보는 집단은 끈끈하게 연결되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소득주도성장의 수단 중 하나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극렬하게 저항한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 목소리는 언론에 의해 증폭되고, 과장·왜곡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주장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하위 수단들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굵직한 정책이다.

장하성 실장이 인정했듯이 그동안 정부는 정책 알리기 노력이 부족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정책은 결정 과정에서 정교한 설계가 중요하지만,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정책대상집단과 '접촉' 또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을 통한 국민의 반응에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해야 한다. 모든 사안에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는 없지만, 국민은 '광화문'에서 만날 대통령을 고대하고 있다.
 
#광화문 대통령 #소득주도성장 #정책 홍보 #국가공무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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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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